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군·H양·S양 등 강제전학·폭력써클 논란
“사실 아니다” VS “청소년에 악영향… 주의해야”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일진’(학교폭력의 주범) 출신 아이돌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돌은 10대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진 논란이 있는 아이돌 멤버를 편들어주기 위해 “담배 피거나 술 마시시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진 출신 아이돌 이대로 괜찮을까.
90년대 아이돌 일진설은 주로 출처 없는 소문으로 떠돌았다. 아이돌 멤버가 다닌 학교를 중심으로 퍼졌지만 크게 논란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확인되지 않는 수많은 소문 중 하나로 취급될 뿐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연습생 시절부터 괴롭힘을 당하는(또는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그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놓았다가 연예인 데뷔와 동시에 웹 사이트에 퍼트리기 때문이다. 최근 데뷔한 그룹 위너의 멤버 남태현도 논란의 주인공이다.
실수로 발 밟자 욕하며 발차기 날려
지난 8월 초 데뷔와 동시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괴물신인’ 위너의 멤버 남태현이 일진 논란에 휩싸였다. 동창들이 남태현의 폭행·흡연 등을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고등학생 때 같은 반이었다던 A씨는 “(남태현이)수업 안 들어오고 왕십리 롯데리아에서 담배피고 학교옥상에서 담배 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친구가 남태현 신발을 실수로 밟았더니 쌍욕하면서 발차기로 한 대 때렸다”고 증언했다. 그 밖에도 “생일인 같은 반 친구를 생일빵이라며 엄청 때렸다”, “담배를 수시로 피우고 오토바이 타고 다녔다” 등의 동창 증언이 계속됐다. 그러나 웹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보니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었다. 일진으로 봐야한다는 의견과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남태현의 강제전학 사실이 알려지자 ‘일진이 확실하다’는 주장이 우세해졌다. 남태현이 2009년 미니홈페이지에 직접 올린 ‘나 전학가려고 한 학교에서 안 받아줘서 완전 꼬였다. OO에서 다시 안받아주면 완전 멀리 (전학)가게 된다’라는 내용의 글이 공개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학교에서 전학생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남태현의 행실에 대한 의문을 품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동창이 “남태현 일진설은 과장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동창은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는 했는데 남태현은 착했다”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남태현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일진 친구들 있지만 문제를 일으킨 적 없다”
사실 아이돌 일진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육지담과 송유빈도 일진 논란에 휩싸였다. 육지담은 테이블 위에 담배가 올려 있는 과거 사진이 공개됐고,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증언도 이어졌다. 송유빈 또한 호프집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두 사람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걸그룹 애프터스쿨 맴버 나나도 맥주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며 일진설이 떠돌았다. 이에 나나는 직접 방송 프로그램에서 “고등학교 때 놀았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씨스타는 그룹 전체에 일진 논란이 있었다. 다솜은 ‘너 담배는 끊었어? 이제 애들은 안 때리고?’라는 동창의 댓글을 보고 ‘미안해. 나한테 서운하거나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면 풀어줬음 좋겠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알려져 일진 논란에 힘이 실렸다. 소유도 중학생 시절 술 마신 사진이 공개됐다. 이에 씨스타는 “DJ DOC와 어울리다 보니 일진이라고 소문이 났다”고 해명했다. 티아라 효민은 폭력써클 ‘금옥연합’의 멤버였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밖에도 카라 강지영은 데뷔와 동시에 ‘파주퀸’이라는 루머에 휩싸였다. 미니 홈페이지에 썼던 욕설들이 문제가 됐다. 이에 강지영은 “친구들이 잘나가는 아이들이었다”면서 “남의 돈을 뺏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해명했다.
“불량학생 좋아하는 꼴… 지켜보기 답답하다”
사실 아이돌을 둘러싼 일진설은 사진이 공개된 몇 명을 제외하고는 실체가 없다. 동창생들의 증언은 언제든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 모두 거짓이라고 배척할 수는 없지만 아무 증거 없이 비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담배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된 아이돌은 일진설에 무게가 실린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10대 팬들의 ‘편들기’가 시작된다. “학생 때 한 번쯤 흡연을 하거나 음주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힘든 연예계 생활을 버티기 위해서는 정신력이 강한 일진 출신들이 아이돌로 뽑힐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진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에 열광하는 자식들을 보는 부모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혹시라도 아이돌의 과거 행동을 똑같이 할까 봐 겁도 난다. 중학생 2학년 딸을 둔 박모(45·여)씨는 “딸이 B모그룹 팬클럽 회원이다. 팬클럽 활동을 반대하지 않았는데 최근 B그룹이 불량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래서 딸한테 말했더니 오히려 나한테 화를 냈다. 혹시라도 나쁜 행동을 배울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38·여)씨도 “직장에서 딸이 좋아하는 그룹에 일진 출신이 있다는 말을 듣고 집에서 바로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데 딸이 오히려 담배피고 술 마시는 건 요즘에 문제도 아니라고 대답해서 충격을 받았다. 혹시 밖에서 그러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돌 일진 논란은 기획사 관계자들에게도 고민거리다. 오디션을 볼 때 지원자의 학교생활을 알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힘들게 데뷔시킨 아이돌이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요즘 연예 기획사들은 아이돌 멤버 인성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인성·성교육·자기 관리 교육은 물론이고 데뷔 전 봉사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기도 한다. 어느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데뷔 후 과거와는 바뀐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돌이 많다”면서 “앞으로 변해가는 모습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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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