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질적인 수주액 낮추기로 반복된 영업손실 발생
선박 인도 앞두고 유동성 미리 끌어당겨 쓰기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조선업계의 먹구름이 걷힐 줄 모르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의 갑작스러운 부채 증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호주 이시스와 나이지리아 에지나와 같은 해양 프로젝트의 부실도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게 했다. 반복된 수주금액 낮추기로 매번 공사원가 손해를 보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삼성중공업의 부채총액이 반년 만에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의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부채총액은 12조7493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11조5814억 원에 비해 1조1679억 원 늘어난 수치다.
들여다보면 단기차입금만도 2조236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015억 원이나 많아졌다. 삼성중공업이 상반기 차입한 6091억 원 중 대부분이 모두 단기차입이었던 셈이다.
또한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98.1%에서 225.6%로 상승했다. 부채총액이 많아진 와중에 순손실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호주 이시스·나이지리아 에지나 손실
일단 삼성중공업이 단기차입을 늘린 이유는 하반기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를 염두에 둔 것이다. 덩치가 큰 드릴십이나 LNG선과 같은 선박을 건네주고 대금을 받으면 유동성이 해결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유동성을 미리 확보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변수가 없다면 삼성중공업의 선박 인도가 끝나는 시점에는 1조 원 내외의 현금이 확보된다. 통상적으로 조선업계는 수주대금의 60%를 선박이 인도되는 시점에 지급받고 있다.
또한 호주와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용도 유동부채 증가에 한몫했다. 호주 이시스 CFP와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 등 사업장에 들어가는 자금은 삼성중공업의 부채총액을 증가시켰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이들 사업장의 공사원가가 기존 수주금액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공사손실충당금을 5156억 원으로 잡았다. 예상 손실은 7600억 원 중 3분의 2 가량을 미리 선반영한 것이다.
이는 매출원가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지난 1분기 영업손실 3625억 원이라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후 2분기에는 시장 예상치를 넘긴 영업이익 2623억 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빅배스인 셈이지만 실적을 호평받기에는 충분했다.
현재 조선업계에서는 해외 사업장의 잠재된 부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고질적인 수주액 낮추기로 반복된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탓이다. 이는 삼성중공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본격적인 정상화를 위한 전제 조건은 명확하다”며 “이시스 등 해양공사의 공정 속도를 높여 매출을 만회하고 에지나 공사의 나이지리아 현지 작업 정상화를 통한 해양부문의 수익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분기 이익 안정감은 확보했지만 저수익 공사 매출 비중이 늘어나 높은 수익성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수주부진이 지속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환경이 개선되는 4분기에는 추가적인 주가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희망퇴직 및 권고사직 논란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서도 삼성중공업이 그룹 미래전략실로부터 전 부문에 걸친 경영진단을 받는 것에 주목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영진단은 2002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이를 두고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달 인력조정 계획이 없다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 바 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중공업이 50대 이상의 생산직과 사무직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제 퇴직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내부 관계자는 “일방적인 인력감축과 사업부문 조정 움직임이 팽배한 가운데 상반기 손실까지 겹쳐 우려가 많다”면서 “노조가 없는 삼성 특성상 법적으로 노동3권을 보호받지도 못한 채 노사협약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