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동창생에 대출 입김 의혹
사측 “검찰서 혐의 없어 종결된 사안”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지난 4월 김종대 전 대표이사의 구속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금호종합금융(현 우리종합금융·이하 금호종금) 부실대출 의혹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몸통이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당사자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 박세창 부사장으로 알려지고, 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진위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7월 16일 서울 남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종택)서 열린 3차 공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변호인단이 이날 증인으로 나선 금호종금 기업금융팀 직원(H사 대출을 위해 사전검토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에게 “검찰조서를 보면 ‘H사 대출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압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진술이 있다. 박세창 부사장과 H사 회장 아들 J씨 간 친분관계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나”라고 물었다.
진짜 ‘몸 통’은
이어 변호사는 “박 부사장과 H사 회장 아들의 관계는 알고 있었나”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선 직원은 “나한테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 (박세창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사전검토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알았다. 하지만 김종대 전 대표가 H사 대출건을 쉽게 거절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우리가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재판과정서 부실대출과정에 그룹 황태자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도 J씨와 박 부사장이 초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혹에 신빙성을 더했다.
더욱이 박 부사장이 올 초 서울남부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박 부사장은 현재 주력계열사 중 한 곳인 금호타이어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만큼 그룹 황태자로서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기에 그에 쏠린 시선은 어찌보면 당연시됐다.
당시 박 부사장은 그룹 전략경영본부의 이사였다. 때문에 그의 말이 대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무행정가는 “대출은 누구든 소개할 수 있다. 법적 절차를 밟아 추진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람의 지위여하에 따라 대출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박 부사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만큼 검찰 수사가 바르게 진행되기 바란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친한친구끼리 급전이 필요하면 이야기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박 부사장 외에 다른 친구에게도 급전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고 했다. 대출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잘못된 사실이다"라고 부인했다. 당시 계열분리된 상태라 영향력을 행사 할 위치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검찰수사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출과정에서의 개연성이 제기되는 만큼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호종금은 2007년 금호그룹에서 분리돼 우리금융그룹 산하 PEF인 우리사모투자전문회사로 편입되었다가 2013년 해당지분을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해 우리금융그룹으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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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