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햄버거빵, 롯데제과가 공급?
롯데리아 햄버거빵, 롯데제과가 공급?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9-01 10:58
  • 승인 2014.09.01 10:58
  • 호수 1061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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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시장 장악 안된다” 중소 제빵업체들 큰 반발

“중기 적합업종 지정…동반위 권고안 악용한 꼼수”
상생 위한다던 베이커리 사업철수 선언은 어디로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롯데리아(대표 노일식)가 햄버거빵을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제과로부터 납품받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햄버거빵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이기 때문에 중소제빵업체들이 “대기업의 시장 장악 시도” 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2012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베이커리 사업을 접었던 과거가 있어 또 다른 방법의 베이커리 사업 진출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 일어나 롯데그룹의 의도적인 행보라는 시선도 많다.


앞으로 롯데리아의 햄버거빵 수요 절반가량은 롯데제과가 책임지게 됐다. 롯데제과는 수원공장에 햄버거빵 제조 설비를 들여와 이르면 11월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문제는 햄버거빵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이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를 통해 같은 그룹 계열사이자 대기업인 롯데제과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진출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제과가 지난해 3월 상생협의에서 신규 공장 설비를 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리 신규 공장 설비를 추진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불거졌다. 롯데그룹 차원에서 매출 증가를 위해 롯데제과의 햄버거빵 사업을 밀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베이커리 사업 꼼수 진출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씨가 2012년 골목상권 침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베이커리 사업을 접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는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정책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국민 여론에 부응하기 위해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수한 브랜드 ‘포숑’ 외의 다른 계열사인 롯데브랑제리가 빵 사업을 지속해 또 한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롯데의 빵 사업 철수 선언이 사기였다는 비난을 샀다. 현재 롯데브랑제리는 지난달 1일 롯데제과에 합병된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롯데제과의 롯데브랑제리 합병과 햄버거빵 시장 진출이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롯데의 행보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실효성을 무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일감몰아주기 금지 정책에서도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본 것이다.

중소업체도 검토 중

이 같은 논란에 롯데 측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물량 및 단가 등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중소업체들이 현실적으로 없다”면서 “권고안에도 프랜차이즈 공급은 대기업이 담당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SPC계열사인 삼립식품으로부터 공급받던 물량을 롯데제과와 나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조건에 맞는 중소업체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제과제빵협동조합 등 중소제빵업체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 자체에 도의적인 문제가 있다는 시선이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설비를 이전하든지, 공동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권고안의 허점을 악용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안은 대기업에게 일반 소매점 등을 대상으로 한 사업축소, 군납시장 확장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단, 기타 대형 유통망이나 기존 프랜차이즈 공급 등은 대기업이 담당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악용했다는 주장이다.

중소제빵업체들은 ‘기타 대형 유통망이나 기존 프랜차이즈 공급 등은 대기업이 담당한다’는 내용이 이미 진입해 있는 대기업일 경우에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이지 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더욱이 이 같은 논란이 햄버거빵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을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도 롯데의 의도적인 행보라는 시선이 많다. 대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받아 운영되는 동반위원회에 롯데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햄버거빵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은 9월까지다. 이처럼 각종 논란이 무성한 가운데 롯데와 중소기업들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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