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씨의 '웃자고 한 얘기'가 웃기는 까닭
김제동 씨의 '웃자고 한 얘기'가 웃기는 까닭
  • 장성훈 기자
  • 입력 2016-10-15 17:29
  • 승인 2016.10.15 17:29
  • 호수 1172
  • 63면
  • 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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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우리나라 정치판이 ‘개그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좀 너무 나갔다. 다름 아닌 김제동 씨 이야기다.

과거 방송에서 군 복무 시절 장군 배우자에게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에 다녀왔다는 김제동 씨의 발언을 문제 삼은 백승주 국회의원이 김 씨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군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그러자 김제동 씨는 “언제든지 협력하겠다. 준비 단단히 하고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며 협박성(?) 응수를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라며 은근슬쩍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김 씨의 국감 출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백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반대했기 떼문이다.

마치 실화인 것처럼 얘기해놓고 문제가 커질 듯 보이자 ‘웃자고 한 말’이라는 김제동 씨도 웃기지만, 연예인이 국감장에 출석하면 ‘공연 무대장’이 된다는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말이나 "김제동 띄워줄 일 있냐"라고 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더 웃긴다. 연예인이 국감에 출석하면 '공연 무대장'이 되는가? 국감장이 진위를 가리는 곳이지 특정인을 띄우는 무대인가?

김제동 씨의 국감 출석은 그렇게 코미디 같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먼저, 김 제동 씨의 국감 출석을 요구한 것 자체가 코미디다. 필자는 한 달 여전 ‘김제동 씨가 말하는 경북(慶北)은 경북(警北)인가, 경북(輕北)인가, 아니면 경북(敬北)인가’라는 칼럼에서 김 씨가 하는 발언은 정치개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김 씨 식으로는 ‘웃자고 하는 말’이 될 것이다. 그의 말을 그저 ‘웃기는 말’로 들은 뒤, 그것이 웃기면 웃고 그렇지 않으면 웃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자체가 웃긴다는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앞으로 김 씨가 하는 발언은 모두 ‘웃자고 하는 말’로 들으면 된다. 본인도 고백하지 않았는가. 웃자고 한 말이었다고. 그러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 되는 것이다.

김제동 씨는 개념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 아무리 ‘웃자고 하는 말’이라 해도, 사실과 달리 얘기해서야 되겠는가. 사실과 다른 ‘웃자고 하는 말’은 거짓말이 되고 만다. 물론 거짓말에는 나쁜 뜻이 없는 ‘하얀 거짓말’이 있기도 하지만, 만일 김 씨의 ‘웃자고 한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발언으로 군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고 생각한 백 의원은 그래서 김 씨의 국감 출석을 요구한 것 아닌가.

김제동 씨도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웃자고 한 말’이라고 했는데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입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동안 했던 발언들도 본인의 뜻과는 달리 모두 ‘웃자고 한 말’이 되게 되었으니 큰 일이다.

그러기에 김 씨는 말을 조심했어야 했다. 특히 말로 먹고 사는 김 씨는 더욱 그랬어야 했다. 김 씨는 그동안 말로 흥했다. 그런데 요즘 김 씨의 말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느낌이다. 거의 선동에 가깝다. 그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해야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것처럼 오도했다. 물론 필자는 그의 이 발언을 그저 단순한 정치개그로 치부한다. 문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김 씨에게 앞으로도 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제동 씨는 '말로 흥한 사람 말로 망한다'는 옛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세 치 혀 잘못 놀려 한 순간에 ‘훅’ 날아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그맨 장동민 씨는 '웃자고 한 말'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을 뻔 했다.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 된다" "X가리 망치로 치고 싶다"라고 했다가 최고가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또 김구라 씨는 2002년 경찰 단속에 반발한 서울 천호동 집장촌 여성들이 국가권익위원회를 찾아 침묵시위한 것을 두고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위안부 여성에 비유한 발언이 10여 년 뒤에 문제가 되어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3대왕 태종이 하루는 측근 중 측근인 이숙번에게 세자에게 선위하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계속 정사에 힘써야 한다”고 제대로 말한 이숙번은 그러나 태종의 다음 질문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럼 언제 쯤 왕위에서 내려오면 되겠느냐" 하자 아무 생각 없이 “나이 50이면 쉬어도 된다”고 했다가 유배를 떠나 결국 유배지에서 쓸쓸하게 삶을 마감했다.

