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배제했더니… 민간 출신 영향력 걱정?
관료 배제했더니… 민간 출신 영향력 걱정?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8-25 10:48
  • 승인 2014.08.25 10:48
  • 호수 1060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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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 출신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선임
▲ <뉴시스>

40년간 두 명 빼고 모두 관피아…대정부 영향력 핑계
생보협회도 수장 임기만료 앞둬…차기는 연임 의혹까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손해보험협회가 12년 만에 민간 출신 회장을 선임했다. 장남식 전 LIG손해보험 사장(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장 회장은 손보협회장 내정 후 만장일치로 지난 18일 수장 자리에 안착했다. 손보협회가 일명 관피아(관료+마피아) 인사로 파행을 겪으며 회장석을 비워둔 지 1년 만의 일이다.

원래 손보협회는 정부 지분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순수 민간이익단체다. 때문에 손보협회장 역시 1958년 설립 이후 회원사 사장이 돌아가면서 맡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1974년 상근회장제가 도입되면서부터 40년간 단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피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장 회장의 전임인 문재우 전 회장 역시 옛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친 모피아였다. 문 전 회장 퇴임 이후 약 1년 동안 손보협회는 금융당국의 눈치만 보며 회장 선임을 주저했다. 공석이 된 지난해 8월 이후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낙하산 척결에 하마평 뒤집어져

대부분이 모피아를 중심으로 한 관피아였고 소수 민간 출신마저 관료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었다.

사실 손보협회 입장에서는 업계 출신보다 관료 출신이 유리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손보협회는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관련업계의 여러 기업들이 모인 이익집단이다. 협회장 역시 힘 있는 관료 출신이어야만 금융당국 등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연유로 장 회장에 거는 기대감은 이상하리만치 낮아져 있는 것도 감지된다. 민간 출신이 관료 출신보다 영향력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단정도 흘러나왔다. 일단 정부의 관피아 척결 화살은 피했으니 ‘그저 잘 하면 고맙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단념도 상당수였다. 장 회장 입장에서는 다소 서운할 수도 있는 내부 분위기다.

실제로 손보협회 내부 관계자는 “거의 1년이 되도록 금융위의 제스처를 기다렸지만 당국 역시 내부 문제와 보신주의에 휩싸여 협회장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서 “공석 직후에는 애가 탄 나머지 내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념하게 됐고 선임된 것도 민간 회장이라 큰 기대는 없다”고 털어놨다.

또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간 출신인 만큼 각사의 내부 사정에 훤해 소통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나 금융당국에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면서 “손보협회장은 정부를 상대로 손보업계를 대변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전관예우가 있는 쪽이 더 낫지 않겠느냐”며 관피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민간 출신이라 해도 장 회장은 손보업계에 30년을 몸담아 전문지식을 갖추고 업계 사정을 잘 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장 회장의 초기 성과가 타 협회의 수장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손보협회에 이어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도 수장 교체를 앞두고 하마평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

생보협회는 정관변경 일종의 연임 의혹

현재 재임 중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과 김규복 생보협회장은 각각 오는 11월과 12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중 김규복 회장을 두고는 임기연장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생보협회가 그간 시도해오던 정관변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정관은 차기 임원이 선임될 때까지 전임 회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칫 후임 결정이 늦어지면 김 회장도 계속 자리에 머무를 수 있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전형적인 모피아로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이다. 현재로서는 관피아 척결 움직임이 거세 후임을 관료 출신으로 선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차기 회장 선임이 늦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김 회장이 연임과 비슷한 형태로 회장직을 수행할 개연성은 어느 정도 잔존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연맹은 “생보협회의 정관변경 추진은 모피아 출신인 현 회장의 연임을 위한 꼼수로 관피아 금지의 정부정책을 역행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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