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유튜브가 젊은 2030세대의 전유물이라는 말은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종이 시대가 저물고 인터넷에서 유튜브 전성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통 보수층을 대변하는 6070세대가 살아나고 있다. 본지는 2019년 신년기획으로 한국사회의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6070세대를 주목했다. ‘방안퉁수’(숫기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못하고 집안에서만 큰소리치는 언행)라는 타박을 받던 세대가 문재인 정부 들어 ‘행동하는 전통보수’로 변했다. 유튜브 시장에서도 진보 진영을 압도할 정도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인다. 보수의 뉴아이콘으로 떠오른 6070세대를 만나보자.

- 태극기집회 등 ‘구들장 보수’에서 ‘행동하는 보수’로
- 보수 유튜브 구독자 200만 명 ‘추산’… 진보 ‘압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6070세대 인구는 900만 명에 육박한다. 80대 이상까지 합칠 경우 1000만 명에 육박한다. ‘2017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인구 중 노인으로 보는 65세 이상 인구는 14.2%인 711만5000명에 달했다. 6070세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왕성한 사회활동 때문이다. 60대는 아직 노인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촛불집회 이후 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6070세대의 대표적인 단체는 태극기 세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결집력이 높아졌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주말이나 국경일이 되면 어김없이 모여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태극기 세력 주축으로 부상한 ‘6070세대’
촛불이 사라진 광화문 거리를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6070세대가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단순히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철회뿐만 아니라 제도권 정치에도 관여하는 적극성을 띠고 있다. ‘태극기 부대’ 가운데 일부 세력은 최근 자유한국당 입당 운동을 하며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바로 ‘어깨동무’ 운동이다. 이 단체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당에 입당한 태극기 세력이 대략 1만 5000여 명 정도 됐다. 내년 2월 전당대회에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업고 출마가 유력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역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인정했다.
김 전 지사는 “태극기는 대한민국 주류고 뼈대”라며 “한국당에서 바른미래당이 들어오는 건 좋은데 태극기를 빼라는 건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로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책임당원 성격을 놓고 보면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한국당 책임당원은 33만 명이다. 최근 2~3만 명이 입당했다고 들었는데 기존 오래된 책임당원들 역시 태극기 세력인 만큼 친박 성향이 강한 분들이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비박계의 한 인사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태극기 세력이 당원으로 대거 들어와 현재 30만명에 이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극기 세력의 입김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보이지 않게 작용했다. 비박계 복당파 출신으로 김학용 의원과 친박계와 중립 성향의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나경원 의원이 격돌했다. 하지만 결과는 나 의원이 큰 격차로 승리했다. 당시 김 의원은 바른미래당 복당파와 비박계가 지지했고 나 의원은 태극기 세력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내년 2월 치러질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비박계에서 미는 후보가 아닌 친박계가 대표선수로 내민 후보가 당 대표를 가져간다면 태극기 세력은 한국당 내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 부상할 공산도 높다.
6070세대는 보수와 진보가 벌이는 유튜브 전쟁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보수진영에 맞서 유튜브와 전면전을 선언할 정도다.유 이사장은 지난 12월22일 ‘2018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서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 혹세무민하는 보도들이 넘쳐난다”며 “그래서 이런 걸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유튜브 채널 개설에 나섰다. 이어 그는 “팟캐스트만 하는 게 아니고,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더라. 다 한번 정복해 볼까 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수와 고정독자수를 보면 유 이사장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보수진영의 유튜브 영향력이 진보진영을 크게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수치로도 그렇다.
‘진보 전유물’ 유튜브? 보수정당·논객 ‘우세’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구독자 30만5119명, 누적 조회수 약 1억7965만 회), ‘신의 한 수’(33만9583명, 약 1억2045만 회), ‘황장수의 뉴스브리핑’(26만8900명, 약 1억8043만 회) 등은 구독자와 누적조회수 면에서 진보진영 채널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진보진영이 운영하는 채널은 ‘BJ(정봉주) TV’(3만9955명, 약 557만 회), ‘정청래 TV 떴다’ (3만892명, 약 70만 회) 등이 있다. 보수성향 유튜브 상위 17개 채널의 총 구독자가 20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수 채널을 시청하는 다수가 60대 이상 노인층이 주 고정 독자라는 게 정설이다.
이는 한국당 및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을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이 2012년 2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는 현재 구독자가 3만 명 이상이고 누적조회수도 1100만 회에 이른다. 한국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의 유튜브 채널 인기도 높다.
12월 27일 현재 기준으로 ‘김문수tv'는 구독자 14만 5000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최근 개설한 ‘TV홍카콜라'(홍준표)는 13만 명을 돌파했다. 원내에서는 바른미래당 소속의 ‘이언주TV'가 6만5000명에 육박하며 1위를 기록 중이다. 뒤이어 전희경 한국당 의원도 유튜브 구독자 4만 6000명을 넘어서며 구독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처참할 정도다. 개국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민주당 유튜브 방송 ‘씀’채널 구독자는 1만3855명이고 전체 동영상 누적 조회수는 약 7만8000회를 기록 중이다
보수진영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그나마 인기 있는 원내 의원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제기,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위한 ‘유치원 3법’ 대표발의 등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 의원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5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수 논객과 보수 정치인들의 조회수와 고정독자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배경은 6070세대의 적극적인 참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과거 노인세대는 돋보기를 끼고서라도 종이신문을 선호했고 텍스트에 애착을 보였다”며 “하지만 현 6070세대는 종편시대와 유튜브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이 꺼진 광화문, 전통보수 세력이 ‘장악’
이어 그는 “굳이 돋보기 안경을 낄 필요도 없이 휴대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현안에 대해 시청도 할 수 있고 들을 수도 있다”며 “게다가 유튜브의 경우 클릭하고 자신들이 선호하는 채널을 선택해 볼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고 했다.
‘방안퉁수’에서 ‘행동하는 전통보수층’으로의 6070세대의 변화는 그 세대가 겪었던 시대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6070세대의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을 겪으면서 축적된 반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문 정권 탄생과 함께 광화문 광장의 촛불이 꺼지면서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에 6070 세대들이 신봉해온 이념과 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것이 한국당 제도권 정치의 변화를 이끌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간 유튜브 전쟁에서 보수채널이 앞설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6070세대가 이끌고 있는 ‘태극기 세력’의 영향력이 제도권 정치에 적잖은 파괴력이 입증되면서 중도.진보 성향의 노인단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와 기세춘 묵자학회 고문, 한숭동 전 대덕대 총장 등 충남·대전 지역 내 6070세대들을 주축으로 한 여권 성향의 노인단체가 결성됐다.
(사)민주평화노인회는 지난해 8월에 허태정 대전시장,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지역 내 여권 성향 국회의원과 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가졌다. 작년 초 행정자치부 승인을 거쳐 3월에 국회에서 중앙본부 창립대회를 가지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맨 처음 출범한 것으로 태극기 세력에 맞서 전국 조직으로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