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원 성매매 집결지 폐쇄 후 일주일… ‘폐허’ 속 인근 상인들 ‘울상’
[르포] 수원 성매매 집결지 폐쇄 후 일주일… ‘폐허’ 속 인근 상인들 ‘울상’
  • 김혜진 기자
  • 입력 2021-06-07 20:25
  • 승인 2021.06.08 0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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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폐쇄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사진=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경기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 내 업소들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초까지 전면 폐쇄를 진행했다. 수원시와 경찰은 지난 1일 합동 점검을 통해 모든 성매매 업소들의 폐업 현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요서울은 집결지 폐쇄 일주일 만에 이곳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살폈다. 

불과 몇 주 만에 ‘폐허’된 모습들 곳곳서 포착

입구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은하수 마을이 변화된 모습으로 시민의 품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은하수마을 주민 일동’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지난달 중순 방문했던 집결지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집결지 거리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니 불과 몇 주 만에 업소 건물 등이 폐허처럼 변한 모습을 드러낸채 곳곳에 서있었다. 

전면 폐쇄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사진=김혜진 기자]
전면 폐쇄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사진=김혜진 기자]

폐업한 업소 인근에는 해당 지역 거주자들로 보이는 사람 몇몇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뒤로 보이는 매장 내부에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보이는 의자, 서랍장, 미용 도구, 구두, 방석 등이 나뒹구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불을 켜고 앉아 있던 업소 유리창에는 대부분 붉은색 글씨로 X자, 폐쇄 등이 적혀 있었다. 일부 유리문에는 ‘본 업소는 은하수마을 발전을 위해 자진 폐쇄 했습니다. 앞으로 성매매 업소 운영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커다란 알림 종이가 붙어 있었다. 

전면 폐쇄가 시작되자마자 일찍부터 내부 벽을 깨고 벽지를 뜯어내거나 물건을 빼내는 등 자정 작업에 들어간 업소들도 있었다. 

인근 상인들 “성매매 집결지 ‘반대’지만… 매출은 ‘반 토막’”

이날 폐허가 된 집결지에는 외국인들이 가끔씩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집결지 중심에서 30여 년간 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 A씨는 “여기는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주말에는 500명이 넘는 방문객들로 늘 시끌시끌했다”며 “폐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외국인 손님을 비롯해 포주, 아가씨(성매매 피해 여성) 등이 다 사라졌는데 그만큼 매출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안에 상권들은 다 죽었다. 아가씨들이 인근 병원을 많이 이용했는데 거기도 그렇고 또 삼시 세끼 다 사먹는 사람들이 없어지니까 음식점들도 타격이 큰 것 같다”며 “성매매를 하는 게 나쁜 것은 당연하지만 상권에도 영향이 많이 온다. 수원시가 여기를 새롭게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뭐가 됐든 빨리 정비를 해주고 상권이 활성화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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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폐쇄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사진=김혜진 기자]

집결지 내에서 9년째 슈퍼를 운영 중인 B씨는 “평소에는 주말에 손님이 많으니 새벽 3시까지도 문을 열어놓지만 지난 주말에는 일찍 닫고 들어왔다. 거의 외국인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왔는데 문을 다 닫게 되니까 매출에 심한 타격이 왔다”며 “코로나19로 피해도 큰 데 골목에 인적이 없으니 반 토막이 났다. 그런데 수원시에서는 이곳 상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나 언제까지 이곳을 새롭게 조성하겠다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기 있던 아가씨들은 어느 정도 돈을 벌고는 새롭게 시작하기도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은 나이 많은 여성들의 경우는 대부분 다른 성매매 집결지로 가는 것으로 안다”고도 귀띔했다. 

수원시 여성정책과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생계비와 주거비 등을 1년 여간 지원해주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1대1 상담 활동을 통해 피해 여성들에게 해당 정책을 홍보하고 신청자들에 한해서 지원금이 마련된다. 수원시는 올해 여성 30명을 대상으로 지원 예정이다.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은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폐쇄에 따른 종합 정비추진계획’을 수립해 올해 하반기까지 업소 철거를 진행하는 등 신속하게 도로개설정비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시는 이곳 일대를 주민 커뮤니티 사업을 추진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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