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군내 가혹행위와 인권유린, 학교 왕따와 폭력문제 등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면서 인문교양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서도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은 국가적 과제인 대단히 중요한 자산”이라면서 특히 초중등 과정에서 인문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청와대에서 `4차 문화융성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스티브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서 애플의 창의적인 제품을 탄생시켰다”고 했다. 이어 “우리 기업도 인문인재 채용과 인문활동 지원, 독서경영 등 창조경영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인문역량을 배양해낼 수 있는 국가시스템과 사회문화를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군에서 발생한 일련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부터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가운데 군에 입대하고 있다”며 “인격이 존중되는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 사람이 내 아들이다’하는 마음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특히 노숙자들의 자존감을 강화시키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니 노숙자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사례를 언급한 뒤 인문교육을 병영에 도입하는 프로그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10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홍익인간을 실현하고 부정부패 척결과 혁신을 리드하는 인터넷 국회출범식과 옳고 바른마음쓰기 범국민운동발대식에 참여한 바 있다. 이것이 범국민운동으로 승화돼 국가 정책개발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등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실현과정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대통령의 정책의지가 청소년 자살의 감축으로 이어져 살아볼 만한 세상이 도래되기를 기대해보면서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한 인문 교양교육이 구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결실을 보기까지에는 농부의 쌀 한 톨을 가꾸는 심정으로 실천되기를 바라면서 쌀 ‘미(米)’자에 담긴 정성을 생각해 본다. 가을에 여행을 하다 보면 황금빛으로 물든 드넓은 들판을 보게 된다. 우리가 그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느끼고 지나치기 쉬운 그 풍경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결실을 맺기까지 지나온 고난의 과정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나는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진학을 포기한 채 전업농부가 돼 몇 년간 직접 농사를 짓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나는 우리들 식탁에 올라오는 쌀 한 톨에 담긴 농부들의 지극한 정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음 해의 농사를 위하여 농부는 한 해 전 가장 좋은 볍씨를 고른다. 그리고 봄이 되면 그 볍씨를 물에 넣어 싹이 트면 모판으로 옮겨 키운다. 간간이 피(벼와 비슷한 잡초)살이도 해야 한다. 논에 물을 대 써레질을 한 후 모가 자라면 모내기를 한다.
모가 처음 자라나는 시기는 여러 가지 장애를 없애야 한다. 벌레를 없애려고 농약을 뿌리고 김을 맨다. 작열하는 여름 태양에 애벌매기, 두벌매기, 세벌매기는 무척 힘든다. 가뭄이 들면 물을 끌어와야 하고 홍수가 나면 관개시설을 해 물을 내보내야 한다. 여러 차례 질소, 인산, 칼리 등 비료도 줘야 한다.
낟알들이 여무는 가을이 오면 그 때부터 허수아비를 세워 새들을 쫓는다. 추수 때는 가을 햇살 아래 낫으로 벼를 베고 며칠간 말린 다음 탈곡을 한다. 탈곡한 벼를 방앗간에서 정미(精米)해야만 마침내 우리가 먹는 하얀 쌀이 된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먹는 쌀 한 톨도 수많은 농부의 노력과 여러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자에 담긴 뜻을 음미하면 매우 신기함을 알게 된다. 쌀을 뜻하는 ‘미(米)’자는 여든 여덟(八十八)이란 숫자의 조합임을 알 수 있다. 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든 여덟 번의 과정과 수고를 거쳐야 된다는 뜻이다. 농부의 손길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농부는 가을의 결실을 위해 오랜 동안 인내하며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게으르고 정성을 다하지 않는 농부에게는 결코 풍성한 결실이 오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는 일을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달성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시련을 이기며 일관성 있게 매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부가 가을의 결실을 기쁨으로 수확하는 것처럼 우리는 일의 성취와 보람을 맛볼 것이다.
쌀 한 톨을 얻기까지 쏟아 붓는 농부의 정성과 수고는 대단하다. 농부는 쌀을 얻기 위해 벼를 심는데 이 벼도 자라서 거두는 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뉜다. 사람의 때도 제각기 다르다. 일찍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이 잘 된다고 너무 조급해하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지극한 정성으로 존재하게 됐고 또 내게 유익한 것이 됐다. 그러나 그 중에는 조잡하게 보이는 것들도 있다. 쌀 한 톨에도 이렇게 정성이 드는데 모든 일에도 정성을 쏟아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꿈꾸는 푸른돌(을지 출판공사간)’이란 자작시집 중 시 한 편을 제시해보겠다.
▲쌀(米) 한 톨
굽이치는 황금 들판 풍요가 펄럭이고 / 이른 봄 판 벌였던 못자리도 으쓱인데 / 시집간 모 포기들은 만석으로 화답하네.
짝퉁은 가려내고 진퉁만 남겨두세 / 지난 일 두런두런 눈물꽃도 보이는데 / 톨마다 촘촘히 엮인 너털웃음 한마당. (청석 김의식)
이는 ‘눈물꽃’으로 일구어낸 황금 들녘을 바라보면서 한 톨 한 톨 땀방울로 엮어진 노력의 결실로 ‘쌀(米) 한 톨’의 소중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그 한 조각의 고마움을 모른다. 송나라 구양수가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이라 말했듯이 곤궁함을 겪은 후에라야 좋은 글이 나온다. 이 글에는 이러한 체험적 내음이 강하다. 농촌 출신으로 그 뿌리는 농촌에 머물러 있어 농사꾼이나 다름 없다. 이러한 시들은 그의 향수(鄕愁) 짙은 서정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의 작품 세계의 저변에 깔려 있다(청석시집 서평 중에서).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한 인문교양교육, 쌀 한톨을 가꾸는 농부의 심정으로 결실을 맺어 소통·배려 등 선비정신, 실학정신 등 한국 인문정신의 가치가 재조명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