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 해결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이주노동희망센터 제공]](/news/photo/202105/452092_369407_2312.jpg)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지난해 말 영하의 날씨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온 이주여성노동자 ‘속헹’씨가 사망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숙소 문제가 주목된 바 있다. 이주노동자 관련 인권 단체들은 “정부가 내놓은 이주노동자 근로여건개선안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해 주거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6일 이주노조,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이주노동자 인권 관련 단체들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이주노동자는 무권리 상태에서 일만 해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체들은 “일부 사업주들은 가설 건축물을 이주노동자 숙소로 제공하지 못하게 하자 숙소를 옮기게 하고 월급에서 더 많은 기숙사비를 공제해 ‘월세 장사’를 하고 있다”며 “월세 30만 원짜리 아파트에 노동자 5명을 묵게 하고 1인당 28만 원씩 기숙사비를 공제한 사례도 있다. 비닐하우스 옆 옥외 화장실 하나를 10명씩 써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기존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이용 중인 경우 노동자가 희망한다면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것으로 ‘사업장 변경 사유 고시’를 개정했다”며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허용’ 사유를 추가했을 뿐 여전히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윤사비씨가 발언에 나섰다. 그는 “7년 여간 한국에서 일하며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기숙사비를 한 달에 20만 원씩 냈다”며 “일이 힘들고 기숙사도 더러워 다른 곳에서 일하겠다고 하니 사장님이 ‘나가면 불법(미등록 이주노동자)으로 만들 것’이라고 해 나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영섭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속헹 씨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건 총체적인 제도의 부실, 무권리 상황, 비인간적인 노동 주거 환경 때문”이라며 “이는 사회적·제도적 타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주노동자가 일터를 옮기지 못하고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10개월간 강제 노동 상태를 견뎌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희망센터는 4월부터 해온 이주노동자 숙소 실태 고발 사진전을 마무리하고 오는 8월까지 청와대 앞 이주노동자 1인 시위, 서명 운동, 이주노동자 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