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5] 기능부전 새정치연합 언제까지 봐줄까?
[알쏭달쏭 정치이야기-5] 기능부전 새정치연합 언제까지 봐줄까?
  •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 입력 2014-09-01 12:38
  • 승인 2014.09.01 12:38
  • 호수 1061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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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자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시험관 아기도 대리모 출산도 불가능한 상태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사퇴한지 꼭 한 달이 지났다. 그들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박영선 원내대표는 130석 거대야당의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중이다. 국민공감혁신위원회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포장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아직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넘버2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무총장을 비롯해서 전략홍보본부장, 대변인 등 핵심당직은 물론이고, 민주정책연구원장에 대해서도 인사를 단행하는 등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은 차곡차곡 수행중인 것 같다.

원내대표로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두 번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청와대와 광화문, 국회예결위회의장, 시립병원 등을 동분서주하는 와중에서도 가히 초인적인 힘으로 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선 원내대표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매우 짜다. ‘가관이다’, ‘점입가경이다’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지 조소하며 관망하는 시각이 주류다.

필자는 현재와 같이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국민과도 소통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통치하는 상황에서는, 야당이 유능해야 국민의 고통이 조금은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을 조소하면서 바라볼 여유는 없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이 ‘갈수록 태산’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신체에 비유한다면 심각한 기능부전에 빠져있다. 심부전, 신부전, 간부전, 호흡부전 등 모든 기능이 정상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일부는 부전의 상태를 넘어 정지의 상태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당내 책임윤리는 실종된 지 오래고, 전략은 당의 재건이 아닌 당내 반발을 억누르기 위한 방편으로 짜여 지고 있으며, 나홀로 리더십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130명의 국회의원은 오로지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한 ‘작은 정치인’의 길로 매진하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명제를 몸소 실천 중이다.

“세월호특별법”의 출구전략 찾기에 나선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느닷없이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를 수용하라고 새누리당에 촉구했다. 청와대 앞에서는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대통령이 응답하고, 단식 중인 김영오씨를 면담하라고 요구했다. 국회예결위회의장에서는 밤샘 농성도 시작했다. 청와대는 무응답으로 응답했고 새누리당은 즉각 거부했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스타일이 구겨져야 할 상황이지만, 이제는 그 정도로 스타일이 구겨지지는 않는다.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신 반응을 보인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15인의 결사대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이 “국회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연판장을 돌리고 15인이 서명하여 세간에 공개한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를 감싸려면 확실하게 감싸던지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용을 유추해서 음미해보면, 장외투쟁을 유도하는 당내 강경파들이 있는데 이들의 말을 듣고 장외투쟁을 벌이면 국민과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 같다. 이러한 15인의 행동에 대해 보수언론과 종편들은 대대적인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에 고무된 15인은 점점 더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필자가 보기엔 그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는 것, 즉 착각은 자유임이 맞는 것 같다.

어쨌든 필자는 15인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스스로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새정치민주연합에 작은 논쟁거리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소개된 15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정말 중증 같다. 우리 당의 구조적 한계의 문제다. 우리나라를 개조하는 것과 우리 당을 개조하는 것, 어느 일이 더 실현 불가능할까”(황주홍 의원). “작년에 그렇게 나가지 않겠다던 김한길 당 대표를 장외로 끌고나가 어떻게 됐느냐? 결국 얻은 것도 없이 들어오지 않았느냐”(변재일 의원). “왜 내가 만난 국민과 의원들이 만난 국민이 다르냐? 유가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 목소리다”(백군기 의원).

이제 명확하다. 이 정도 자신의 언동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이들 15인이 힘을 합쳐 당내 강경파와 정면 대결을 하던지, 그러한 강경파에 휘둘리는 리더십의 문제를 드러낸 박영선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던지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말없는 다수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당내 권력투쟁을 통해 당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노사임금 단체교섭에서도 결과물이 노조 총회에서 부결되면 그 노조 지도부는 책임을 진다” 한국노총 출신의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박영선 원내대표를 빗대어 한 말이다. 이미 밑천을 드러낸 박영선 원내대표는 왜 자리에 연연해하는 것일까? 원내 130석의 거대야당을 홀로 지도하고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다.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대권주자 여론조사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정치적 위상이 몇 단계는 수직상승했다. 그렇지만 “세월호특별법” 정국에서 위기를 맞이했다. 이 상황에서 물러나면 불명예 퇴진이다. 무능력으로 불명예 퇴진하게 되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든 현 상황을 타파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8월 4일 박영선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서 ‘무당무사’라는 말을 남겼다. 즉 ‘선당후사’를 하라는 말이다. 자기는 죽더라도 당을 살려야 하는데 역시 자기 일이다보니 쉽지 않은가보다. 작금의 박영선 원내대표는 브레이크 없이 비탈길을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자동차와 같다. 정부여당이 맞은편에 있지만 자동차를 세우려 하기보다는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면 상황은 “끝”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1-3월에 열릴 것으로 생각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는 없다. 이것은 새정치민주연합 130명만 모르는 진실이다. 2007년 대선패배, 2008년 총선패배 이후의 민주당은 스스로 불임정당임을 자인했다. 현재의 상황은 그 때보다 더 심각하다. 시험관 아기를 얻기도, 대리모 출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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