[동행취재] 천안함 생존자, 10년 만에 ‘국가유공자 신청’ 과정 살펴보니
[동행취재] 천안함 생존자, 10년 만에 ‘국가유공자 신청’ 과정 살펴보니
  • 김혜진 기자
  • 입력 2021-06-06 22:02
  • 승인 2021.06.06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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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훈 천안함 예비역 하사 “11년 만에 신청, 마음 홀가분하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6일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정한 보훈이야말로 애국심의 원천”이라며 “국가가 나와 나의 가족을 보살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국가를 위해 몸 바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천안함·연평해전 생존 장병들은 “주변에서 당연히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고 보상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고 당한 모두 국가유공자가 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요서울이 ‘천안함 피격 사건’ 생존 장병 가운데 한 명인 강대훈 예비역 하사가 10년이 훌쩍 지나버린 이제서야 국가유공자 신청을 진행하는 과정을 취재했다.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하던 날 수습 당직을 서고 있었던 강대훈 하사는 그날 이후 배를 타면 식은땀이 나고 몸이 경직돼 다시는 배를 탈 수 없게 됐다. 결국 전역을 결심했지만 이후에도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이 동반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으며 매번 좌절을 경험했다. 

강 하사는 국가유공자 신청을 진행하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사고 후 PTSD를 겪어왔음에도 당시 군에서 군 복무 중 상해로 국가유공자 자격이 주어지는지 전혀 알지 못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를 통해 국가유공자 신청 자격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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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혜진 기자]

천안함 피격 사건 생존 장병들은 군 복무 중 얻은 신체·정신적 피해를 입은 ‘전상(戰傷)군경’ 대상자다. 해당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가 진행하는 3단계 심의 절차(1단계 요건 심의 - 2단계 신체검사 - 3단계 종합 판정)에 따라 상이등급 1급(6급 2항) 또는 7급을 판정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신 장애로 일반인 노동력의 3분의 1 이상 상실 또는 정신 장애로 1년 이상 약물 치료 후 일반인 노동력의 4분의 1 이상 상실한 것을 증명해야 한다.  

강 하사는 이날 대전광역시 서구 대전지방보훈청에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기 위해 최근 1년간 정신과 상담을 받아 온 기록 증명서와 PTSD에 대한 병원 진료 결과가 담긴 심리 평가 보고서, 등본 및 혼인관계증명서 등 국가유공자 신청을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 왔다. 

서류를 들고 보훈청으로 들어가자 보훈청 직원들은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안내했다. 신청서에는 인적사항과 군번, 전상·공상·전사·순직·포상 항목 등이 적혀 있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유공자 신청을 한다는 서명을 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강 하사는 신청서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헷갈리는 항목은 휴대폰으로 몇 번씩 확인하며 꼼꼼하게 서류를 작성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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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혜진 기자]

서류 접수를 진행하는 동안 보훈청 직원은 강 하사에게 “군에 자료를 요청해 보훈처로 관련 자료들이 전달되기까지 2~3개월 시간이 필요하고 심사 기간은 최대 8개월가량 소요될 수 있다”며 “보훈처에서 요건 심사 진행 후 인정되면 2단계 신체검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로 신체검사가 늦춰질 수도 있어 (승인까지)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다”며 “국가유공자 인정이 되면 등록 신청한 날부터 지원이 적용된다”고 더붙였다. 

40여 분간 진행된 국가유공자 신청 접수를 마치고 나온 강 하사는 “국가유공자 등록 진행 과정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공무원이 설명을 귀찮아하는 느낌도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면서도 “11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다가 비로소 신청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담담하게 기다려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훈 대상자가 된다는 건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것인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자 했다”며 “병원을 꾸준히 다녔어야 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쉽지 않았다. 군에 있을 때부터 누군가 전투 중 부상을 당했고 병원에 가야한다고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동료 예비역 장병들은 강 하사의 국가유공자 신청 관련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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