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덕에 굽던 빵, 테이블 위 술잔도 그대로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연안의 하늘에 거대한 구름이 몰리기 시작한다. 작은 돌멩이 들이 하나 둘 도시에 떨어지고 조금 지나자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거대한 폭발과 함께 흙과 돌들이 비오 듯 쏟아 졌고 검은 연기와 함께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화산암이 폼페이 도시를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우뚝 솟아 있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1748년 나폴리 왕이 발굴
화려한 귀족들의 휴양도시인 폼페이는 거대한 화산 폭발 이후 모든 것이 사라졌다. 1748년 나폴리 왕에 의해 발굴을 시작해 관광지로 개방이 되어 둘러 볼 수 있게 됐지만 아름다운 휴양 도시가 아닌 허물어진 집과 고통 속에 죽어간 사람들의 시신 등의 ‘흔적’을 살펴보는 유적지로 바뀌었다.
폐허처럼 보이는 이 도시를 걸으며 찬찬히 둘러보면 폼페이 인들의 삶을 만나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남부여행의 필수코스인 폼페이를 들러 이 도시 사람들의 삶의 지혜와 흔적을 찾아보고 과거 가장 화려했던 폼페이의 가슴 아픈 현재를 느껴보자.
폼페이에 입장하면 눈앞에 펼쳐진 도시의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흙과 먼지 모래 그리고 지붕이 사라진 채 터만 남아있는 집들의 흔적들 그리고 모두 같은 모습의 거리는 걷는 것은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것만 같다.
폼페이는 규모가 상당히 크다. 폼페이는 한 변이 약 2킬로미터에 이르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도시 서쪽에는 포럼이라 불리는 광장이 있었고, 그 주위에는 신전과 시장, 시청 등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건물이 기둥과 벽만 남았다. 그런데다 거리의 모습이 너무나도 비슷비슷해 유적들을 넋 놓고 살펴보다 보면 길을 잃기 쉽다. 폼페이 여행은 혼자 다니기보다 가이드와 함께해야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다.
알찬 폼페이 여행을 즐기려면 다양한 자료와 사진 등으로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설명하는 가이드 투어나 폼페이 시 자체에서 운영하는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하길 추천한다. 국내 여행사 중에는 맘마미아투어(www.mammamia.kr)에서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화산 폭발로 건물들의 지붕이 모두 날아가 버린 폼페이는 뜨거운 햇볕을 피할 곳이 거의 없다. 여행 시 모자 및 선글라스 등은 꼭 챙겨야 한다.
목욕탕, 아폴로 신전 등 로마 생활상 한눈에
발굴조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폼페이는 당시 로마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는 최적의 유적지다. 화산 폭발로 시간의 흐름이 멈춰버린 도시는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로 향한 문인 ‘마리나 문’과 아폴로 신전, 포로 폼페이 등을 지나 만날 수 있는 목욕탕은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목욕탕에는 당시 사람들이 체력을 단련하던 곳, 옷을 맡기던 곳 등과 함께 냉탕과 온탕 사우나 시스템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이밖에 두 개의 극장, 1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원형 경기장도 발굴됐다.
폼페이는 천천히 살펴보는 게 좋다. 그러다보면 화덕에 그대로 남아 있는 불에 구운 빵과 술집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작은 잔 등도 볼 수 있다. 화산 폭발이 얼마나 빨리 갑자기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 증거다.
폼페이를 둘러보다보면 당시 그들의 문화생활 수준을 느낄 수 있다. 자연스레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과거 그토록 화려했던 도시가 자연재해에 의해 사라진 역사의 현장을 걷다 보면 마음이 아파온다.
폼페이 여행을 떠난다면 적어도 유적지에 있는 동안 만큼은 폼페이인이 되어 보자. 과거로 떠난 여행이 더욱더 즐거울 것이다.
<박혜리 여행칼럼리스트>
박혜리 여행칼럼리스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