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보다 요란한 ‘소송 잔치’
“시공사만 배불리나”
‘공사판’보다 요란한 ‘소송 잔치’
“시공사만 배불리나”
  • 김대현 
  • 입력 2006-11-21 16:32
  • 승인 2006.11.21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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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운남지구’ 무더기 소송 휘말린 내막


인천시 중구 운남동 일대 14만여평에 대한 토지구획정리사업(이하 운남지구)이 수십 건의 송사에 휘말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이 지구는 운남조합(조합장 길형유)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측이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면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곳이다. 조합과 비대위 등에 따르면 2003년 9월 당시 조합장 김 모씨와 일부 관계자들의 불법 행위로 인해 조합장이 교체되는 등 이권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사업 진행이 온갖 구설수에 오르면서 기존 조합에 반발, 50여명의 조합원이 별도로 비대위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10여명만이 비대위를 지키고 있지만, 조합의 절차적 하자와 불법적 요소를 비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조합은 특별한 비위사실이 없어, 소송에서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두 파벌로 나뉜 조합원간 무차별 소송 대결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대위측 한 관계자는 “조합장과 시행대행사인 C건설 Y사장은 체비지 매각 당시부터 결탁해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매각 당시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평당 매매가가 시가보다 싸게 거래됐다”면서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운남지구 사업은 지난 1998년 7월 토지구획정리 사업지구 및 지구단위 계획지역구역 결정 고시가 발표됨에 따라, 2002년 7월 조합 설립과 동시에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시행대행사 선정과 조합 내분으로 인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등 파행을 겪어왔다.

시행대행사 잇단 교체로 ‘파행’
시공사인 GS건설이 지난 2005년 초와 연말경에 두 차례나 분양에 차질을 빚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시행대행사가 3번이나 교체됨에 따라, 부득이하게 130억원의 손실 아닌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운남지구 사업 파행의 가장 큰 쟁점은 ‘체비지’ 매각 과정에서 불거졌다.
체비지란 토지 구획 정리 사업의 시행자가 그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환지(換地) 계획에서 제외한 토지를 말한다. 운남지구의 경우 전체 사업면적 14만여평 중 2만4,000평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최초 시행대행사와 평당 19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지만, 일부 관계자들의 불법 사실이 적발돼 사법 처리되면서 재계약이 불가피했다는 점이다.
비대위측은 인천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고, 인천공항 주변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지가가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조합은 지난 2004년 12월 시행대행을 맡은 K건설과 평당 191만원에 체비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비대위 장흥옥씨는 “당시 체비지의 평당 시가가 25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땅값이 크게 올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조합이 공개 입찰도 하지 않고 K건설에 저렴하게 땅을 매각한 것은 부당한 계약”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C건설이 75억3,585만원을 조합통장에 모두 넣지 않았는데도 체비지매매계약서에는 전액 납입한 것으로 하고 이 금액을 체비지매매계약금 및 1차 중도금으로 처리하기로 한 것은 계약서 허위 작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길형유 조합장은 일부 조합원들의 이와 같은 주장은 ‘이권 사업’을 노린 ‘딴지걸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길 조합장은 “기존 시행대행사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체비지에 근저당을 설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이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공사가 장기간 지연돼 결국 조합원들이 큰 피해를 입어야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길 조합장은 또, “체비지에 대한 매각은 감정평가사들이 공정하게 평가한 금액에 준한 것이었고, 당시 조합 대의원과 이사들이 추인했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측은 조합장이 정관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계약을 먼저 체결했기 때문에 ‘부정 계약’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부분은 길 조합장도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부분은 시인한다”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인근 운서동지구 개발시 평당 150만원 선에서 계약이 이루어진 점을 예로 들면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비대위측은 매각 과정에서 높은 가격을 받았더라면, 조합원의 감보율이 크게 낮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보율은 토지구획정리사업에서 공용지(도로, 공원, 학교 부지 등)를 확보하고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토지를 공출(供出)받는 비율을 말한다.
이들은 당초 정상적인 계산법으로 감보율을 결정하면 조합원들의 평균 감보율은 45%이지만, 조합이 낸 감보율은 평균 49.9%로 늘어나 토지 소유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도 했다. 비대위는 인천지방법원에 인천중구청과 조합을 상대로 환지예정지지정처분취소 및 조합장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을 낸 상태다.
이와 관련, 길 조합장은 “감보율 결정 당시 비대위측 사람들도 모두 동의해 놓고 이제 와서 감보율이 높다고 말을 바꾸면,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며 오히려 비대위의 행동을 비판했다.
‘GS자이’ 분양에 앞서 문제가 된 지구내 일부 가구를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도 소송이 제기됐다. 조합이 무리하게 철거를 진행했다는 것.
결국, 중구청은 강제 철거한 8채 중 1채를 ‘원상복귀’하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곳에 집을 다시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조합측은 하소연하고 있다.
길 조합장은 “철거와 관련해서 고소사건이 검찰에 넘겨졌다”며 “이 건은 사업진행과 무관하다. 내가 잘못을 했다고 결정되면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
비대위가 지적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조합이 C건설과 GS건설에 허가한 ‘질권설정’ 부분이다. 체비지 매각 잔금이 지연된 것은 물론, 체비지에 질권을 설정함에 따라 조합원의 재산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피력하고 나선 것.
하지만, 길 조합장은 “이 부분도 무혐의가 인정된 내용”이라며 “질권설정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제3자가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반론했다.
비대위는 이밖에도 ▲인천 중구청 등 관계 기관의 조합 및 C건설 비호설 ▲C건설 사장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인천일보 인수를 추진했던 점 등을 지적하며 의혹제기를 계속하고 있다.

인천 중구청 ‘비호설’ 제기
길 조합장은 운남지구 사업과 관련 “우리는 모두 비전문가다보니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소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이제 막무가내인 반대파와 싸우는 것도 지쳤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GS건설은 최근 운남 ‘GS자이’를 성황리에 분양했지만, 평당 분양가가 1,070만원에 달해 토지 보상 및 건축비용에 비해 ‘폭리’를 취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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