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비밀이용 등 16건 적발돼…3기 신도시 관련 의혹도
신원 미공개…출당 등 ‘강경조치’ 공언한 與 후속 조치 귀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시스]](/news/photo/202106/452658_370099_349.jpg)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땅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부동산 정책 대수술을 집도했던 집권여당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여의도에 격랑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인한 국민적 트라우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재차 불거진 국회의원들의 땅 투기 혐의가 입증될 경우 그 파장은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다수와 그 일가의 땅 투기 정황이 의심된다는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LH 사태 수습과 당 쇄신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권익위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자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무더기로 드러난 처참한 결과를 손에 쥔 민주당은 또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됐다. ‘불공정·내로남불’ 수식어를 털어내기 위해 통렬한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힌지 불과 5일 만이다.
김태응 권익위 상임위원 겸 특별조사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과 그 가족 등 총 816명의 지난 7년간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거친 결과, 민주당 국회의원 12명과 친족에게서 총 16건의 위법 혐의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번 권익위 부동산 매매 전수조사는 현장실사를 포함해 의원들의 금융거래내역, 부동산거래내역과 등기부등본 및 국회 재산신고내역에 대한 교차검증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사건들은 모두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로 송치됐다. 권익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이 특수본으로 송치되기 전 자체 조사 단계에서 이미 일부 의원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번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3기 신도시 관련 의혹 2건을 포함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6건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3건 ▲농지법 위반 의혹 6건 ▲건축법 위반 의혹 1건 등이 적발됐다. 특히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투기 의혹은 지역 개발사업이 예정된 토지를 매입했거나, 대규모 개발계획 발표에 앞서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는 LH 직원들이 업무상 사전 입수한 광명·시흥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활용, 부동산을 매입한 것과 동일한 패턴이다.
이 밖에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은 친족 간 특수 거래 및 매도자가 채권자로 둔갑하면서 과도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김태응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단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및 가족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news/photo/202106/452658_370112_1653.jpg)
한편, 이번 권익위 조사는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일부 의원에 대해선 핀셋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 한 관계자는 “직접 조사권이 없어 금융거래내역이 일부 제출되지 않았고, 소명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의원은 부모가 연로하거나 거주지가 멀다는 이유로 금융거래내역 제출을 거부했다.
이날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한 신상과 매매 부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전수조사가 민주당의 선제적 요청으로 이뤄진 만큼, 실명 등 구체적 내용이 담긴 조사 결과서가 민주당에 통보된다.
처참한 성적표 받아 든 與 ‘당혹’...후속 대응에 귀추
민주당은 소속 의원 12명에 대한 부동산 거래 위법 의혹이 발표되자 “상황을 파악해보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송영길 당대표는 이날 오후 한 방송에 출연해 “제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도부와 논의하겠다”면서 “권익위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의심은 가지만 정확한지 모르니까 확실하게 밝혀달라고 수사기관에 이첩, 송부한 상황이다. 제가 사안을 보고 잘 판단해 보겠다”고 밝혔다.
당 대변인 측 입장도 이와 궤를 같이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 해당 의원들의 소명을 우선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면서도 “문제가 심각하다면 그런 것(중징계)까지 감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민주당이 공언해왔던 조사에 대한 엄정하고 투명한 조치는 이 내용을 보고 철저하게 취해나갈 것”이라며 “나머지 구체적인 것은 내일 지도부 회의를 통해 밝히겠다”고 부연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소명 과정에서 본인이 소명을 잘못해서 오해를 산 경우도 있을테니 향후 내용을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권익위가 민주당의 투기 의혹을 의혹 없이 밝히면, 국민의힘도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한 만큼 국민의힘도 뒤를 이어야 할 것”이라고 야당도 부동산 전수조사에 동참할 것을 강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부동산 투기 사실이 확인될 경우, 즉각 출당 등 중징계에 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난 2일 송영길 당대표는 “본인 및 직계 가족의 입시·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을 금지하겠다”고 엄포한 바 있다.
우선 당 지도부는 권익위로부터 넘겨 받은 의원 명단 등 구체적 조사 결과서를 토대로 세부 내용을 검토하는 한편,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의 개별 소명을 듣고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권익위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현재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된 의원이 2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지만, 일단 의혹이 확인된 의원에 대해서는 현재 당 지도부가 한 치의 의구심이 남지 않도록 출당 등 엄중한 징계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의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해선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지도부) 입장이 정해진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