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세법, 비용 부풀리기·이중장부·세금계산서 누락 등 다양
송혜교 탈세, 강호동 보다 죄질에서 고의성이 더 강하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한 주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연예인이 있었다. 바로 ‘S양’ ‘송모씨’로 알려진 배우 송혜교였다. 지난 18일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난데없이 송혜교의 탈세 문제가 거론됐다. 비록 ‘송모씨’라는 호칭으로 지칭됐지만 이후 문제의 ‘송모씨’가 송혜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사실 연예인의 탈세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호동, 김아중, 김혜자, 인순이 등도 탈세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인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게다가 송혜교는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던 연예인이었다. 국세청의 사건 수습과정도 문제다. 일반 시민들이나 영세업자들이 저지르는 탈세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유명 연예인들은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 만큼 간편하고 빠르게 사건을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송혜교는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총 137억 원의 수입을 올렸고 이 중 67억 원을 필요 경비로 신고했다. 그러나 필요경비 중 54억 원에 대해서는 증빙 서류 한 장 없이 임의로 경비 처리를 하고 일부 금액에 대해선 신용카드 영수증을 중복 제출해 경비를 부풀렸다.
이처럼 소득을 축소해서 신고하는 방법을 써서 납부하지 않은 미납 세금은 총 25억5000여만 원이다. 자세한 내역은 2009년 귀속 종합소득세 7억 8500만 원,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8억 1800만 원, 2011년 귀속 종합소득세 9억 5400만 원 등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 금액을 탈루소득으로 보고 25억 원의 종합소득세를 추징했다. 결국 송혜교는 해당 금액과 가산세 등 총 38억 원 가량을 2012년에 법무법인을 통해 납부했다.
송혜교 탈세 고의성 의심 받기에 충분
송혜교가 추징금액을 다 납부하고도 비난을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세무대리인이 이러한 불법을 저지르는 사실을 몰랐냐는 점이다.
게다가 탈세가 일어난 기간은 송혜교가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3년 동안 세무조사 면제·유예를 받을 수 있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고의성을 의심받고 있다.
두 번째는 강남세무서가 2012년 송혜교 탈세 사실을 알고도 조사 기간을 늘리거나 세무사 직원이나 관련 회계사를 징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 조사 기간에 탈세가 확인되면, 추후에 과세당국이 과세할 수 있는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에 대해 전부 조사하게 돼 있다. 송혜교의 경우 2007년과 2008년에도 그런 탈세 행위가 있지 않았을까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과 국민들이 “국세청이 송혜교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이유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송혜교의 탈세 사건에 대해 국세청이 처리를 잘못했다고 판단해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송혜교의 탈세 사실을 폭로한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당연히 5년치 세무조사를 벌였어야 했는데 3년치를 해서 망신을 당했다. 국세청이 빵집 업자 등 힘 없고 ‘빽’없는 영세업자들은 강하게 추징하면서도 ‘슈퍼부자’에 대한 조사는 건성건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무전문가들은 송혜교 탈세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세청 내부에서는 “강호동의 경우 기업회계와 세무회계가 달라 해석의 다툼에 여지가 있어 사실 억울한 측면이 있는 탈세 사건이었다. 하지만 송혜교는 강호동의 탈세 문제보다 죄질에서 고의성이 더 강하다”는 여론이 높다고 알려졌다.
앞서 밝혔듯 모법납세자로 세무조사가 면제되고 있던 시기에 탈세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송혜교는 몰랐을 수 있어도 세무대리인은 이 기간 동안에는 세무조사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았을 확률이 높은 만큼 고의성도 짙다.
세무대리인들 한상률 前 청장 비리 연루?
