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릉 꼭대기에서 보는 ‘알바니 호수’ 풍경 인상적
시간이 멈춰있는 듯 평화로운 ‘도시의 호수’
지난 주 교황 프란체스코의 출장과 동시에 바티칸은 휴관했고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이후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뜨거운 로마에도 조용한 여름이 찾아왔다.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교황 프란체스코는 휴가를 어디로 갈까?
로마에서 레지오날레 기차를 타고 약 30분정도 달리면 카스텔 간돌포(Castel Gandolfo)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아주 아담한 마을인 카스텔 간돌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교황의 여름 별장이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알바니 구릉 꼭대기에 올라서 알바노 호수(Albano)를 한 눈에 내려다본다면 왜 교황이 이곳을 별장으로 택했는지 알 수 있다.

평온한 물결, 안개로 신비한 모습 연출
알바노 호수는 반드시 ‘위’에서 봐야한다. 고대의 화산 분화로 인해 생긴 분화구 2개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 호수는 타원형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언덕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보면 언덕 위에 살며시 자리잡은 안개로 인해 마을과 호수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알바노의 모습은 더 없이 신비롭다. 또한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듯 평화롭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다에서 역동적인 파도와 신나는 휴가를 즐겼다면 카스텔 간돌포에서는 알바노 호의 평온한 물결로 마음의 평온을 찾아보자.
투명한 호수 검은색 모래 눈길
‘위’에서 봤다면 이번에는 ‘아래’로 내려와 보자.
알바노 호수는 맑고 투명한 물속에 자연을 담고 있다. 호수를 둘러싼 푸른 산들이 물속에 비춰져 맑은 수면 위로 가득 담긴 푸른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알바노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모래다. 호수의 물이 매우 투명하기 때문에 물속에 있는 모래의 색이 그대로 보인다. 그런데 모래의 색이 검은색인 것이 매우 이색적이다. 아주 작고 부드러운 검은 모래들은 알바노 호수의 신비에 매력을 더한다.
호반의 도시에서 그라니타는 필수 음식
호반에는 아름다운 호수를 한눈에 감상하며 커피나 샌드위치 등의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들이 즐비하다. 이 카페에 들어오면 영화 속에서 ‘짠’하고 나온 듯한 멋진 바이크 족들이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호반의 도시 ‘춘천’처럼 현지인들이 로마를 벗어나 잠시 여유를 즐기러 오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바이크를 타고 온 사람처럼 카페 중 한 곳에 들려 그라니타(Granita)를 주문해보자. 수박, 레몬, 딸기 등의 과일과 설탕, 와인 등의 혼합물을 얼려 만든 슬러시다. 그라니타는 호수와 어우러지는 예쁜 색과 함께 입 안 가득 짜릿함이 느껴지는 시원한 청량감으로 기분을 한층 즐겁게 해 준다.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는 8월의 마지막 주, 카스텔 간돌포의 알바노 호수라면 아쉬운 휴가를 마무리하고 강렬했던 2014의 여름과 후회없는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박혜리 여행칼럼리스트>
박혜리 여행칼럼리스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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