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 대부의 귀환’
‘슬롯머신 대부의 귀환’
  • 김대현 
  • 입력 2006-09-20 14:58
  • 승인 2006.09.20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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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개 정덕진씨 동생 제주도에 ‘올인’ 내막

미주 한인신문 LA <선데이저널>에 따르면 1980~90년대 한국 슬롯머신의 대부로 불리던 정덕진씨의 동생 정덕일 벨루가호텔 회장이 최근 제주 신라호텔 카지노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회장은 특히, 카지노의 본고장 라스베이거스 카지노그룹을 제주도로 유치하는 일명 ‘벨루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말 제주 신라호텔 카지노 ‘콘티넨탈’(회장·홍성진)을 130억원에 인수했다. (주)디아이에프씨 홍성진 회장은 “카지노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경영의 한계를 느꼈다”며 “통합 카지노 설립 등의 대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지난 5월 정덕일 회장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에 따르면 콘티넨탈은 지난 8월 4일 벨루가(대표·김세환)로 상호명이 변경됐으며 현재는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벨루가는 정 회장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카지노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카지노의 이미지가 좋지 않고 제대로 된 영업장과 전문가가 없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라스베이거스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리딩 기업이 유치될 경우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회장은 당시 경영 타개책으로 필리핀 파빌리온 호텔 매입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는 파빌리온 호텔에서 카지노 사업을 벌일 계획으로 계약서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호텔 실사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가 확인됐고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매입을 포기했다.
홍 회장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카지노 사업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장기적으로 기회가 온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국내 카지노 적자 ‘눈덩이’
그는 신라호텔 카지노와 관련, “매각을 추진할 당시에 매입 당사자가 정덕일 회장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정덕진씨는 안면이 있지만 동생과는 카지노를 매각하면서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한때 국내 슬롯머신 업계를 평정했던 정씨 일가가 본격적으로 카지노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정 회장이 신라호텔 카지노를 매입한 것과 정덕진씨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진씨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며, 현재 건강이 좋지 않아 사업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정 회장이 신라호텔 카지노를 인수한 것은 제주지역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그룹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다.
정 회장은 “제주지역 8개 카지노는 수요에 비해 너무 많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적자를 면치 못하는 낙후된 시설”이라며 “지난 7월 제주특별자치법이 통과됨에 따라 외국 카지노그룹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공포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르면 향후 항공자유화, 면세화, 법인세율 인하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홍콩과 유사한 ‘작은 정부’가 세워지게 된다. 또, 외국 자본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어 외국인의 투자가 손쉬워진다.
정 회장은 제주지역이 세계적인 카지노 리조트의 메카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수년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그룹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물밑 교류를 추진해 왔다. 특히 라스베이거스를 석권하고 있는 MGM미라지그룹, 하라스그룹, 샌드그룹 등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 업체는 미국 경제가 주목하는 상장사로 월가(Wall Street)에서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그러나, 벨루가호텔이 이들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카지노 사업권조차 갖고 있지 않았던 정 회장은 카지노 전문 분석기관 ‘글로벌리스’와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국내 카지노 사업권 매입을 추진했다. 결국, 지난 5월 정 회장은 신라호텔 카지노 인수에 성공하면서 사업권을 획득했다. 필리핀 호텔 인수작업 실패로 자금난을 겪고 있던 홍 회장과 카지노 자본유치를 위해 사업권이 필요했던 양측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정 회장은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카지노 교육기관인 UNLV 소속 학장과 교수진으로 구성된 ‘글로벌리스’는 미국에서 상당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들과 손잡은 뒤 MGM미라지 그룹 등 세계 최고의 자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UNLV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투자한 전문 교육기관으로 인력 배출, 연구, 분석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스튜어트 H 만 UNLV 학장은 “제주도가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각광받는 카지노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샌드그룹 마카오에 4조원 투자
이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특별법이 통과된 것과는 별도로 카지노 산업의 세계적 흐름이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는 고객 감소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LA 인근을 포함해 미주 전역에 퍼져있는 ‘인디언 지역’에서 스몰카지노가 급증한 탓이다. 또, 인디언 지역 카지노의 경우 세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서비스 차원에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체들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카지노 산업의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굴지의 카지노그룹들은 차츰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첫 단계가 라스베이거스의 리조트화, 컨벤션특구화다. 라스베이거스는 최종적으로 뉴욕에 위치한 월가를 이전해 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 회장은 “과거 라스베이거스 하면 떠오르는 도박이라는 개념은 종적을 감췄다”며 “가족을 위한 리조트, 사업을 위한 컨벤션 형태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미국 최대 자본가인 카지노그룹이 카지노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형태의 카지노를 전세계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카지노를 즐겨 찾는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가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지난 5월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마카오에 이어 싱가포르가 카지노 허용 계획을 세우자 하라스, 샌드, MGM, 시타시티(호주)가 입찰에 참여할 의사를 전달했다”며 “아시아 각국이 카지노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10년 안에 세계 최대 관광·카지노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스베이거스 샌드 그룹은 마카오에 4조원 안팎의 자본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8월 MGM, 하라스 그룹을 제치고 사업권을 획득한 샌드그룹의 전략은 ‘컨벤션’이었다. 샌드그룹은 카지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컨벤션 센터를 마카오에 선물했다. 샌드그룹은 또, 싱가포르 등지로 그 영향력을 넓히면서 아시아지역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정 회장이 주목하는 대목도 이 부분이다. 세계적인 카지노그룹의 자본을 아시아로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지역의 입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면 일부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제주지역은 중국, 일본과 비행기로 1시간 안팎의 이동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40여개에 이르는 골프장, 호텔·콘도 등 위락시설, 컨벤션센터가 이미 확보된 상태다. 향후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동남아 지역과 비교했을 경우,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3개월간 라스베이거스에서 투자 유치 설명회 등을 하고 돌아온 정 회장은 “카지노그룹의 개발담당 사장들이 한국에 제주도라는 아름다운 섬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눈치였다”며 “10월부터 세계 4대 메이저그룹의 담당자들이 현장 시찰을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안에 1조원 안팎의 자본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새로운 카지노 사업을 위해 이미 17년 전 제주지역에 3만여평의 부지를 사들였다. 제주 샤인빌 럭셔리 리조트 옆에 자리잡은 이곳이 카지노그룹의 자본을 유치해 국내 최대 리조트 건설을 추진할 공간이다. 샤인빌과 업무 협조를 통해 먼저 ‘스몰카지노’를 운영하고 ‘벨루가 리조트(카지노 앤 리조트 벨루가)’가 완성되면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프로젝트에는 세계적인 관광 교육기관인 UNLV의 제주 유치와 건강 헬스케어 센터 건립도 포함된다.