또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탈세가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는 방법”이라며 “보통 탈세를 할 때 같은 영수증을 2장 낸다든지 교묘한 방법으로 탈세한다. 송혜교는 영수증을 하나도 내지 않았다. 세무조사를 전혀 안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거나 아니면 정말 무지해 증빙 없이도 경비로 인정될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혜교 탈세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사실도 알려졌다. 이날 탈세 연예인으로 송혜교를 거론한 박범계 의원은 송씨의 세무대리를 담당한 회계법인 대표 김모씨와 국세청 출신 신모씨가 사석에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이름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김대표는 평소 지인들에게 “내가 위증을 교사해서 한 전 청장이 무죄를 받았다”며 위세를 과시해왔고 신씨는 한 전 청장의 대기업 자문료를 받아준 인물이라고 알려졌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이날 송혜교에 대한 ‘세무조사 봐주기’의 배후에 한 전 청장이 숨어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전 청장은 참여정부 말기부터 이명박 정부 초기로 넘어가는 시점까지 국세청을 이끈 인물이다.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지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림 로비와 대기업 자문료 수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재판에서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탈세 연예인 리스트 강호동·김아중·인순이
송혜교 외에 언론에 탈세 문제로 크게 이름이 오르내린 연예인은 많다. 대표적인 연예인은 ‘국민MC’ 강호동이다.
강호동은 2011년 9월 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동시에 한 시민에게 고발까지 당했다. 강호동은 과거 국세청 명예대사로 위촉된 경력도 있었다. 친근한 이미지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국민MC’로 불렸지만 결국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논란이 커지자 강호동은 “신고 내역 중 세금이 적게 납부됐다고 해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추징된 세금을 충실히 납부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들은 강호동을 방송계에서 퇴출하자는 서명 운동도 진행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강호동은 추석 연휴 시작 전인 9월 9일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마련하고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했었다.
이후 강호동은 검찰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후 강호동은 1년여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고, 2012년 10월 컴백했다.
김아중도 2011년 세금 탈루 혐의가 포착돼 6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세금 신고분 중 일부가 누락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세금탈루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무대리인과의 의사소통 과정서 착오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탈세논란은 ‘국민엄마’ 김혜자도 자유롭지 못했다. 김혜자는 2012년 1가구 2주택 추징으로 논란을 치렀다. 당시 김혜자는 서울 아현동 자녀 집에 거주하며, 자신의 주민등록지는 매각한 주택으로 해 논란이 됐다. 그는 “1가구 2주택으로 분류될지 몰랐다. 고의성은 없었다”라고 밝혔으나 ‘국민 엄마’ 이미지에는 금이 갔다.
‘국민 디바’ 가수 인순이도 세금 탈루 연예인 리스트에 올랐다. 인순이는 2008년 세무조사를 받고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전체 소득액을 실제보다 줄여 신고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에 휩싸였지만 침묵과 부인으로 외면했다. 공식적인 사과발표 대신 “세무 관계에 대한 무지로 발생한 일일 뿐 의도적인 누락은 아니었다”고 말하며 공연 스케줄을 소화했다.
“공인의 의무 이행 못해 부주의한 실수 있었다”
연예인들의 탈세 사건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즐겨 쓰는 탈세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탈세법은 비용 과다계상이다. 과거 강호동, 김아중, 김건모, 신승훈도 이같은 탈세방법을 써 논란이 됐다.
예를 들면 연간 10억 원을 번 연예인이 그대로 소득세 신고하면 3억원대의 세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비용으로 5억 원을 썼다고 처리하면 세금이 절반으로 깎인다. 외부 활동이 많은 연예인들은 교통비·숙박비 등을 많이 쓰기 마련인데 이런 비용을 부풀릴수록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비용 과다계상은 가장 흔한 탈세법이다. 적발되더라도 검찰에 고발될 확률이 적고 “실수였다”고 둘러대기도 편하다. 이보다 심한 탈세법으로는 지능적인 수법으로 이중장부를 만들거나 세금계산서를 누락하는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송혜교의 사건에서처럼 세무대리인의 잘못으로 탈세가 이뤄졌다면 통상적으로 국세청이 세무대리인을 고발해야하는데 그러지 않은 점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래서 세무분야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송혜교 측이 미리 국세청과 적정수준의 세액을 협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한편 송혜교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 진행에 앞서 탈세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할 자리에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말씀드리게 돼 송구스럽다. 한 사람의 공인으로서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2년 전 세금 신고에 문제가 있음을 처음 알게 됐다. 저 또한 많이 놀랐고, 누락된 세금과 가산세를 납부했다. 제 잘못에 대한 의무였기 때문에 이를 통해 모든 게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사과했다.
또 그는 “항상 욕심 부리지 말고 상처주지 않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좋은일 하며 사는 게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고작 그 3년의 세금을 덜 내고자 할 이유가 저에게는 정말 없다. 이것만은 꼭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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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