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업계 전반 도래한 문제 심각
“진짜 원조는 따로 있다”는 주장도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스몰비어 업계가 원조논란으로 시끄럽다. 맥주와 감자튀김이라는 조합으로 시작한 업체들 간의 상호와 메뉴, 실내 인테리어 등의 유사성이 도를 넘은 탓이다. 특히 압구정봉구비어와 봉쥬비어 간의 싸움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서로 ‘원조’를 주장하며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이다. 가운데에 낀 가맹점주들은 노하우와 경쟁력을 뺏긴 채 울상이다. 2년여 만에 30여개 브랜드, 1000여개의 매장이 생기며 인기를 끈 만큼 부작용도 크다. 대세가 된 스몰비어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스몰비어는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겨냥한 호프집이다. 가게 규모도 작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서 유행이 됐다.
대세가 된 스몰비어 업계에서 원조 논란이 가장 치열하게 일어난 곳은 ‘압구정봉구비어’와 ‘봉쥬비어’다.
업계 1위인 봉구비어는 2012년 사업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500여 점이 넘는 가맹점을 가지고 있다. 봉쥬비어는 2013년 탄생한 뒤 49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사실 외식업계에서 유행을 따르고 벤치마킹한 사례는 흔히 있었다. 유행을 따르되 각자의 운영노하우와 아이디어를 가미한 선의의 경쟁이 되면 이것은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원조 논란에 휘말린 것은 단순히 유행을 따랐다고 하기엔 비슷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가게 이름이 다 비슷하다. 봉구비어와 봉쥬비어외에도 ‘○○비어’ 형태로 돼 있는 상호들은 한 글자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맥주와 감자튀김이라는 기본 메뉴도 같다. 이밖에 뾰족한 고깔 포장과 손가락 비닐장갑이라는 소품, 마스코트 분위기, 바(Bar)를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꼭 유사한 상표를 쓰지 않더라도 메뉴와 소품, 인테리어 분위기가 유사한 곳은 이미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상태다.
이에 소비자들은 업계에 먼저 발을 내디뎠던 봉구비어와 유사한 업체들이 모두 ‘한 회사’로 여기기 시작했다. 큰 차이가 없는 유사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혼란이 커진 것이다.
법적 장치 없고 분쟁 급증
그만큼 원조를 둘러싼 논란도 빈번하다. 특히 메뉴 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특별한 기술이나 요건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일 경우엔 정도가 더 심하다. 음식의 경우 저작권을 인정받기가 어려워 논란이 일어나기 쉬운 것이다.
과거 맥주 프랜차이즈로 전국 각지에서 유명세를 탔던 ‘쪼끼쪼끼’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01년 당시 쪼끼쪼끼는 전국 가맹점 230개를 보유할 정도로 유망한 브랜드 중 하나였지만 쭈끼쭈끼, 쪼끼타임, 조끼쪼끼, 쭈끼쪼끼 등 발음과 표기상 비슷한 상호들이 생겨난 바 있다.
이후 쪼끼쪼끼는 소송 끝에 상호명을 지켜냈지만 이미 쪼끼쪼끼가 주도한 맥주시장의 트렌드는 지나간 후였다. 도 넘은 베끼기로 원조가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최근 스몰비어와 유사한 논란이 있었던 벌집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벌집 아이스크림의 양대산맥인 ‘소프트리’와 ‘밀크카우’는 디자인권 침해금지 가처분과 부당경쟁행위에 따른 금지청구소송이 오갈 만큼 치열한 원조 싸움을 벌였다. 해당 제품에 대한 특허 신청은 벌집과 아이스크림을 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밥버거’ 역시 프랜차이즈화 된 후 가맹점주로 있던 한 회원이 전수받은 영업 방법과 사업 노하우로 새로운 밥버거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빙수전문점도 분쟁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빙수전문점은 인절미와 콩가루 등을 이용한 팥빙수로 유명세를 탄 ‘설빙’이 큰 성공을 거둔 후 비슷한 이름과 메뉴의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상표권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1년 조사 당시 1346건이던 상표건 분쟁 관련 소송건수는 2013년 2년 만에 20% 급증한 1610건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어난 피해는 가맹점들의 몫이다. 영업 노하우를 뺏기면서 경쟁력도 잃은 것이다.
한 전문가는 “국내 특허법상 지역명이나 고유명사 등을 상호로 사용하면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한다”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은 가맹점 개설을 상담할 때 본사가 브랜드 서비스를 등록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서비스 등록이 돼 있지 않은 경우 유사한 상호로 동일한 업종을 하는 점포가 가까운 곳에 입점해 피해를 입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외식업계 전반에 원조를 가리는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봉구비어와 봉쥬비어 측도 팽팽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봉구비어 관계자는 “자본주의 시장의 특성상 유행을 따르고 모방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다만 그것에 자신만의 철학과 색깔을 입힌 재창조가 중요하다. 그런데 봉구비어를 따라하는 이들은 근본 알맹이를 추구하기보다 겉모습을 많이 따라하고 있어 봉구비어의 이름에 편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봉구비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비슷한 상호의 브랜드들과 연관성이 없다”며 “특허청에 상표권이 출원된 정식 브랜드”라고 공지하고 나섰다. 또 “상표권 침해에 대해 향후 본사 차원의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봉쥬비어 측 역시 “봉구비어는 2012년에 시작했다. 봉쥬비어는 2012년부터 사업을 기획했으며 2013년 초 직영점 몇 곳을 열었다”며 “오히려 봉구비어가 짝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진짜 원조는 따로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스몰비어가 시작된 진짜 원조는 한 지방의 대학교 앞에 있는 호프집이며 봉구비어가 이것을 따다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어차피 베껴온 건 마찬가지인데 원조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우습다”고 말한다. 해당 호프집은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소규모 매장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