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전자공시 발표, 올해 상반기만 23억 원 받아가
과거 금감원 봐주기·퇴직금 산정 의혹 다시 불거지나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사진)의 고연봉이 또 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직원들은 죽어나가는 가운데 은행장만 호의호식하는 모양새라는 이유다. 실제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기존 점포 56곳을 폐쇄하고 직원 650명을 희망퇴직 형식 등으로 구조조정했는데, 하영구 은행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연봉을 받아갔다. 더욱이 이러한 논란은 올해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지적을 야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들어 하영구 은행장에게 모두 23억7900만 원의 보수를 안겨줬다. 급여 2억9800만 원과 상여 8억9600만 원, 이연지급보상 11억8000만 원이 주요 내용이었다.
지주회장 급여와 상여 등 2억여 원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하영구 은행장은 지난해 29억 원을 받았다. 기본급여 7억 원을 포함해 상여금 13억1600만 원, 이연지급보상 8억5000만 원, 복리 2100만 원 등이다.
금융기관 CEO 연봉 1위
이러한 하영구 행장의 연봉은 여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비교해봐도 최고액 연봉 수준이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3억9800만 원인 점과 비슷한 외국계 은행의 행장 리차드 힐 전 한국SC은행장이 13억2900만 원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수치다.
특히 리처드 힐 전 행장의 연봉에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받는 해외근무에 따른 복리비용 5억4400만 원이 들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 금액은 훨씬 높아진다. 또 2012년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받는 상여금은 13억여 원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높은 연봉을 씨티은행의 현재 상황 속에 대비해보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한국씨티은행이 하영구 은행장에게는 거액의 상여와 성과급을 지급한 현실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기존 점포의 3분의1 수준에 해당하는 56개 지점을 폐쇄했다. 더불어 직원 650명을 희망퇴직 형식 등으로 구조 조정하는 아픔을 겪었고, 희망퇴직 비용으로 2264억 원을 지출해 2분기에는 74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앞서 실적을 살펴봐도 2012년은 순이익 1963억34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58%가량 급감했다. 같은 해 2007년과 2008년 각각 123명, 299명을 내보낸 데 이어 2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직금 논란, 금융감독원 봐주기 논란도 파장이 커졌다. 씨티은행이 금융권에 불어닥친 ‘고액연봉 논란’을 의식해 보수 일부를 삭감하기로 했지만 퇴직금을 높이는 것으로 충당하려 한다는 의혹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퇴직금과 관련해 씨티은행이 행장의 퇴직금 산정 기준을 퇴직 당시의 기본급에서 매년 당해 기본급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결국 퇴직할 시점에 연봉이 삭감되면 퇴직금도 줄기 때문에, 이를 과거 기준으로 되돌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개인정보 유출로 파장을 일으킨 씨티은행 하영구 행장에 대해선 경징계를 내려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을 더했다.
하영구 은행장의 경징계가 내려지기 전, 금융감독원은 최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중징계 방침을 사전 통보해 눈길을 끌었는데 고객정보를 유출시킨 씨티은행의 하영구 행장에 대해선 주의적 경고를 통보해 형평성을 저버렸다는 지적이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씨티은행 노조는 하영구 은행장의 5연임에 반대하며 본점 로비에 천막을 설치하고 철야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씨티은행 노조의 하영구 은행장 퇴진 요구 이유는 실적부진, 인사적체, 추가 구조조정의 가능성 등이 중점이었다.
씨티은행 노조는 농성 당시 “2011년 4568억 원에서 지난해 1890억 원으로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나면서 비용을 이유로 신입직원을 뽑지 않았다. 올해 정기인사에서도 1급 승진을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은 연임하거나 고연봉을 받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가 구조조정마저 예고하며 임원진이 실적부진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연봉공개 이후에는 성명을 내고 “하영구 행장의 1년 연봉은 비정규직 10년차 직원이 먹지도 쓰지도 않고 100년을 모아야 하는 금액”이라며 “(하 행장 재직시) 자산, 인원, 점포 등 모든 것이 쪼그라들었고, 고객정보 유출, 대출사기, 수익 감소 등 경영 실패의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연봉이 줄어들 것을 알고 주총에서 퇴직금 산정방식도 변경해 자기가 챙길 것은 절대로 손해 보지 않겠다는 재테크 실력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14년 근무…근속 감안해야”
금융감독원도 올해부터 현장 검사를 실시할 때 퇴직금 산정방식이 합리적인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어서 씨티은행의 이 같은 규정 변경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씨티은행은 하영구 은행장의 고연봉이 지적을 받을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계속되는 논란에 대해 “하영구 은행장은 최장수 은행장으로 14년째 씨티은행을 지키고 있다. 당연히 연봉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하영구 행장은 지난 2001년 씨티은행 전신인 한미은행장을 시작으로 14년째 은행 CEO를 맡고 있다.
반대로 노조는 곧 성명을 내고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노조의 입장을 정식으로 표명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강성의 성격을 보이면서 하영구 행장에 반발해온 노조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이번 고연봉 발표에도 상당히 강력한 비판을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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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