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뉴시스]](/news/photo/202103/445237_362265_1322.jpg)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정치권에선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주목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검찰총장 사퇴 이후부터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에 충청권을 대표할 만한 대권주자가 딱히 없는 가운데 윤 총장의 부상은 ‘충청대망론’의 불씨를 다시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9대 대선을 흔들었던 ‘충청대망론’이 20대 대선에서도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을까? 일요서울은 윤 전 총장과 충청대망론에 대해 알아봤다.
-與野, 안희정·반기문 추락 후 다시 돌아온 충청대망론
지난 19대 대선에선 ‘충청대망론’과 함께 충청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야권이었던 민주당에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충청 대표 주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비롯한 여권진영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충청대망론이 떠올랐다.
하지만 안 전 지사는 2018년 3월 미투파문으로 정치권에서 낙마한 뒤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선고를 받아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모양새다. 그리고 반 전 총장은 대권에 의지가 있는 것처럼 나섰지만 결국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그렇게 충청대망론은 사그라지는 듯 보였다. 이후 충청을 대표할 만한 마땅한 정치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두를 달리기 시작하며 정치권에선 충청대망론의 불씨가 다시 지펴지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사실 서울 태생이지만 충청권으로 분류된 이유는 그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여야 대선주자를 통틀어 선두를 달리는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후보 지지율에서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돼 충청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대선주자 적합도를 두고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이 지사가 25%, 윤 전 총장이 24%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주 조사와 비교하면 이 지사의 적합도는 2%포인트 낮아진 반면 윤 전 총장은 15%포인트 급등한 모습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주와 같은 12%로 집계됐다. 이밖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4%, 홍준표 무소속 의원 3%, 정세균 국무총리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각각 2%, 심상정 정의당 의원·유승민 전 의원·원희룡 제주도지사 각각 1% 등으로 나타났다. 진보진영 대선주자의 적합도를 보면 이재명 지사 32%, 이낙연 위원장 16%, 심상정 의원·정세균 총리 각각 3% 등으로 집계됐다. 보수진영 주자에서는 윤 전 총장 23%, 안철수 대표 10%, 홍준표 의원 8% 등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국내 통신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권에서도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 만큼 언제든지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충청이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 여권에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충청 잠룡으로는 양승조 충남지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이 꼽힌다. 그러나 충청출신으로 분류된 후보 가운데 최근까지 여야를 통틀어 윤 전 총장만큼 대선주자로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인물은 없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야권의 대선주자로 분류된 윤 전 총장이 영남을 대표하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했을 경우에도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 윤석열, 제3세력-국민의힘 상관없이 지지율 45%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내년 대선에서 ‘제3세력’ 또는 ‘국민의힘’ 중 어느 쪽 후보로 출마하든 지지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지난 11일 나타났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윤 전 총장이 ‘제3세력 후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을 때 각각의 투표 의향을 조사한 결과 ‘제3세력 후보’ 윤석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5.3%,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6.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5.2%,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7.1%였다. 윤 전 총장의 어느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든 지지율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만 놓고 봐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시 ‘찍겠다’고 답한 비율이 80.0%, 제3세력으로 출마시 ‘찍겠다’는 응답이 77.5%로 큰 차이가 없었다.
리얼미터가 응답자 분포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시 ‘찍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 12.0%는 제3세력 후보로 출마시 ‘찍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 시 ‘찍지 않겠다’는 응답자 중 11.6%가 제3세력 후보로 출마할 경우에는 ‘찍겠다’고 답했다. 이탈·결집하는 지지층이 상쇄돼 최종적인 지지율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0대(57.6%), 70대 이상(56.3%)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투표 의향이 높았고 40대(36.0%)는 비교적 낮았다. 40대의 경우 ‘찍지 않겠다’는 응답이 59.5%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여론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을 가정했을 경우에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충청 출신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4월 재보선 이후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충청대망론’의 불씨가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 황태순 “충청 출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당 대표 가능성 높아”
지난 10일 마포 모처에서 일요서울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진영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충청대망론’이 떠오르고 있다”며 “덩달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충청 출신 의원들까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전 총장과 충청대망론이 야권에서 정권재탈환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영남·충청 대연합 전선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지난 11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4월7일 재보선 이후 윤석열 전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의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국민의힘에서 정진석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충청 출신 인물이 중심이 된 야권의 변화가 예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대 대선 이후 사그라진 충청대망론이 윤석열 전 총장을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4월 재보선 이후 야권의 정계개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윤 전 총장과 충청대망론이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 주목된다.
정재호 기자 sunseou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