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사양 갖추고도 국산 가격의 4분의 1이면 구매
“해외 직구 아닌 정식 수입 시 점유율 크게 증가할 것”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삼성·LG전자 일색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화웨이(華爲)·샤오미(小米)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국내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침투하고 있어서다. 그간 우리나라는 HTC,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등의 잇단 철수로 ‘외산폰의 무덤’으로까지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가격 대비 고성능을 갖춘 중국산 스마트폰을 해외 직접구매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보급형 단말기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다른 제조사인 샤오미는 애플을 카피하며 상장해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가격 대비 좋은 성능으로 입소문을 내 유명세를 탔다.
최근 화웨이는 국내에서 스마트폰 네트워크 테스트에 들어갔다. 화웨이의 ‘아너6’폰이 LG유플러스의 롱텀에볼루션(LTE) 망을 통해 안정화를 시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 측은 화웨이가 단말기를 2.6GHz로 맞춰 사용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국내 이동통신사 중 해당 망을 지원하는 곳은 LG유플러스뿐이다.
화웨이와 LG유플러스 모두 국내에서의 스마트폰 출시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이들의 공조를 사실상 화웨이의 국내 진출 발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와 LG유플러스는 양사의 서울모바일혁신센터(MIC) 설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 센터는 향후 LTE 등 4세대(4G) 통신망과 5세대(5G) 통신망을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제조뿐 아니라 통신장비에서도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서 통신장비는 이동통신 기지국에 들어가는 장비나 기업용 네트워크 서버 등을 가리킨다.
특히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주름잡던 국내 LTE 통신장비 시장에도 비집고 들어왔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화웨이의 통신 기지국 장비를 들여와 국내에 설치한 바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화웨이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인 삼성과 LG의 뒤를 바짝 쫓을 만하다. 이미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지난해 LG전자를 제치고 3위를 거머쥐었다.
자국 내수에서는 이미 삼성 앞질러
샤오미의 경우 국내에서의 돌풍은 해외 직접구매와 조합 공동구매를 통해 형성되고 있다. 샤오미의 ‘홍미(red mi)’폰은 지난달 말 국내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 스마트폰 공기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G마켓이 공동구매 품목에 올린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해당 스마트폰의 사양을 뜯어보면 이 같은 열풍에 다소 수긍이 간다. 4.7인치 IPS 디스플레이, 800만화소 카메라 등 고사양이 들어간 새 단말기가 19만9400원이다. 대부분의 국내 전략 스마트폰 가격이 80만~90만 원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초기 샤오미는 애플을 무작위로 카피함으로써 ‘애플 카피캣’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자체 개발한 혁신적인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고성능 저가격을 유지하며 인지도를 크게 키웠다.
그 결과 샤오미는 중국 내수에서 삼성을 앞질러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점유율 14%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삼성전자는 12%로 내려가면서 왕좌를 뺏겼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1%에서 내년 25%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지난 12일 내놨다.
피치는 “삼성과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추락하는 것은 신흥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샤오미와 레노버, 화웨이 등 신흥 업체들이 저가형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화웨이와 샤오미의 세계적인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자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통신업계는 여전히 화웨이와 샤오미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샤오미의 홍미폰을 만져보면 소위 가격 대비 성능에 놀라 위협을 느낄 정도”라며 “중국산 스마트폰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면 국내 시장에서도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