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국내 기업 34 - KFC] 두산 사업조정 끝…유럽계 품으로
[간판만 국내 기업 34 - KFC] 두산 사업조정 끝…유럽계 품으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9-01 10:55
  • 승인 2014.09.01 10:55
  • 호수 1061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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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캐피탈파트너스에 지분 100% 매각

식품사업 손 떼…중공업 중심 사업 재편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서른네 번째로 치킨브랜드 KFC다.


KFC(Kentucky Fried Chicken)는 미국에 본거지를 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얌! 브랜드’의 자회사이며, 국내에서는 두산그룹이 운영권을 갖고 있던 회사다. 치킨(닭튀김) 메뉴로 특히 유명하며,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체인점이다. 현재는 치킨 외에도 치킨버거, 감자튀김, 비스킷, 타르트 등 다양한 메뉴를 함께 취급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KFC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켄터키 주에서 닭튀김을 팔던 커널 샌더스가 맛을 구상해 냈으며, 피터 허먼과 손을 잡고 1952년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란 이름으로 첫 점포를 냈다. 본사는 켄터키 주 루이빌에 있으며, 현재 전 세계 KFC 매장은 1만 개를 넘는다.

국내에는 1984년 두산그룹과의 합작으로 들어오게 됐으며, 서울 종로에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첫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미국 본사에서 약칭인 KFC가 주목받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글로벌 브랜드에 맞춰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과 현재의 KFC를 병행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명칭은 빼고 KFC라는 영문 이름만 쓰고 있다.

외식 산업 확대와 함께 매장수가 계속 늘어나 2001년 전국에 237개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후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점포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3년 209개, 2006년 170여 개, 2010년 130여 개로 감소했다.

결국 지난 6월 두산그룹이 운영하던 ‘KFC’는 유럽계 사모펀드인 CVC캐피탈파트너스에 매각되는 고초를 겪게 됐다. 두산은 이 시기 “자회사 DIP홀딩스가 보유중인 SRS코리아 지분 100%를 CVC에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며 “매각 규모는 1000억 원으로 빠른 시일 내로 양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라고 공시했다.

KFC는 두산그룹 자회사 SRS코리아의 외식사업부로 두산 소유 특수목적회사(SPC)인 DIP홀딩스가 SRS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했었다. SRS코리아는 2004년 두산으로부터 물적 분할됐으며 산하에 버거킹 사업부와 KFC 사업부를 두고 있었다.

이후 두산은 지난 2012년 사모펀드 보고펀드에 버거킹 사업부를 매각해 KFC 사업부만 갖고 있었다. 두산그룹은 버거킹을 매각한 후 줄곧 KFC 매각도 시도했으나 그간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관심을 보인 커피 전문 업체 할리스를 비롯해 국내외 사모펀드 등과 협상했지만 최종 매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결국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CVC와 개별협상을 벌여왔고 최근에서야 그 결실을 맺었다.
이번 매각으로 두산그룹은 그룹의 시초 사업인 외식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중공업 중심의 사업 재편 작업을 마무리하게 됐다.

중공업 회사로 변신

1995년 창업 100주년을 맞으며 소비재 중심 사업구조를 중공업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한 지 9년 만이다. 2012년 버거킹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지 2년 만이다.

2001년 당시 그룹을 이끌던 박용성 회장은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했다.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회사(B2C)에서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회사(B2B)로 단시일 내 탈바꿈하기 위해 두산이 택한 방법은 M&A였다. 1997년 음료 사업부문을 미국 코크사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OB맥주, 전분당 사업, 종가집김치 등 그룹의 뼈대를 이루던 식품·소비재 관련 사업을 줄줄이 매각했다. 1996년부터 두산그룹이 판 주요 사업부만 15개다.

알토란같은 사업을 판돈은 고스란히 미래 사업을 사들이는 데 투입했다. 외환위기를 넘기고 난 2001년부터 시장에 나온 매물을 꾸준히 사들였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 미국 밥캣 등 대부분이 중공업 분야 핵심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었다.

최근엔 룩셈부르크의 인쇄회로기판 관련 원천기술 보유 업체 서킷포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12개 회사를 사들이는 데 쓴 돈은 8조원(단순 합산)에 이른다. 결국 두산은 그룹 사업조정을 위해 10년 넘게 추진한 식음료 사업 정리 작업을 마무리했다. 두산그룹 측은 “외식사업은 두산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와 맞지 않아 그동안 매각작업을 추진해왔다”며 “두산은 외식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인프라지원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두산그룹이 중후장대형 종합 중공업그룹으로 더 성장한다는 전략이 숨은 것으로 재계는 풀이하고 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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