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애경 ‘유령 경품 행사’ 파문
[소비자고발] 애경 ‘유령 경품 행사’ 파문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9-01 10:12
  • 승인 2014.09.01 10:12
  • 호수 1061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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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 할 곳 없는 ‘60주년 잔치’ … 신뢰도 추락

고객사랑·믿음 강조 이미지 타격
사측 “사실과 다르다” 적극 해명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애경(회장 장영신)이 경품 사기극 파문을 일으킨 홈플러스와의 닮은꼴 행보로 소비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창립 60주년 경품 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할 곳을 만들지 않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러다 홈플러스 측의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수습에 나섰다는 의심도 샀다. 이에 애경 측은 “알려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추석 대목을 앞두고 구설수에 휘말린 만큼 애경이 입을 이미지의 타격은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잔칫날 먹구름이 끼어버린 애경의 속사정을 [일요서울]이 들여다봤다.


추석을 앞두고 일어난 유령 경품 행사 논란에 소비자들은 적잖은 배신감을 느낀 모양새다. 고객의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말과 행동이 달랐다는 지적이다.

애경은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애경 온라인 총판대리점인 ‘파워샵(www.akeshop.co.kr)’에서 자동차와 해외항공권, 상품권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행사의 응모 기간은 지난 7월 1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다.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오픈마켓을 비롯한 온라인몰에서 애경 공식총판 로고가 있는 상품을 구매하고, 애경 60주년 월간소식지를 받은 다음 각각 다른 월에 구매한 경품쿠폰 3장을 모아야 가능하다.

그런데 응모할 곳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애경의 60주년 잔칫날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행사는 진행하면서 응모할 곳은 알리지 않는 ‘유령행사’로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경품 행사가 반복 구매를 통한 쿠폰 적립 방식을 이용한 만큼 소비자들의 구매만 유도할 뿐 그 뒷일은 모른척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고객센터 게시판을 통해 응모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애경 측은 ‘어디에’ 응모를 해야 하는지 묻는 소비자에게 쿠폰 발급 방법, 행사 내용만을 설명하는 것에 그쳤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지속되자 애경 측은 홈페이지를 리뉴얼하고, 공지사항을 통해 이벤트 참여 방법에 대한 공지사항을 다시 올리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홈플러스가 사기 경품 논란으로 파장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타사의 논란에 놀라 부랴부랴 뒷수습을 했다는 것이다. 즉 홈플러스가 경품 사기 논란으로 이미지 하락,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자 태도를 바꾸는 꼼수 부렸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말 경품 미지급, 당첨자 조작 등이 밝혀지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리뉴얼, 이벤트 참여 방법 공지사항을 행사를 시작한 7월 1일이 아닌 8월이 돼서야 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행사를 제대로 알리고, 경품을 지급할 마음이 없었다는 의심을 샀다.

한 소비자는 “경품 행사에 참여하려고 해도 그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도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애경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애경의 한 관계자는 “알려진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의혹을 일축시켰다.

소비자 마음은 어디로

해당 관계자는 “응모와 관련된 게시판은 지난 3월부터 존재했다”며 “홈페이지 첫 화면에 팝업창을 통해 신청게시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뒀으나 이를 찾지 못한 소수 소비자들의 불만이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불만도 리뉴얼 작업을 통해 지난 7월 25일에 개선시켰다. 그런데 그 이후인 30일에 홈플러스 경품 사기극 보도로 일어난 논란을 애경의 경품행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애경의 공지사항 보완 작업은 홈플러스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애경 측은 지난 3월에 올렸던 공지글을 삭제한 상태며, 지난 2일 공지사항을 보완한 올린 글만이 최종적으로 남아있다. 또 “홈플러스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경품행사였지만 애경은 뉴스지를 받아보는 회원들로 대상이 한정돼 있다”면서 “홈플러스의 경품 행사와는 성격과 의도조차 다른데 비교대상에 놓고 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각각 다른 월의 쿠폰이 3장이 모였을 때 응모할 수 있는 만큼 해당 행사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이란 시간이 걸린다”며 “지난 7월부터 시작한 행사인 만큼 아직 응모자 수가 제대로 나올 수 있는 기간이 아닌 상태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애경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타격에 따른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소비자 우롱’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 자체가 신뢰를 잃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애경은 추석을 앞두고 다양한 선물세트를 선보임과 동시에 AK몰을 통해 ‘추석 선물대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애경은 올해 초 유통부문의 AK플라자가 2010년 고객정보 20만 건을 유출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소비자들의 신뢰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시 AK플라자는 범인들과 협상을 유도하는 등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또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큰 잔치를 기획하면서 미숙하고 안일한 대처를 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처럼 적극적인 해명에도 애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갈리는 가운데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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