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신탁 4명, 업무상 비밀이용 3명, 농지법 위반 5명
與 지도부 초유의 강경조치에 의혹 의원들 반발·해명 이어져
![[뉴시스]](/news/photo/202106/452707_370159_517.jpg)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거래 등의 의혹이 드러난 의원 12명의 명단을 전격 공개한 한편, 의혹에 연루된 12명의 의원들 전원에게 탈당 권고 조치를 취했다.
의혹 검증에 앞서 ‘탈당 권고’라는 강경책을 편 당 지도부의 이번 결정은 LH 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트라우마로 가뜩이나 부동산 이슈에 곤두 서 있는 국민 정서를 의식해 ‘내로남불’ 역풍의 소지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초기 진화에 나선 것은 적절했다는 반응과 함께 일각에선 ‘보여주기식’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7일 권익위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과 가족 등 총 816명의 지난 7년간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거친 결과, 민주당 국회의원 12명과 친족에게서 총 16건의 위법 혐의가 적발됐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넘겨 받은 민주당은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 따르면 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 의원 등 4명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됐으며, 김한정·서영석·임종성 의원 등 3명은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에 연루됐다. 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 의원 등 5명은 농지법 위반 소지가 적발됐다.
이에 당은 의혹이 드러난 12명 의원들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탈당을 권고하고, ‘집권당 의원’이라는 신분을 내려두고 무소속 의원으로 수사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양이원영·윤미향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출당으로 의원 직은 유지시킨다는 게 당 지도부 방침이다.
이날 상응 조치 논의를 위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후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너무 크고,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에 비판적인 국민 여론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부동산 투기 의혹 사안만큼은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정치사에 이렇게 많은 의원을 대상으로 출당 또는 자진탈당을 조치하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상 과도한 선제 조치이지만,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집권당 의원이라는 신분을 벗고 무소속 의원으로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권익위 전수조사 자료 송부와 함께 이르면 오는 9일께 정부합동 경찰 특별수사본부로 이첩이 끝나고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권익위가 이첩한 12명 가운데 김한정·서영석·임종성 의원 등 6명은 이미 특수본에 입건된 상태다.
‘투기 의혹’ 수난시대...탈당 권고에 12人 수긍·반발·해명
당 지도부 초유의 탈당·출당 권고 조치에 의혹이 제기된 윤재갑·김수흥·서영석·임종성 의원 등 일부는 탈당 의사를 밝힌 반면, 대부분 의원들은 반발하며 적극 소명에 나선 모양새다. 권익위 발표 하루 만에 지도부가 응급처치에 나서면서 당 차원의 소명 청취가 생략된 만큼, 당내 혼란이 예상된다.
![(왼쪽부터)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news/photo/202106/452707_370165_4638.jpg)
윤미향 의원은 이날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시부모님은 시누이 명의의 함양 시골집에 거주하셨으나 2015년 3월 시아버지 별세 이후 시어머니 홀로 그곳에 살 수 없어 집을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후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의혹에 노출된 김회재 의원도 “사실관계 미확인으로 인한 명백한 오해”라며 “권익위는 잘못된 수사 의뢰를 철회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김주영 의원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에 “부친 소유의 농지를 매도한 대금으로 화성군 남양리 소재 임야 외 1건의 토지를 구입했다”면서 “부친 소유의 농지 매도대금으로 해당 토지를 부친 명의로 구입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해당 토지는 개발 예정지도 아니었고, 어떠한 개발 정보도 없는 곳으로 단지 지인의 소개로 구입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명의신탁 의혹을 제기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양이원영, 오영훈, 윤재갑, 김수흥, 우상호 의원 [뉴시스]](/news/photo/202106/452707_370166_5132.jpg)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진 우상호 의원은 “굉장히 당혹스럽다. 당이 소명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어머니 묘지로 쓰기 위해 급하게 해당 농지를 구입했는데, 이후 계속 농사를 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농지법 위반 의혹 소지라는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오영훈 의원도 농지법 위반 의혹에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조사 없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탈당하지 않고 소명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의원은 입장문에서 농지법 위반 소지를 부정하며 이번 출당 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어머니는 부동산 업자와 기획부동산 사기에 넘어가 총 13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게 됐다”면서 “어머니가 사기당해 보유한 부동산 구입에 제가 관여하거나 금전적인 거래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의 5 월 17 일 ‘불입건’ 처분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왼쪽부터)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민주당 의원 [뉴시스]](/news/photo/202106/452707_370167_439.jpg)
부동산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을 받은 김한정 의원은 “졸속한 조치다. 결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반발하면서 “아내가 토지를 구입한 적 있으나 투기와는 무관하다. 남양주 북부의 230평 토지다. 2주택 해소를 요구하자 20년간 살고 보유하던 서울 단독주택을 매각했다. 그 매각 대금으로 해당 토지를 구입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같은 의혹에 연루된 서영석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이라면서도 “그러나 (민주당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렸는지 알기에 순순히 독배를 들겠다”고 탈당 조치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종성 의원은 앞서 같은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수차례에 걸쳐 해명을 했다면서, 객관적 사실을 밝히기 위해 허위사실 등에 대해 이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탈당 권유에 대해 참으로 할 말이 많지만, 그 결정에 따라 탈당하겠다”고 유감 섞인 입장을 내놨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