정덕일씨 소유 3만평 개발 예고
하지만 정 회장이 벨루가 리조트를 직접 운영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리조트 경영은 전적으로 메이저그룹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그는 “아직까지 확정된 게 없기 때문에 미래의 일을 단정 지어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입지·제도·환경이 완벽하게 구비돼 있기 때문에 세계 최대 카지노 자본의 유치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놨다. 제주도 입장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건축가에서 호텔리어로 변신한 정 회장이 ‘슬롯머신 대부’라는 멍에를 벗고 제주 특별자치도에 카지노그룹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벨루가 호텔 정덕일 회장 단독 인터뷰

“제주는 아시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나도 이제 내일 모레면 60세다. 이번 기회에 제주도와 카지노업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벨루가호텔에서 만난 정덕일 회장은 제주 신라호텔 카지노 인수 배경을 묻는 기자를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정 회장은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정 회장으로서는 기자의 접근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자본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일명 ‘벨루가 프로젝트’의 취지와 향후 전망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사업가로서의 진지함과 기개가 묻어났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번 사업은 투병중인 친형(정덕진)과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유념해 달라”며 “부당한 사실이 있다면 언제든지 사업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고충을 털어놓았다.
-미국 카지노그룹의 자본 유치를 추진한 배경은.
▲제주도는 이제 특별자치도시다. 외국 자본과 기업가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나마 평생을 살면서 내가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는 카지노리조트 발전을 모색하는 과정에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국내 카지노업계도 변해야 한다.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한편, 카지노를 도박장이 아닌 라스베이거스처럼 리조트화, 컨벤션화하고 싶다.
-제주의 경쟁력은.
▲카지노에 가장 관심이 많은 나라가 우리 주변에 모두 몰려 있다. 특히 중국, 일본 등은 신흥 부호들이 급증하고 있는 최고의 시장이다. 지리적으로 제주가 매우 가깝고 외국 자본도 좋은 입지를 찾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공항, 호텔, 골프장 등 제반 여건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한국 카지노의 입지는.
▲얼마 전 관광공사가 카지노 신규 오픈을 허가했는데, 아마도 경영이 어려울 것이다. 제주지역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미지가 나쁘고 시설도 너무나 낙후돼 있다. 뜨내기 손님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세계 최고급 시설의 카지노리조트가 국내 시장의 변화를 유도해 낼 것으로 본다.
-정덕진씨의 근황은.
▲언론에서는 이 대목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형님은 이번 사업과 무관하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상태고, 건강이 좋지 않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매우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차피 국내에서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1조원 안팎의 외국 자본을 유치해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옳다고 본다. 또, 라스베이거스 카지노그룹은 도박을 통해 돈만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이유는.
▲라스베이거스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카지노에 관심이 많은 아시아로 자본이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관광시설과 접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MGM, 하라스, 샌드, 스타시티 등 굴지의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면 된다.
-그동안의 성과와 전망은.
▲우선 다음달부터 카지노그룹 개발담당자들이 잇따라 제주도 현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미국 카지노 분석 전문기관 ‘글로벌리스’를 통해 한국과 제주의 장점을 설명하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안에 큰 성과가 있을 것 같다.
-사회 환원 사업은.
▲제주에서 천사보육원을 하고 있다. 그동안 뜻한 바가 있어서 작지만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현>

김대현  dh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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