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쓰레기 대전 ①] 인천, 매립지 넘친다… “자기 지역 쓰레기 스스로 처리”
[집중취재-쓰레기 대전 ①] 인천, 매립지 넘친다… “자기 지역 쓰레기 스스로 처리”
  • 김혜진 기자
  • 입력 2021-05-28 17:21
  • 승인 2021.05.28 18:17
  • 호수 1413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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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고통’에서 죽어 간다”… ‘쓰레기 독립’ 기대하는 인천시
박남춘 인천시장 [뉴시스]
박남춘 인천시장이 12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인천 자체 쓰레기매립지 '인천에코랜드'를 영흥도에 조성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쓰레기 감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20.11.12.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30여 년간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대부분을 처리해 온 인천시가 2025년부터 더 이상 서울·경기도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각자 처리하라”며 “인천 주민들은 33년 동안 악취·오염·소음·분진 등으로 건강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감내해 왔기에 더 이상 주민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쓰레기로부터 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일요서울은 인천시가 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의 실태 및 현황 등을 파악해봤다. 

매립지 인근 주민들 “대기오염·악취·소음 등 피해당해도 모르고 살았다”
인천시 “우리 쓰레기도 이제 안 묻어… 각 지자체가 처리해야”

1992년 인천시에서 처음 문을 연 수도권매립지는 당시 면적이 여의도의 6.7배에 달했다. 총 1685만㎡를 차지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지다. 2000년 제1매립장, 2018년 제2매립장이 수용 한도를 채워 종료했다. 현재 제1매립장은 매립장 위에 조성한 드림파크CC 골프장으로 변모했다. SL공사에 따르면 제2매립장은 최종 복토 후 빠르면 3~5년 이후 공원, 복합 체육 시설, 태양광 발전 시설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현재 인천시가 운영 중인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에서만 처리되고 있다. 2018년 9월에 새롭게 조성된 제3-1매립장은 향후 7년간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약 1450톤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인천시는 현재 사용 중인 3-1매립장 폐쇄를 마지막 숙제로 남겨 놨다.

- 매립지 인근 주민들 이야기 들어 보니

매립지는 냄새 유발물질인 황화수소를 줄일 수 있도록 생활쓰레기와 건설쓰레기를 분리해 매립하는 ‘분리매립공법’을 최초로 도입해 악취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고 했다. 당시 한정수 SL공사 매립관리처장은 “강화된 환경 기준을 준수하며 지역 주민들이 악취나 소음·진동 등으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수도권매립지를 세계 최고 수준의 매립장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 주민들은 쉽사리 와 닿지 않았다고 했다. 인천 검단에 사는 20대 여성 박모씨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악취가 심하게 나는 것은 아니지만 비가 오거나 하면 냄새가 굉장히 심하다”며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장기적으로는 매립지가 집근처에 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매립지 인근 서구에 거주하는 또 다른 주민은 “매립지로 인해 인천시의 공기뿐 아니라 수질도 걱정된다”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걱정된다. 시에서는 괜찮다고 하며 매립지를 지은 것이지만 매우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인천시가 매립지를 폐쇄하겠다고 해서 반가웠지만 서울과 경기도 지역이 반발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인천 서구 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원장 및 사월마을 주민 일동과 수도권매립지 연장 반대 범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4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월마을 주민 한 분이 운명했다. 정부가 제일 큰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어도 그냥 살았고, 온갖 쓰레기를 다 버리고 매립할 때 대기오염과 악취, 소음 등 피해를 당해도 모르고 살았다”며 “인근 주민들은 몇십 년 동안 호흡기 질환 등으로 고통 속에서 죽어 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의회는 “주민들이 인천시와 서구청에 사시사철 외부에 빨래도 널지 못해 건조기와 공기청정기라도 구입해 주면 사는 동안만이라도 조금 낫겠다고 건의해도 예산이 없다, 매립지 특별회계는 사용할 수 없는 계정 항목이라고 했다”며 “이곳이 주거 부적합마을 판정을 받았음에도 도시 개발을 해 준다고 한 걸 순진하게 믿었다. 인천시와 서구청은 제2사월마을을 만들지 말고 당장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반대 투쟁위원회와 주민들이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앞 바닥분수광장에서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반대 주민 총 투쟁 집회를 갖고 버림받은 영흥인의 한과 쓰레기 매립지 반대 서명을 담은 전통꽃상여를 들고 인천시청앞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2020.12.04. [뉴시스]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반대 투쟁위원회와 주민들이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앞 바닥분수광장에서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반대 주민 총 투쟁 집회를 갖고 버림받은 영흥인의 한과 쓰레기 매립지 반대 서명을 담은 전통꽃상여를 들고 인천시청앞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2020.12.04. [뉴시스]

- 인천시 “영흥도 자체 매립지 선정… 주민 수용성 높이겠다”

인천 주민들의 오랜 원성에 인천시는 서울과 경기는 물론 인천시 자체 쓰레기까지 수도권매립지에 묻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과 경기에 현재 수도권매립지 쓰레기 반입 비율은 ▲서울 48% ▲경기 33% ▲인천 19%로 매립지가 있는 인천시의 비율이 가장 낮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30여 년간의 수도권매립지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지난해 말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선언하고 자체 매립지와 소각장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해당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나서 인천시가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2025년 3-1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2024년까지 1400억 원을 들여 옹진군 영흥도에 자체 매립지인 ‘에코랜드(가칭)’를 조성한 뒤 이곳에 인천시의 생활쓰레기 소각재와 불연성 쓰레기 등을 매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종 후보지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상 필요한 행정 절차는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인천 에코랜드 건설을 위해 해당 지자체들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박남춘 인천시장은 자체 매립지인 인천 에코랜드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영흥도 주민들과 만나 “주민들의 걱정은 덜고 기대는 높이기 위해 모든 것을 투명하고 가감 없이 말할 것”이라며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영흥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진 매립 시설 견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1차 수도권 대체 매립지 공모 결과 수도권 기초 단체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선 매립지 조성부지 인근 주민들의 사전 동의를 50% 이상 얻어 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아 보인다. ‘쓰레기 독립’을 선언한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 연장을 고려하고 있는 서울·경기도 간 마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을 제외한 서울과 경기도의 쓰레기를 묻을 대체 매립지 재공모가 시작된다”고 알렸다. 박 시장은 “1차 공모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이런 식이라면 결과는 앞서 아무 지자체가 지원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돼 걱정”이라며 “‘인천 식 친환경 처리’는 우리 지자체가 가야 할 정답이자 해결 가능한 해답”이라고 전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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