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수 부재 ·원화 강세 등 위기에 “맞서 싸우자”
기업인들 영화 관람 이어져…회의서 이순신 정신 강조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가운데 재계에 ‘이순신 리더십을 배우자’는 바람도 뜨겁다. 최고경영진이 극장표를 구매해 직원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관련 서적을 구입해 배포하기도 한다. 회의석상에서 영화 내용을 거론하며 ‘이순신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임원도 등장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와 각종 규제, 경기악화 등으로 위기에 몰린 경영위기를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으로 정면 돌파하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에 ‘명량 배우기 열풍’이 한창이다. 재계 대표 기업인들이 앞 다퉈 영화보기에 나서고 있고, 임직원들에게 영화 보기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12일 조현준 효성 사장은 영화 ‘명량’ 입장권과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라는 책을 사서 임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직원들에게 이달에 읽을 만한 효성인의 도서로 ‘전쟁의 신 이순신’을 추천했다.
아울러 조 사장은 효성이 세무조사와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통한 위기돌파를 강조해 주목받았다.
효성의 이상운 부회장도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 레터에서 “이순신 장군의 ‘선승구전(先勝求戰·이기는 군대는 미리 이겨놓고 싸운다)’ 정신을 본받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순신 마니아’로 알려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제외하고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이순신 장군을 지목한다.
2011년 신형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첫 승리 장소인 경남 거제시 옥포에서 기자단 시승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빠르게 국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수입차의 공세를 저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앞서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달 31일 전국 지점장들과 ‘명량’을 단체 관람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의 부회장도 지난 11일 임원들과 ‘명량’을 단체 관람했고, 이 자리에서 “열세 상황에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기대를 뛰어넘는 도전과 창의를 기반으로 하는 선견(先見)·선결(先決)·선행(先行) 등 3선(先)”이라고 했다.
그는 신년사에서도 “LTE 경쟁에서 LG유플러스의 상황은 전함 13척으로 333척의 왜군을 무찔러야 하는 명량대첩과 같다”고 말하는 등 이순신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파면 후 돌아온 수장 묘하게 구속된 총수와 비슷해
영화 ‘명량’은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이순신의 일대기’를 영화화했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평도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개봉 12일 만에 1000만 명을 넘었다. 여전히 입소문을 통해 상영관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오랜만에 국내영화계에도 훈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수의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수익성이 나빠지는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려면 이순신 장군 만큼 좋은 모범사례가 없다는 판단 아래 영화 ‘명량’을 시청하면서 ‘위기 돌파’의 마음을 다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된다”고 말한다.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기대를 이유로 드는 사람도 있다. 각종 관련 규제를 점차적으로 풀겠다고는 했지만 아직 그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2기 내각 경제팀이 펼칠 경제개혁이 이순신 장군이 남들이 아니라할때 했던 것처럼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국내 경기가 잦은 악재로 흔들렸다면 이제는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줄거리를 통해서도 재계에 미치는 영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식홈페이지에 나온 줄거리를 요약하면 “1597년 임진왜란 6년,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뿐.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마저 불타고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인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의 열세에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서는데…”라고 나와 있다.
현재 국내 기업 들 중 수장을 잃고 표류하는 기업이 줄거리의 내용처럼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순신이 파면 당한 후 돌아와 나라를 지켰던 것처럼 자리를 비운 수장이 돌아와 기업을 살려주기를 바란다는 기원이 담긴게 아니겠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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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