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대한 손길이 닿으면 만병이 치료된다.’ 신도들을 돌보는 게 ‘하나님의 계시’라며 가짜 안수치료자 행세를 해 온 40대 부부가 최근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도 고양시 일대서 ‘안수치료의 대가’로 잘 알려진 독실한 크리스천 배모(47)씨와 그의 동거녀 김모(46)씨.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듣고 찾아온 환자들에게 이들은 “우리의 손길을 거치면 안 낫는 병이 없다”는 식으로 속여 100여명의 신도들을 끌어들인 뒤 1인당 많게는 월 300만원까지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또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온몸을 때리는 방법으로 안수치료를 하던 중, 소리를 지른다는 이유로 살해, 방치하고 도망간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5일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을 안수 치료하던 중 숨지게 한 혐의로 배씨와 동거녀 김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직원 김모(41) 여인을 뒤쫓고 있다고 밝혔다.
안수기도 모임 참석이 발단
경찰에 따르면 배씨의 ‘가짜 안수치료자’ 행세는 지난 2002년 말께부터. 이혼 후, 김씨를 만나 동거하며 뚜렷한 직업 없이 교회 등을 전전하다가 한 안수기도 모임에 참석, 이곳서 영감을 받아 신의 계시를 받은 안수자 행세를 해 왔던 것이다. 보통 안수자가 순진한 성도들을 한 번 때리면, 성도들은 맞으며 ‘아멘’을 기계적으로 외치고, ‘대단한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안수기도회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배씨는 틈틈이 지역 교회 곳곳을 돌아다니며 “내 손을 거치면 불치병도 다 낫는다”며 신도들을 상대로 안수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배씨의 치료법은 ‘무조건 때리기’. 그의 특이한(?) 치료법이 몇 달 사이에 소문이 나고, 신도들 사이에서 ‘안수치료의 대가’라며 인기를 얻자 그는 경기도 덕양시 오금동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까지 신도들을 끌어들여 본격적인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배씨는 자신의 집을 ‘새생명재활원’이라 칭하며, 무려 100여명의 신도들을 집으로 끌어들여 불법 안수치료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배씨의 돌팔이 안수치료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신지체 장애인 아들을 둔 부모에게는 별도 고액의 액수를 요구, 한 달에 수백만 원을 받고 안수치료를 해 주기로 한 것.
장애인 둔 부모에게는 거액 요구하기도
경찰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달 14일 정신지체 2급 장애인 김모(26)씨의 어머니로부터 김씨를 치료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배씨는 김씨의 정신착란 및 환청증세를 말끔히 치료해 주는 대신, 한 달에 무려 300만원을 요구했다.
배씨의 명성을 전혀 의심치 않은 김씨의 어머니는 이날 바로 돈을 건네고 석달 간 아들을 맡기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씨의 어머니가 아들을 호랑이굴에 제 발로 보내게 되는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아프다” 소리 지르자 질식사 시켜
배씨 부부는 안수 치료를 한다는 명목으로 폭행하기 일쑤였다. 배씨는 폭행 당시 김씨의 부모에게 “아들이 맞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귀신이 우는 것이니 절대 불쌍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더 세게 맞아야 악귀가 달아난다”고 말한 것.
그러던 22일 오후 9시께. 배씨가 김씨의 손과 머리 등 구석구석을 주무르고, 배와 등을 두들기며 안수치료를 하던 중 김씨가 자꾸 움직이고 몸부림치며 고함을 지르자, 배씨는 김씨의 손발을 끈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물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후 김씨가 항거 불능 상태가 되자 배씨는 계속해서 김씨의 온몸 구석구석을 때리며 안수치료를 했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가 숨진 것. 당황한 배씨 부부는 김씨의 시신을 이불로 덮어 놓고 달아났다.
경찰은 “배씨는 김씨가 죽은 이후에도 김씨의 어머니에게 찾아가 ‘40일 간 기도원에 들어간다’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잠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후 김씨 어머니는 걱정이 돼 아들에게 계속 전화했으나 아무리 해도 연락이 되지 않아 배씨 부부의 집에 찾아갔다. 하지만 배씨 부부는 이미 이사를 가고 없었다고.
경찰은 “최근 여기서 치료를 받던 20대 남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며 “수사 끝에 김씨는 배씨 부부 집에서 500m 정도 떨어진 또 다른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잇따른 항의에 치료 장소도 자택에서 다른 직원 김모(여·41)씨의 집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찰은 “당시 김씨는 죽은 지 21일 지나, 부패되어 있었다”며 “눈은 뜨고 죽은데다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눈이 상당 부분 튀어나오기까지했다”며 씁쓸해 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두 번 울리는 엉터리 안수 치료. 이런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과 유사시설에 대한 관련 기관의 단속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은혜 kkeunna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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