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서울·충청 지지율, 윤석열 대선 후보로서 높은 경쟁력 방증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이 최근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압도적으로 꺾고 1위로 올라섰다. [뉴시스]](/news/photo/202103/445259_362306_958.jpg)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최근까지 대선 주자로 독주해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상당한 격차를 벌리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지지율 1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이 지난주 여권의 검찰 수사권 전면 박탈에 반대하며 검찰총장 직을 중도 사퇴한 이후 정계에선 그를 ‘태풍의 눈’에 비유하며 대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 것이란 예상이 팽배했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실제 대선 정국을 뒤흔들 만한 영향력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검찰을 떠나자마자 지지율이 수직상승하며 대권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윤 전 총장의 지지층을 일요서울이 살펴봤다.
사퇴하자마자 대선 지지율 1위...靑·與와 전면 대치 속 ‘尹 대망론’ 부각
윤석열 전 총장은 여론조사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2.4%를 얻어 24.1%를 얻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8.3%포인트 차로 제쳤다. 지난 1월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14.6%의 지지율을 얻었던 윤 전 총장은 총장 직 사퇴 직후 무려 17.8%포인트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2배 이상 지지율이 올랐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6∼7일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28.3%를 얻어 이 지사(22.4%)와 오차범위 내 선두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윤 전 총장의 급상승은 중도·무당층 지지를 일부 흡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계에서는 대체로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 수직상승 현상이 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급변하는 일명 ‘컨벤션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국민일보와 작심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신설이 ‘법치 말살’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를 전면에 나서서 반박, 비판하면서 검찰총장 직을 벗어 던진 윤 전 총장의 ‘일탈’ 행보에는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의식한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도 다분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검찰 권력 해체 작업으로부터 검찰 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행보로 시작됐지만, 결국 검찰총장 직 중도 사퇴로 대선 정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판은 이미 커졌다.
유력 대선 후보의 부재로 그간 구심점을 찾지 못했던 보수 야권에서 특히 윤 전 총장이 확실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보수진영이 결집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尹 지지층 키워드는 ‘보수’, ‘60대 이상’, ‘가정주부’, ‘서울·충청·TK’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 폭이 지난 1월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크다는 점은 총장 직 중도 사퇴라는 정치권 이벤트에 따른 일시적 후광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지지율 폭등’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등 불공정 이슈와 맞물리면서 윤 전 총장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흡수했다는 시각도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67.7%),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층(52.8%), 보수성향층(50.9%), 60대 이상(45.4%), 가정주부층(43.9%) 등에서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39.8%), 대전·세종·충청(37.5%), 대구·경북(35.3%)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이 서울, 충청권과 가정주부 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점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그간 보수 야권의 대선 후보들의 경우 이른바 정적(政敵)의 ‘프레임 씌우기’ 공격 등으로 ‘수구 또는 진골보수’나 ‘꼰대’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여성들의 지지를 많이 받지 못했다”며 “윤 전 총장의 경우 보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상당 부분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배 연구소장은 “현 정부에 반발하며 중도 사퇴를 했음에도 옅은 보수 이미지 때문에 무당층의 지지율도 크게 보탬이 됐을 것”이라면서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중도·보수층의 지지율을 규합할 만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부연했다.
특히 정치 1번지인 서울의 지지율은 사실상 대선판을 좌우할 만한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은 윤 전 총장의 대선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요소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은 대선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에서도 높은 지지를 얻으며 호재가 겹쳤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의 높은 지지율이 윤 전 총장이 서울 태생이라는 점이 반영됐으며, 충청 지역에서의 지지율 상승은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전 연세대 통계학과 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에선 여전히 지연(地緣)이 지지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윤 전 총장의 태생이 서울이지만 부친의 고향이 충남권이라는 점은 대권 출사표를 던질 경우 큰 이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충청권, 가정주부층의 높은 지지율은 상승 폭을 넘어 윤 전 총장의 ‘외연 확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을 노려볼 만한 긍정적 변수로 꼽힌다. 다만, 연령별 지지율을 살펴봤을 때 60대 이상 고령층에 국한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과거 보수 진영 대선 후보들이 고전한 것은 여성과 젊은 층, 서울, 충청권 등에서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독보적 지지를 얻고 있는 윤 전 총장을 차기 야권 대선주자로 영입하기 위해 진작부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아직 대선 출사표조차 내지 않은 윤 전 총장에 국민의힘 소속 출마냐 제3세력 소속 출마냐를 두고 당적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與, 尹 대선 지지율 수직상승 ‘한여름밤의 꿈’
윤 전 총장의 사퇴를 기점으로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야당은 지지층 결집뿐 아니라 정권 교체를 향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계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대권 경쟁력에 대해 회의론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민심의 변동성이란 것이,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굉장히 빠르고 격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말씀하신 별의 순간도 잠시 잠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반응은 더욱 냉담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반짝 1위에 그칠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중도 하차한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 뻔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이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LH 사태에 분노한 민심이 겹쳐지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윤 전 총장의 사퇴 직후 여당은 “임기를 끝마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여기에는 윤 전 총장이 정권심판론의 기폭제로 작용,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올라설 가능성을 사전에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