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불황 속 꼼수 논란 혜택 줄이기
현대오일뱅크 불황 속 꼼수 논란 혜택 줄이기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8-18 10:32
  • 승인 2014.08.18 10:32
  • 호수 1059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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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업계 긴축 정책, 후반기도 이어질 듯
사측 “혜택 챙겨주려다 오히려 오해만 샀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사장 권오갑)가 ‘꼼수를 써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고객 포인트 적립 혜택은 줄이지 않았지만, 각종 부가서비스와 약관을 변경·축소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오일뱅크 측은 다소 오해가 있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다수의 정유사들이 포인트 적립을 줄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난데없는 불똥이 튀었다는 설명이다.

정유사들이 긴축 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 허덕이면서 각종 고객 포인트 혜택 축소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유사들의 포인트 삭감이 이어지는 동시에 현대오일뱅크가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놓고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정유사들도 정유사들이지만 “혜택을 축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현대오일뱅크를 둘러싸고 ‘꼼수’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현대오일뱅크가 직접적인 포인트 삭감을 하진 않았지만 적립항목을 줄이고 가족 간 합산을 어렵게 만들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다음달 1일부터 약관이 변경되면서 경정비 제휴점과의 포인트 적립 항목이 삭제되고 가족 간 포인트 합산 시 추가 증명서류를 요청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대오일뱅크가 제공하던 롯데시네마에서 자사의 포인트로 영화 관람료를 결제하는 서비스가 중단됐다. 현대오일뱅크-현대카드M 카드 고객들에게 제공되던 주유서비스 할인 금액도 내년 2월 말부터 리터당 100원에서 70원으로 축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부 멤버십 회원들 사이에서 “말로는 혜택이 줄지 않는다고 하면서 줄어들 혜택은 부지기수로 늘어난다”는 불만이 새어나온 것이다.

일각에선 “기업 경영을 잘못해 부진을 거듭한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거나 “포인트 적립을 앞세워 자사 제품을 써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딴 소리냐”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이러한 ‘꼼수’ 논란이 발생한 상황을 조금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선 정유업계의 불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모든 정유 업계는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4대 정유사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은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고 윤활유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실적악화가 진행됐다. 특히 석유사업은 214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2분기 549억 원의 손실과 함께 적자 전환했다. 정유부문은 1534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정제마진 개선은 아직도 불투명한 상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정유부문 실적도 그다지 밝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기는 마찬가지다.

깜깜한 미래

더욱이 정유 업계는 하반기도 기대감을 품기에 무리가 있다. 정제마진의 하락은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예측이 높고 효자산업으로 각광받은 바 있던 석유화학부문의 실적도 부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제시설의 신규 증설 경쟁을 벌인 결과, 공급은 증가했지만 경기부진의 여파로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여기에 한몫한다. 특히 중국 시장도 현지 업체들의 대규모 신증설 추진으로 인해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정유사들이 강도 높은 긴축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GS칼텍스는 보너스카드(GS&POINT)의 주유적립 제도를 변경할 계획이다.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기존 리터당 5포인트 적립을 리터당 2포인트로 줄이는 방안이다.

SK에너지도 지난 5월 엔크린 또는 OK캐쉬백 로고가 있는 멤버십카드나 제휴 신용카드를 소지한 고객이 SK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를 넣을 때 제공하는 OK캐시백 포인트를 리터당 5원에서 주유금액의 0.1%로 변경했다.

결국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악재와 혜택 줄이기가 맞물려 나타난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대놓고 혜택을 줄이는 정유사들보다 보이지 않게 혜택을 줄인 현대오일뱅크가 ‘얄밉다’는 이유로 화살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는 모든 비판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혜택이 줄어든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해명한다. 즉 정유사들의 긴축정책 속에서도 고객들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늘어놓은 것이 똑같은 긴축 정책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많은 회사가 혜택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정책이 휩쓸려 같은 선상에 놓이게 됐을 뿐, 정작 혜택이 줄어든 부분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적립 항목이 줄어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추가된 부분도 있다. 한마디로 ‘변경’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면서 “가족 간 포인트 합산 시 추가 증명서류를 요청한다는 약관도 ‘추가’된 부분이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챙겨주려고 한 부분인데 시기상 오해를 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타 서비스 중단·변경과 관련해선 “제휴 서비스와 같은 경우는 현대오일뱅크 측이 혼자 진행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제휴사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라면서 “롯데시네마 서비스 역시 계약기간이 만료돼 사라졌을 뿐, 곧바로 CGV로 대체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만년 기업공개 후보군으로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기업공개를 재추진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유 4사 중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아직은 무리라는 것이 공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률이 1.7%에 불과한 시점에서 상장을 하게 되면 지분에 대한 적정한 평가를 받기 힘들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도 “아무 계획도 나와 있지 않다. 업황 회복까지는 기업공개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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