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세대 영향’ 50대 ‘386세대’로 확실한 진보 표심 분류
민생 뒷전, 北 문제 혈안된 문재인 정부에 ‘불만’… 보수화 가속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선거철마다 ‘승부처’로 작용했던 4050세대 민심이 ‘보수’로 돌아섰다. 50대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386세대로 그동안 ‘확실한’ 진보층이었다. 이보다 조금 늦게 태어난 40대 역시 연령층 특성상 정치권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40~50대의 긍정평가가 3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부정평가는 50%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현 정부에 대한 이들의 불만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2016년 10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른바 4050세대의 ‘변심’이다. ‘문재인 응원군’이던 이들이 돌아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 원인을 짚어봤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2월 24일과 26일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43.8%로 떨어지면서(12월 3주차 집계 대비 3.3%p↓)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율도 지난 대선 이후 처음으로 30%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5%p 오른 51.6%(매우 잘못함 35.9%, 잘못하는 편 15.7%)로 역시 처음으로 50%선을 넘어서며,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2.2%p 감소한 4.6%였다.
이 같은 지지층 이탈은 40~50대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50대의 경우 긍정평가가 지난주(41.5%) 대비 9.4%p 하락한 32.1%로 나타났고, 부정평가는 62.5%까지 치솟았다.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40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지율이 상당 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 6.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4050 진보성향 분류
지선 때도 文‧與지지
사실 그동안 40~50대는 정치권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다. 진보 성향이 뚜렷한 젊은층이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연령효과’가 나타나는 때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갈대 표심’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다만 현재 50대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경험한 이른바 ‘386세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진보 성향에 치우쳤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정치권의 한 전문가는 “50대는 30~40대와 함께 가장 확실한 진보 성향 표심으로 분류됐다”며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기억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방증하듯 50대의 성향이 지난 6.13지방선거 때도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를 이끈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40대와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60대 사이에 중추 역할을 했던 50대가 문 후보에게 표심을 몰아준 것이다.
40대 고용 ‘참사’ 수준
50대도 ‘빚더미’에 反與
하지만 이 같은 4050세대의 정치 성향이 최근 보수 색채가 짙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변심한 가장 큰 이유로 ‘민생‧경제’ 문제가 지목된다. 문 정부가 복지 확대나 통일 정책에 혈안이 된 동안 부동산‧고용‧임금 등 경제 상황이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이 여전히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은 점이 이들의 불신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의 주축이자 동년배인 ‘386 정치인’에게 걸었던 4050세대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 지난 9월 12일 발표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40대의 고용 감소치는 거의 ‘참사’ 수준이다.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40대는 특히 심각하다. 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만 명, 30대는 7만8000명, 40대는 15만8000명 감소했다. 40대는 도소매나 교육 등 모든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채 상황도 40대와 50대에 타격이 집중됐다. 통계청이 지난 12월 18일 발표한 ‘2017년 중‧장년층 행정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으로 40대와 50대를 포함한 중‧장년층의 절반 이상(55.2%)이 금융권에 빚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0.8%p 상승한 수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50대는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보수 정치권과 멀어졌지만 먹고사는 문제 해결 능력 과 관련해 진보 정치권에서도 마음이 돌아섰다”며 “생활보수형으로 가는 형세다. 50대는 생활현장의 중심에 선 세대이고 자영업으로 넘어가는 이가 많아 경제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제 악화가 지속되면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4050세대에서 나타난 ‘반여(反與)’ 성향이 지속된다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여권으로 완전히 기울었던 판세가 야권 쪽으로 다시 쏠릴 공산도 크다. 여기에 최근 4050세대와 함께 문 정부에 대한 반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20대까지 가세한다면 정부‧여당의 ‘20년 집권론’도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