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제품 과대포장 너무해 소비자는 배신감만
인기제품 과대포장 너무해 소비자는 배신감만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8-18 10:28
  • 승인 2014.08.18 10:28
  • 호수 1059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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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과자 늪에 빠진 크라운제과

원가하락 불구 가격·임원 연봉 인상 ‘눈총’
안방 차지하는 수입 과자…시장 잠식 우려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국내 과자 업계가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질소과자, 국내 소비자 무시 등의 일탈행동 등이 연거푸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상대적으로 값싸고 양 많은 수입 과자 판매점이 급증한 것도 한 몫 했다. 업계 대표기업인 크라운제과(회장 윤영달) 역시 마찬가지다. 크라운제과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한 해 크라운제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수입과자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과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대 포장 논란에 가격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진 탓이다. ‘질소과자’라는 비아냥거림은 국산 과자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됐다.

이 같은 국산 과자의 질소과자 논란은 해외에서도 망신을 샀다. 일본 가제트통신은 한국과자를 직접 보여주며 과자의 내용물이 포장의 17%라고 비난했다. 통신은 또 “다른 한국 제과업체 과자도 50%를 밑도는 과자가 수도 없이 많다”며 “한국제과업체들은 일본 과자를 모방한 것도 모자라 질을 떨어뜨리고 용량마저 줄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산 과자에 대한 반감이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질소과자 논란을 잠재울 틈도 없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일제히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병행수입 활성화로 수입 과자 판매점이 늘어나면서 판세가 뒤집히고 있다. 저렴한 수입 과자에 소비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면서 국내 업체들이 안방을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마트 과자 매출 현황에서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3월 과자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줄었다. 반면 수입 과자는 매출이 5.6%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까지 수입과자 매출 신장률은 11.9% 늘었다. 반면 국산 과자 매출은 9.8% 감소했다. 전체 과자 중 수입과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26.7%까지 올랐다. 5년 전 7.9%였던 수입과자 점유율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이처럼 수입 과자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자 수입 과자 전문점들은 전국 단위로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매장을 연 스위트타임은 수도권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다 최근 광주와 김해, 대전 등 전국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이밖에도 카카오칩, 레드버켓, 리틀코코 등 수입 과자 전문점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 A씨는 “몇 개 들어있지도 않은 국산 과자보다 수입과자는 양도 꽉 차고 가격도 훨씬 저렴해 비교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옛날엔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은 과자 봉지를 열면 허탈한 일이 많다”며 “같은 과자도 수입 제품엔 훨씬 많은 양이 들어 있던데 어느 누가 굳이 국산 과자를 사먹겠냐”고 반문했다.

귀 닫던 과자업계 위기 도래하나

이처럼 수입 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뜨거워지면서 국내 과자 업계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국내 대표 제과 업체인 크라운제과 역시 질소과자 논란 등의 중심에 서 있다. 크라운제과는 국내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의 포장 비율 측정 조사에서도 대표 제품 ‘쿠크다스’가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크라운제과의 매출액은 1조1183억 원으로 1.42% 감소, 영업이익은 697억 원으로 7.84% 줄어들었다.
오리온, 롯데제과 등도 마찬가지다. 오리온의 지난해 매출액은 4.9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1.88% 감소했다. 빙그레 역시 영업이익이 23.8% 감소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68% 감소했다. 해태제과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81억 원으로 전년 214억 원 보다 62%나 감소했다.

다만 이번 1분기 실적에서 크라운제과는 전년 동기 대비 4.6%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서도 마땅찮은 눈치다. 지난 1분기 실적 호전에 가격 인상이 한 몫 했다고 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익성이 나빠지는 위기가 올 때마다 소비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가격인상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하지 말고 경영에 다른 비효율성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는 질타의 목소리도 나왔다.

더욱이 등기이사 보수를 늘린 것으로 알려져 씁쓸함마저 주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등기이사 보수를 8억1600만 원으로 18.95% 늘렸다. 2012년 등기이사 1인 평균 보수는 6억8600만 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역시 실적 악화와 관계없이 20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회장은 지난해 크라운제과로부터 9억 원, 해태제과로부터 10억8300만 원의 급여를 각각 지급 받았다.

때문에 수입 과자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불신을 자초한 책임이 크다는 비판과 함께, 이대로 가다간 국내 업체들이 수입 과자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안팎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제과업체들은 조금 다른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과자로 인한 피해가 없다”며 “수입 과자 매출 증대는 판매 경로가 다양화됐기 때문에 매출이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일요서울]은 크라운제과 측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했을 뿐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업계 전반에 제품 가격 꼼수 인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전례도 있는 만큼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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