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 방향 잡힌 여론을 돌리기 힘들었다” 남편 실토
“아내 죽음 원인은 외도 아니다…유가족 측서 이용한 것”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지난해 9월 웹 커뮤니티에 ‘불륜녀 때문에 죽음을 택한 로스쿨생의 억울한 사연’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사법연수원에 다니는 A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불륜을 저질렀고, 내연녀인 C씨는 부인 B씨에게 간통 사실을 밝히고 자신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보내며 괴롭혀 결국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이 알려지자 큰 파장이 일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B씨 사망 후 예물과 B씨의 유품 등을 판매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A씨는 결국 사법연수원에서 파면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법원은 B씨의 외도를 인정하고, B씨의 죽음과 A씨의 외도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결했다. 반전의 내막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왜 지금까지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일요서울]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의 어느 카페에서 A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판결문과 A씨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풋풋한 대학생이던 2005년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은 2011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A씨의 부모가 B씨와의 결혼을 반대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A씨가 부모와 연락을 끊고 B씨와 혼인신고를 하자 A씨의 어머니는 B씨에게 심한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양측의 외도 발각
두 사람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11년 5월 B씨의 어머니가 마련해 준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B씨는 혼인신고 이후 나이트클럽 등에 출입하면서 다른 남성들과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고 같은 해 8월부터 혼인 사실을 숨긴 채 D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8월 A씨도 혼인사실을 숨긴 채 같은 연수원생 C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A씨는 C씨에게 기혼사실을 고백했고 4월에 두 사람의 관계를 정리했다. 이에 화가 난 C씨는 5월 초 B씨에게 내연 사실을 폭로했다. B씨는 A씨의 외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C씨에게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증거로 받았다.
A씨는 “4월 말에 연수원 공부과정이 마무리되고 6월부터 시보에 들어갔다”면서 “일이 없었던 5월에는 집에만 있으면서 B씨가 시키는 일을 다 했다. B씨는 나에게 돈을 요구했고 많이 괴롭혔다. 인간적으로 많이 비참한 대우를 받았다. 그렇지만 너무 미안해서 계속 사과했다”고 말했다. A씨의 스마트폰도 B씨가 가져갔다. 그러나 A씨의 스마트폰은 B씨의 외도가 발각된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B씨는 A씨의 휴대전화로 웹 사이트에 접속했고 자신의 이메일을 로그인 해놓은 상태였다. A씨는 한 달 뒤인 6월 초 휴대전화를 돌려받고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B씨의 이메일을 확인하고 외도 사실을 알게 됐다. B씨가 D씨와 주고받은 문자, 사진 등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B씨는 그때까지 D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A씨는 “제발 이 사람과의 관계가 이전에 끝났기를 바랐다. 지금까지 만나고 있었다면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이 너무 미울 것 같았다”면서 “그러나 B씨는 그때까지 D씨를 만나고 있었다. B씨는 나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와 B씨 모두 많이 혼란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B씨의 외도가 발각된 6월부터 스스로 세상을 떠난 7월 31일까지 50여 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서로의 생각이 계속 바뀐 것이다. A씨는 “B씨가 수면제에 의지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면서도 “그러나 장모가 계속해서 B씨와 이혼하면 연수원에서 쫓겨나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장모의 괴롭힘이 너무 심해서 6월 중순부터는 (신혼)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6월25일 법원으로 가 협의이혼을 신청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서로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A씨는 “B씨는 내가 결혼생활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장모의 협박 때문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면서 “연수원 수료가 끝나면 자신과 이혼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연락을 하지 않으면 자신과 이혼하려나보다 생각하고 엄마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B씨는 지난해 7월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없었다.
“예물·유품 판매 억울해”
지난해 9월 ‘사법연수원생 불륜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B씨의 유족 측은 A씨가 C씨와 함께 예물로 받은 시계와 B씨의 유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기정사실화 됐고 두 사람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시계 판매글은 지난해 5월에 올린 것이다. 외도가 발각되고 나서 장모가 빚 청산하라며 시계를 판매할 것을 종용했다. 누리꾼이 판매글을 캡쳐한 것이 9월이다. 그런데 그것이 9월에 팔았다고 기정사실화 됐다”며 “또 C씨가 B씨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서 판매하려고 글을 올렸다는 주장도 말이 되지 않는다. C씨는 B씨의 사망 전 자신이 올린 판매글을 8월에 똑같이 올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내가 하지 않은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장모는 예물시계를 사준적도 없다. 그 시계는 장모 만나기 전에 내가 구입한 시계”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어머니가 억대 혼수를 요구하고 B씨를 계속해서 괴롭힌 것은 사실일까. 재판부는 A씨의 어머니가 2011년 11월29일부터 2012년 1월3일까지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 B씨를 저주하고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B씨가 사망하기 1년6개월 전에 보낸 것으로 B씨의 자살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억대 혼수를 요구했다는 증거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두 사람은 지난해 초 서로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해요”, “새해 건강하고 네 모든 소원이 이뤄지길 간구한다”면서 서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A씨는 “B씨 사망 후 장모가 원하는 대로 돈을 주지 않으면 연수원에 진정을 넣어 수료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다”며 “우리 아버지는 아들 인생을 망치겠다며 협박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A씨와 장모는 8월19일 ‘A씨의 부친 소유의 아파트 소유권을 장모에게 이전하고 10월31일까지 5천만 원을 지급하며, 연수원 수료 후 소득이 생기는 시점부터 154개월 동안 매월 200만 원씩 지급하되 장모 측은 A씨의 외도 등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고 A씨 부친 소유의 아파트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장모가 9월2일 피켓 시위를 함으로서 A씨의 잘못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A씨 측은 지난해 11월 아파트 소유권 이전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승소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가 사망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면서 “이에 장모 측을 공갈협박 혐의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154개월 간 200만 원씩 지급”
처음 이 사건은 A씨와 C씨의 외도로 인해 B씨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졌다. A씨는 “(당시에는)기자들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한번 방향 잡힌 여론을 돌리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B씨 스스로도 다른 남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 온 경우에는 남편의 외도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나머지 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 역시 “B씨가 내 외도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는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도 나의 외도 때문에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B씨가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계속 옆에 있어주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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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