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확대 전력평준화 기대와 달리 팀 성적 좌우 부작용도
1998년 처음 도입된 외국인 선수 제도는 2014시즌부터 구단별 외국인 선수를 3명으로 늘렸다. 또 신생팀의 경우 최대 4명까지 영입할 수 있어 올해는 NC 다이노스가 톡톡히 재미를 봤다. 다음 시즌에는 1군으로 진입하는 KT 위즈가 그 혜택을 물려받게 됐다. 이에 따라 10구단 체제가 되는 2015년에는 최대 31명의 외국인 선수가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두산의 니퍼트는 지난달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6-5로 승리하며 시즌 11승째를 챙겼다. 이로써 2011년부터 4시즌 째 뛰고 있는 그는 통산 49승을 마크했다. 이는 2005년부터 두산서 4년간 뛴 맷 랜들과 타이기록이다.
선두권 팀 외국인 선수도 대박
니퍼트는 “기록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영광스러운 기록이지만 현재는 팀 성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못하지만 니퍼트는 올 시즌에도 두산에서 톡톡히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역시 외국인 농사에서 성공한 케이스다.
삼성은 올 시즌 큰 기대 없이 뽑은 내야수 야마이코 나바로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3할대 타율에도 홈런 20개를 훌쩍 넘겼고 2루 수비까지 책임지며 알짜 외국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나바로는 “나와 팀을 위해 계속 응원해 주시고 힘을 주시길 바란다”며 “사랑해주시는 많은 팬들로 인해 행복하고 팬들을 사랑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선발인 밴덴헐크도 올 시즌 12승 2패 평균자책점 3.38로 삼성 선발진의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2, 3위인 넥센과 NC도 성공적인 외국인 선수 운용으로 성적에서 활짝 웃었다. 넥센의 밴 헤켄은 올 시즌 17승을 기록하며 넥센의 중심에 서있다. 특히 그는 세계최고 선발 14연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찰리 쉬렉, 에릭 해커, 태드 웨버로 짜여진 NC의 외국인 선발 트리오는 리그 정상급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4번타자 에릭 테임즈는 지난달 24일 시즌 첫 100타점을 기록하며 타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도 외국인 선수를 놓고는 꼴찌가 아니다. 최근 앤드류 앨버스와 라이언 타투스코는 깜짝 3연승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되면서 막판 반등에 힘을 내고 있다.
맘고생 롯데, 부상에 손 놓은 LG
반면 4위 자리를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들은 외국인 선수들을 놓고도 애를 먹고 있다. 최근까지 4위 자리를 지키다가 무너진 롯데 자이언츠는 외국인 선수 때문에 맘고생이 심하다. 롯데의 큰 근심꺼리는 외국인 거포 루이스 히메네스. 그는 한 달 동안 경기에 뛰지 않은 채 구단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히메네스는 왼족 무릎 부상을 핑계로 웨이버 공시(계약해지) 시한을 넘기자마자 드러누웠다. 일각에서는 태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김시진 롯데 감독은 “히메네스가 돌아와도 문제”라며 단단히 화가 나 있다. 김 감독은 예전처럼 홈런을 펑펑 치는 히메네스가 아니라면 필요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물증은 없지만 태업을 하는 데 대한 괘씸죄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사용한 LG 트윈스는 외국인 좌투수 에버렛 티포드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고 좌타자 브래드 스나이더도 부상으로 빠지면서 코리 리오단 한 명만 운영하는 1인 외국인 선수 체제로 바꿨다. 4강 진입을 코앞에 놓고 갈 길 바쁜 LG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딜레마 KIA, 외국인 O명 SK
KIA 타이거즈 역시 교체 카드를 썼지만 외국인 선수 딜레마에 빠져있다. 외국인 타자 블렛 필은 중심타선에서 좋은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코칭 스태프는 외국인 선발투수가 등판할 때마다 필을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이는 마무리 투수인 어쎈시오를 염두에 둔 조치지만 올 시즌 어센시오가 등판한 38경기 중 외국인 투수가 선발이었던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했다.
SK는 루크 스캇과 조조 레이예스를 퇴출한 데 이어 마무리로 전향해 좋은 투구를 이어가던 로스 울프가 마저 가정사로 내보내면서 올 시즌을 함께 시작했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나게 됐다. 이만수 SK 감독은 “지금 있는 선수들로 경기를 꾸려가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난처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 농사의 성공 여부가 팀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상위팀들은 활짝 웃은 반면 하위팀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에 당초 확대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야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올 시즌 외국인 보유 한도가 3명을 늘어나면서 전력 평준화를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몇몇 팀의 외국인 선수의 활약과 부진이 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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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