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세계의 대부 “음란물 가라사대~”
야동 세계의 대부 “음란물 가라사대~”
  • 정은혜 
  • 입력 2006-10-24 11:30
  • 승인 2006.10.24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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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동영상 황제 ‘김본좌 신드롬’ 긴급 해부


최근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일본 포르노물 가운데 70%이상을 공급해온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김본좌(대가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로 불리며 이름을 날렸던 김모(28·인천 부평구)씨가 그 장본인. 김씨는 다름 아닌 음란물 장사로 ‘온라인 슈퍼스타’로 급부상, 2년여 만에 음란 동영상 마니아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떠올랐다. 김씨의 검거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그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으며, 그를 검거한 경찰서 홈페이지가 접속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심지어 그의 검거에 대한 안타까움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댓글마저 봇물 터지듯 넘쳐났다. 이번 파문은 ‘김본좌 신드롬’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부산 사상경찰서는 음란물을 인터넷을 통해 대량 유포한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년 6개월여 동안 일본의 개인 간 파일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해 최신 일본 음란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은 뒤, 이를 다시 웹하드 회사인 S사이트나 파일공유 사이트인 T사이트를 통해 국내 회원들에게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랄한 설명까지’ 인기폭발
김씨가 ‘본격적인’ 음란물 장사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 2004년 말께. 경기도 소재의 한 대학(정보통신학과) 졸업 후 들어간 벤처회사의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그만두면서부터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4년 4월 T사이트에서 ‘kimOO’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며 일본 포르노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매일 인터넷 접속이 뜸한 새벽에 일본 P2P 사이트에서 음란물 20~30편을 다운받아 바로 다음날 인터넷에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자세하고 적나라한 설명과 개인 감상은 네티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김씨가 게시했던 글의 일부.
‘기수집단이 열차 내에서 발광이다. 식경의 여고생과의 섹스 너무 좋아! 성 충동이 야트라의 모두! 방출한 정자도 질내 사정 당연! 거역하는 여자가 있으면 차내 변소에 무리하게 데리고 들어가 우는 만큼 만족시켜 준다. 자리를 진을 치는 횡 무늬 걸에는 힘든 징계와 페니스 빈타에 이마라치오!’
야트라, 이마라치오 등 곳곳 눈에 띄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은 노골적인 표현의 이들만의 은어. 이 글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라는 반면, 마니아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모양새이다.
게다가 김씨가 직접 올린 동영상에는 영상의 내용과 캡처사진까지 달아, 그의 동영상은 하루 조회건수가 대부분 1만 건을 넘을 정도로 회원들에게 메가톤급 인기몰이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음란 동영상 마니아를 비롯, 네티즌들은 ‘A/V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 ‘몇 년 째 꾸준히 동영상을 올리고 있지만 같은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는 등 그의 감상평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5,000여만원 벌어
김씨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지난해 10월 또 다른 웹하드인 S사이트 운영자 원모(30)씨는 수익금을 50:50으로 나누는 조건으로 김씨를 ‘스카우트’했다. 김씨를 영입하면 회원이 많아지고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때부터 T와 S사이트에 동시에 음란물을 올렸다. 김씨가 S사이트에서 ‘러브콜’ 받았다는 소문이 돌자, 동종업계에서는 “김씨를 어떻게 영입했는지 S사이트가 대단한 업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김씨의 명성은 가히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해서 김씨가 벌어들인 돈은 무려 5,000만 원. 지난 2년 반 동안 일본 음란물 2만여 건을 클럽 회원 3만 1,000명에게 건당 300원에 다운로드 받게 해 그 수수료를 챙긴 금액이다.
이른바 ‘김본좌표’ 음란물을 예의주시해 온 유해동영상 차단 서비스 제공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에 따르면, T사이트를 통해서만 모은 ‘김본좌표’ 음란물은 대략 5,000건 정도이며, 자체 수집 팀에 의해 DB에 모아진 일본류 음란물은 10만 건 이상이다.

‘김본좌 여파’ 일파만파 업체엔 벌금 1,000만원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 받지 못했다.
또 김씨를 이용해 회원수를 늘려 5억 원의 불법 수익을 올린 P2P업체는 1,000만원 벌금에 그쳤다. 처벌내용을 들은 일부 네티즌들은 P2P업체의 음란물 유포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식이라는 반응이다.
일부 포털사이트에서는 ‘업체에 보다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며 네티즌 청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김씨의 검거소식이 보도되면서 네티즌들은 해괴한 논리로 옹호 글을 올리는데 이어 그의 선처를 구하는 글을 경찰서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남기는 등 ‘김본좌 여파’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자유로운 의사를 피력하는 것에서 나아가 수사기관인 경찰서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글을 작성한 데 대해 일부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또 김씨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고, 그의 체포에 대한 안타까움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댓글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김본좌 신드롬’은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다.
본좌복음 중에 “김본좌께서 연행되시매 경찰차에 오르시며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하시니 경찰도, 형사도, 구경하던 동네주민들도 고개만 숙일 뿐 말이 없더라 -본좌복음 연행편 32절 9장-”이란 내용이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중 하나다.
네티즌들은 댓글에서 “그가 성적인 관심의 해방구를 마련해 강간 등의 성범죄를 감소시켰다”고 옹호하며 “시대의 진정한 선구자, 슈바이처이자 콜럼버스이며 문익점”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부산 사상경찰서 수사 담당자는 “일부 네티즌들이 음란물에 대한 죄의식 없이 선처글을 올린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음란물의 유통이 보편화되다 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를 질타하는 한편, “네티즌들의 풍자적 창의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은혜  kkeunna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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