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단식을 시작한지 45일이 지난 가운데 단식장이 있는 서울 광화문에서 연일 보수와 진보단체들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300여 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가고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결국 보수와 진보의 진영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여 지켜보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며 6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김영오씨는 45일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9일째, 정청래 의원은 6일째 단식 중이다.
이와 함께 전국 24곳에서 동조 단식이 벌어지고 있으며 광화문 광장에는 영화인, 연극인, 교사, 언론인, 만화가, 세월호 가족 의료지원단,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 등이 릴레이 단식을 진행 중이다.
지난 25일부터는 천주교 사제, 수녀, 수도자 400여 명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26일에는 서울시의회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76명도 동조단식에 돌입했다.
반면 보수단체는 지난 26일 ‘김진요(김영오씨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결성하고 김영오씨의 금속노조 가입 전력과 자녀 양육비를 제대로 보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어버이 연합,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들은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죽은 아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유가족을 비판했다.
또 어버이연합은 단식 중에 공연을 앞두고 치킨 두조각을 먹은 가수 김장훈씨를 조롱하는 의미로 ‘치킨퍼포먼스’를 벌였다. 자유대학생연합 김상준 대표는 "이번 주 내에 단식투쟁보다 1만배는 더 위험한 폭식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가 진보와 보수의 다툼으로 번진 것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김주환(32)씨는 "세월호의 영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불행한 참사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힘을 모아야할 때인 것 같은데 정치싸움으로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혜은(38·여)씨도 "진보든 보수든 진정 누구를 위한 아니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무더기로 참사를 당한 세월호사건을 정치투쟁으로 활용하는 현실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