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최고위원 [뉴시스]](/news/photo/202105/452196_369567_5959.jpg)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7080세대’의 전면 등장이 국민의힘 세대교체의 교두보를 만들 수 있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7080세대가 당대표 및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등 다양한 당직에 후보로 등장했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의 전면적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은 ‘신구(新舊) 대결’로 흥행몰이중인 국민의힘 전대를 취재했다.
-“유승민계 구태” vs “탐욕 심판”... 국민의힘 계파 논쟁?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청년세대의 정치 참여 열망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여한 ‘7080세대’도 같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컷오프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당대표 후보인 김웅, 김은혜 의원을 비롯해 최고위원 후보인 조수진 의원, 배현진 의원 원외 인사인 원영섭 전 조직부총장, 조대원 전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등이 7080세대로 분류된다. 당대표 후보는 총 8명 가운데 3명 최고위원 출마자는 총 10명 가운데 4명이다. 당대표는 1명 최고위원은 4명을 선출한다.
연령 제한이 있는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이용 의원, 김용태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 홍종기 부대변인, 함슬옹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 강태린 의왕·과천 당협 부위원장 등이다. 이들 모두 7080세대 이며 김 위원장의 경우 후보 중 유일한 90년생이다. 청년최고위원은 1명을 선출한다. 이들이 상당수 선전하여 국민의힘 지도부에 입성한다면 ‘세대교체’라고 바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고 이유는 무엇일까?
- 성일종 “새로운 후보에 대한 요구 나타나”
비상대책위원인 성일종 의원은 이에 대해 “새로운 후보에 대한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이준석 돌풍’ 배경에는 청년세대가 소통의 통로로 SNS를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소통에 능하다. 그는 SNS 화법에 능해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젠더갈등 및 가상화폐 이슈를 화두로 던지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이며 이슈를 선점하고 만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한편, 그동안 이 전 최고위원이 방송을 통해 쌓아 올린 인지도가 돌풍을 일으키는데 한몫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 이 전 최고위원은 시사교양과 예능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앞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로 지난달 22~23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이 전 최고위원은 30.3%를 기록해 나경원 전 의원(18.4%)과 주호영 의원(9.5%)을 크게 따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PNR(머니투데이 더300·미래한국연구소 의뢰)의 지난달 8일 조사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 지지율이 13.9%로 나경원 전 의원(18.5%)에 뒤처졌지만, 보름여 후인 지난달 22일 조사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26.8%로 나 전 의원(19.9%)을 앞서며 1위로 올라섰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선 ‘이준석 돌풍’이 개인의 지지를 넘어 정치권 ‘세대교체’와 ‘정부에 대한 반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준석, 1위로 본선 진출... 당권까지는 ‘산 넘어 산’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당 대표 본경선에서 나경원‧이준석‧조경태‧주호영‧홍문표 후보 등 5명의 진출이 확정됐다. 선관위는 득표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이 1위를 기록했고, 나 전 의원과 주호영·홍문표‧조경태 의원 순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원 50%‧일반여론 50% 방식으로 진행된 예비경선 득표율은 이 전 최고위원은 41%, 나 전 의원 29%, 주 의원 15% 홍 의원 5% 조 의원 4%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본경선은 예비경선과 달리 당원 70%·여론조사 30%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당심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 특히 영남의 보수층 여론이 당심을 좌우하게 되면 이 전 최고위원의 돌풍이 계속될 수 있을지 전망이 엇갈린다.
또 본경성에서의 계파 논쟁도 이 전 최고위원으로선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중진급 당권주자들이 이 전 최고위원의 유승민계 지원설을 제기하며 견제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나”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의원도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지난달 27일 “의원들 10여명 정도가 계파를 형성하고 있지 다른 계파는 없다. 유일하게 유승민 계파가 있다고 보도되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SNS에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선을 언급하며 “당 밖의 사람들에게 줄 서서 부족함이 없던 우리 당의 후보를 흔들어댔던 사람들, 존경받지 못할 탐욕스러운 선배들의 모습이었다”고 중진 의원들의 유승민계 지원설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네거티브는 절대 희망과 비전을 꺾을 수 없다. 5+4가 0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마법을 계속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5선인 주 의원과 4선인 나 전 의원이 0선인 자신을 상대로 네거티브를 펼치고 있다고 비꼰 것이다.
만약 이 전 최고위원이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당대표에 선출되거나 높은 순위권에 오른다면 ‘이준석 돌풍’은 전대에 출마한 7080세대 후보들과 함께 내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대선과 직결돼있어 어떤 지도부가 구성되느냐에 따라 대선에 대한 당의 기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마땅히 내세울만한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야권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 문제가 국민의힘에 주요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에 출마한 중진 의원들은 윤 전 총장의 영입을 내세우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7080세대인 청년 후보들은 대체적으로 자강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그들은 당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자강을 이루지 못한다면 윤 전 총장의 영입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7080세대가 이번 전대에서 돌풍을 넘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경우 새로운 잠룡의 등장도 예상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난달 2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위로 당대표 본선에 진출한 것만도 국민의힘에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며 “이런 결과는 내년 대선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내 이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7080세대의 돌풍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넘어 정치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재호 기자 sunseou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