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통령 50% 지지회복 무능한 야당탓
8월 24일 현재, 세월호 참사는 131일째이고 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42일째 목숨을 건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잊지 말자던 잊어서는 안 된다는 세월호 참사는 손가락을 굽어봐야 며칠 째인지 알 수 있고, 우리들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서서히 밀어내고 있다.
지난 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잊혀져가던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국민들에게 반짝 관심을 갖게 했고, 정치권에는 긴장감을 갖게 했지만, 그마저도 일주일이 채 못 갔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댔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합의한 안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뜻과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안을 표결을 통해 거부했다.
여야당에게 기대할 수 없게 된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청와대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되어야 할 문제”,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면담을 거부했다. 그것도 기자들을 통해 거부의사를 밝힘으로써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은 또 피눈물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세월호 참사를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이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이유는 참사가 나기까지의 과정도 문제였지만, 참사 후의 대응에 있어 정부 시스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사 현장에서 대응했던 해양경찰, 소방, 안행부, 해수부 등 정부기관은 어떤 기관도 능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사건 수사과정에서도 해묵은 수사권 논쟁의 갈등에 휘말려, 유병언의 시신을 체포하는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치욕을 맛보았다.
인도의 건국 지도자인 네루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게 정치’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여 쓰는 말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이러한 정치의 본령을 무시한 채, 40여일의 단식에 의해 눈물샘조차 말라버린 ‘유민아빠’ 김영오씨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참 나쁜 사람들이다.
또 나쁜 사람이 있다. 집권여당의 김무성 당대표다. 7.30 재보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은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 정국을 탈출하고 싶어 안간힘이다. 김무성 당대표가 재보선 선거기간 중, ‘세월호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주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특별법”을 표류시키고 있는 것은, 결국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야당은 물론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라도 속일 수 있다는 파렴치함을 보여준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원내대표 선에서 해결이 안 되면 당대표가 나서는 게 기존 여의도정치의 관례인데,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그에게는 원내대표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위기에 처한 여의도정치에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김무성 당대표는 이 상황을 야비하게 즐기고 있다.
문제는 야당이다. 세월호 참사에 인사 참극,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 군대 내 인권문제, 남북관계, 한일관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40%대의 국정수행지지도를 유지했던 박근혜 정부다. 지난 8월 18일에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77주차 국정수행지지도는 51.4%로 다시 50%대를 회복했다.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원동력은 무능한 야당 때문이라는 세간의 평가다.
7.30 재보선 패배로 사퇴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민공감혁신위원장에 취임한 박영선 원내대표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대로 그 능력을 펼쳐보기도 전에 좌초위기에 처했다. 위기에 처한 새정치민주연합을 재건하라는 명령을 부여받은 박영선 원내대표는 스스로 “세월호특별법”의 해법을 잘 못 풀면서 위기를 자초한 끝에 좌초하게 생겼다. 국민공감혁신위원장으로서의 잘 못 때문이 아니다.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그녀의 능력에는 의문부호가 생겼으며, 그녀의 진정성조차 의심받고 있다. 당장 원내대표 자리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버티기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자연스럽게 국민공감혁신위원회는 출범도 하지 못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박영선 체제의 몰락이 당내 권력투쟁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권력투쟁의 산물이었다면 당은 해체의 위기를 맞아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영선 원내대표의 자충수로 말미암아 비대위 체제가 운영되지 않는 것은 아직 한 번은 기회가 남아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야 정치인 참 나쁜 사람들
유감스러운 사실은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장래가 유망한 여성정치인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무능력으로 말미암아 당내 ‘세대교체론’은 종적을 감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유능하지 못한 야당이 보여준 한계다. 또한 당 지지도는 8월 18일 발표의 리얼미터 조사에서 22.2%까지 추락했고, 당 내부조사에서는 10%대로 떨어졌다는 얘기조차 들린다. 이것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바닥을 친 것이라면 아직도 기회는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의 글을 인용한다. 김(영오)씨는 걸어가며 이날 아침 재협상안을 수용하라고 찾아온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다. “그게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와서 할 만한 이야기냐고… 그냥 합의한 대로 받아들이라니” 그는 본인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하면서도 단식을 하는 이유를 들어줄 생각이 없는 정치인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함께 청와대로 향하던 한 유가족도 “우리 아이들이 왜 차가운 바다에서 세월호 속에 갇힌 채 죽어가야 했는지 그 이유만 제대로 밝혀내고 싶다는데 그게 그리 어려운 요구냐”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제대로 단식 했으면 진작 실려갔어야지”라고 비꼬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말로만 노력하겠다고 하고 여당과 정치적인 결정을 하려고 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밉다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게는 대통령, 여야당의 당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모두가 “참 나쁜 사람들”이다. 최소한의 소명의식조차 없는 정치인들은 이 땅을 떠나라!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