솔로몬 왕의 아들 르호보암도 말 한 번 잘 못하여 나라를 분단국가로 만든 불행한 왕이었다. 백성들이 아버지 때 지워졌던 무거운 세금을 가볍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르호보암 왕은 겸손하게 말하라는 중신들의 충언을 무시하고 고자세로 대하라는 젊은 신하들의 말대로 했다가 나라를 구성한 12지파 중 10개 파가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목도해야 했다. 결국 하나였던 나라가 이스라엘과 유다로 나누어지고 말았다.

높은 사람과 유명 인사만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게 아니다. 말 때문에 부부관계와 자녀와의 관계에 금이 가고, 친구 사이가 멀어지고, 김제동 씨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고발당하기도 한다.

말과 관련한 경구는 널려 있다. 성경에도 있고 불경에도 있다. 김 제동 씨는 지금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자중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이 그동안 한 말을 되돌아볼 때이다. 지난 2012년 김구라 씨는 잠정 은퇴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성숙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했던 시절에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말했던 내용이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입 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장성훈 기자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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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2016-10-16 01:02:09 58.237.42.89
평소 김제동에게 특별한 호감이나 반감은 없었는데 이번 일은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지금껏 해온 행동으로 볼 때 비굴하게 회피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이번 사안만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영창 논란이 시작되었을 당시 '맞습니다. 제가 개그하느라고 좀 과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그게 그리 중요한 사안입니까?'라고 했으면, '역시 김제동답다!!'라고 오히려 호응을 받았을 걸로 본다. 근데 도리어 협박하고, 회피하고 하니, 주변사람들이 '김제동이 왜 저럴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까?

김재한 2016-10-16 02:56:28 223.62.72.201
김재동 문제가잇다본다
핵심은빠뜨리고 다른걸트집잡는다
군고위관부행사 사회보앗것지 고로 포상도받앗것지???그런거다빼고 군영창 말하다 다른거이유대는건 아닌듯 행사 뛰고 포상은 빼고 일한거만 웃기네 ㅋㅋ

오호라 2016-10-15 22:11:59 58.237.42.89
이번 문제의 핵심은 김제동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보다도, 이것이 이슈화되었을 때 김제동이 페어플레이를 하지않고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 '나를 부르면 감당할 수 있느냐?' 등 논점을 피해가는 변명만을 늘어놓았다는 점에 있다. 이는 인간의 기본 도덕성의 문제로, 김제동은 이런 행동이 자신을 흠모하는 청소년들에게 끼칠 악영향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는 자세! 지금 김제동에게는 이 점이 결여되어 있다. 이는 또한 대다수의 국민이 김제동에게 실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호라 2016-10-15 22:22:07 58.237.42.89
김제동에게 묻고 싶다. 앞으로 어떤 자리이든 어떤 사안이든 '웃자고 한 얘기는 거짓인가 진실인가를 판가름할 필요없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근데 김제동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오늘 모가수 콘서트에서 자신의 어머니 경험담을 하면서 '20년전인가 19년전인가 정확해야하는데..', '근데 어머니인지도 모르겠고 제가 엄마라고 부르는 중년여성이 그랬다'라고, 지금 상황을 비야냥거리는 토크를 했다. 참으로 딱한 사람이다.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심각하게 또 부끄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거짓말한게 뭐그리 자랑스러울까??

개그맨후보 2016-10-16 00:29:51 58.237.42.89
유지연씨! 지금은 말이죠. '그의 영창 발언은 개그에 불과했네, 어떻네'하는 것은 논란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핵심은 그게 아니고, 이토록 영창 진위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창을 갔는지, 안갔는지에 대해 시종일관 함구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지요. 만약 김제동이 영창 논란 문제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나름의 방침을 세웠다면 어느정도 이해하는데, 관련 변명을 계속 하면서도, 영창갔는지 안갔는지에 대해서만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라는 것이지요. 간략한 대답 한마디면 모든 것을 종결지을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