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만 불린 재벌]쿠쿠전자
[자기 배만 불린 재벌]쿠쿠전자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8-18 10:42
  • 승인 2014.08.18 10:42
  • 호수 1059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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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로 장남은 경영권 차남은 1500억 원 자금 확보

합병 때부터 편법승계 ‘의혹’ 상장사 면모 갖추기는 ‘숙제’
사측 “모든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일부 선입견 생긴 듯”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대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익부를 지향하는 것이다. 배당금 자체가 대기업의 부익부를 유지해 가려는 계책인 동시에 소득재분배를 외면하는 행위다”라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배당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쿠쿠전자(대표 구본학)을 살펴본다.

쿠쿠전자 총수 일가가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배당금은 기본이고 상장을 하면서도 막대한 금액을 챙겨간다. 쿠쿠전자는 지난 6일 기업공개를 하는 과정에서도 장남이 경영권을, 차남은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번 기업공개의 쿠쿠전자 지분 대부분은 창업주 구자신 회장의 차남 구본진씨가 팔아치운 물량 147만504주다. 전체 물량이 구주 매출로 진행됐으며 전체 상장예정주식의 25%인 245만840주가 공모됐다.

구주매출이기 때문에 회사로 들어오는 신규자금은 없으며, 지분을 내놓은 주주에게 자금이 들어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분을 내놓은 본진씨가 약 1500억 원의 자금을 가져갈 수 있었다.

또 쿠쿠전자의 대주주이자 경영권을 확보한 이는 창업주 구자신 회장의 장남인 구본학 대표다. 그러나 그는 지분 324만5380주(33.10%)를 이번 공모에 내놓지 않았다. 기업공개를 통해 장남의 지분구조가 더욱 견고해지는 효과도 동시에 본 것이다.

결국 장남은 경영 승계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했고 차남은 1500억 원이라는 사업자금이 생기는 일석이조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편법 승계가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창업주의 차남이 앞선 합병 당시 무혈입성해 얻은 지분을 이번 상장으로 팔아 거액을 벌게 된 점이 발단이다. 또 장남이 회사 내 경영권을 공고히 다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경영승계 방법이 편법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합병 전인 2011년까지만 해도 구본학 대표와 본진씨가 가진 쿠쿠전자 지분은 전혀 없었다. 당시 구자신 회장이 24.84%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어 쿠쿠홈시스가 44.86%로 대주주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쿠쿠홈시스는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갔고 2012년 말 쿠쿠전자는 쿠쿠홈시스와 합병에 나선다. 쿠쿠홈시스는 구본학 대표가 53%, 본진씨가 47%지분을 갖고 있었다. 합병 하나로 본학씨는 지분 33.1%, 본진씨는 29.36%의 쿠쿠전자 지분을 갖게 됐다.

더욱이 당시 개정된 법인세법에 따라 합병법인 주식을 이전 주식의 장부가로 평가해 합병으로 늘어난 이득을 없는 것으로 했다. 기존 의제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이 이연되면서 두 형제는 세금 없이 합법적으로 쿠쿠전자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모든 상황을 정리해보면 창업주의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자회사를 모회사와 합병 하는 방법으로 경영 승계를 거친 뒤, 상장으로 장남이 경영권을 견고히 다지고 차남은 자금을 가져가는 형식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각본’에 의한 시나리오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배당금은 덤으로

아울러 지금까지 쿠쿠전자는 총수와 그 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상태에서 매년 고배당으로 현금을 챙기는 가족회사 성격이 짙었다. 이사회, 감사 등 상장사로서 면모를 갖추는 것은 숙제로 남은 상태다.

앞서 쿠쿠전자는 2011년 매출 2727억 원 가운데 2435억 원(89%)을 쿠쿠홈시스와의 거래로 올렸을 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쿠쿠홈시스는 2010년에도 쿠쿠전자의 매출 2428억 원 중 2221억 원(91%)에 달하는 일감을 줬다.

내부거래를 2000년대 이후로만 살펴봐도 ▲ 2001년 652억 원 (총 매출 799억 원) ▲ 2002년 1009억 원(총 매출1180억 원) ▲ 2003년 1167억 원(총 매출 1328억 원) ▲2007년 1821억 원 (총 매출 1965억 원) ▲2009년 1934억 원(총 매출 2095억 원) 등이다.

배당도 두둑했다. 쿠쿠전자는 2002년 11억 원, 2004년 45억 원, 2005년 46억 원, 2006년 46억 원, 2007년 28억 원, 2008년 37억 원, 2009년 46억 원, 2010년 55억 원 등 2003년만 제외하고 해마다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배당성향은 23〜45%에 달하는 고배당이었다. 쿠쿠홈시스 역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각각 30억〜80억 원씩 배당한 바 있다. 구본학 대표와 본진씨 형제는 그때마다 수십억 원을 주머니에 넣은 바 있다.

한편 쿠쿠전자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이번 상장은 해외시장 진출과 정확한 기업가치 평가, 직원들의 사기 증진 등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편법승계라는 의혹은 너무 선입견을 갖고 바라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기의 문제 때문에 의혹이 불거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모든 과정이 어려움 없이 이뤄지다보니 애초에 각본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냐”면서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20년 가까이 편법승계만 바라보고 사업을 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상장을 통해 업체에 들어오는 자금이 적지 않냐는 질문에는 “구주매출이기 때문에 본진씨가 가지고 가는 자금이 많고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다만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다. 본진씨가 가져간 자금이 회사에 재투자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내부거래와 배당금에 관련해선 “상장과는 상관없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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