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고발] 잊혀지는 性지 남대문 회현동
[세태 고발] 잊혀지는 性지 남대문 회현동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08-18 10:10
  • 승인 2014.08.18 10:10
  • 호수 1059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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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10년 전 최고인기… 지금은 H·S업소만 명맥
유사성행위 업소 등장과 함께 손님 발길 뜸해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서울 중구 회현동. 서울역과 남산, 남대문과 근접해 있는 동네로 옛날부터 여관에서 남성에게 성(性)을 판매하는 여성들(여관바리)로 인해 인기가 높았다. 과거 유흥을 즐긴다는 남성치고 회현동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인기는 어느덧 사라졌다. 대딸방, 안마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의 등장과 함께 회현동 여관바리는 잊혀졌다. 그러나 몇 개의 업소는 아직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몇 년 만에 회현동을 찾은 A씨. 과거 그곳의 여관바리들에게 받은 서비스가 생각나서 여관골목으로 발을 들였다. 유명했던 H업소로 갔지만 지금도 그곳은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심지어는 줄까지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 시간이 아까웠던 A씨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A씨를 지켜보던 여관 직원이 다가왔다. “H업소는 인기가 많아서 항상 풀이에요. 우리 가게로 와요. 러브 모텔로 운영하고 있으니 8만 원만 내요.” 그냥 돌아가기 아쉬웠던 A씨는 협상 끝에 7만 원을 내고 직원의 손에 이끌려 여관에 들어갔다.

세월이 흘러도 가격 변동 없어

A씨는 “과거 6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7만 원으로 올랐다. 10년 전 물가를 생각해보면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현동 여관바리는 과거 그 가격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서비스 또한 10년 전과 변함이 없다.

일하는 여성들 중에는 장기 근무자가 많다. 그러다보니 회현동 여관바리 후기 글에는 항상 “OO(여성의 가명)이 오랜만이다. 4년 전 단골이었는데”, “추억의 이름” 등의 답변이 많이 달린다.

회현동은 옛날부터 서울에서 유명한 성매매촌이다. 여관에서 남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여관바리’들의 천국이 바로 회현동이다. 회현동 여관바리들은 다른 성매매 업소에서 꺼리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녀들은 손님이 원하는 서비스를 최대한 배려하며 맞춰주기 때문이다. 가격도 6만~8만 원 수준이다보니 손님들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24시간 영업하는 여관의 특성상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유흥을 즐긴다’는 사람치고 회현동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남성들은 밤마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회현동’을 외쳤고 그렇게 회현동 여관골목은 ‘유흥의 거리’로 거듭났다. 그러나 영원한 인기는 없는 법. 회현동은 어느덧 남성들에게 ‘잊혀진 장소’로 전락했다.

물론 회현동의 모든 업소의 인기가 식은 것은 아니다. H업소, S업소 등 일부 업소들은 아직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하면 이 역시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 주변의 업소에서는 손님 찾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많은 여관 직원들은 인기 업소를 찾았다가 방이 없어 돌아서는 손님들을 노린다. “우리 가게로 와. 잘해줄게”, “S업소는 풀이야. 대기자들 엄청 많아. 그냥 여기로 와”

성매매업소 급증 “회현동 갈 이유 없다”

유명 성매매촌이었던 회현동이 잊혀진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회현동의 단골이었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유사성행위 업소의 등장을 이유로 꼽았다. B씨는 “10 년 전만 해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항상 찾았던 곳이 회현동”이라면서 “그러나 대딸방이 생기면서부터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C씨는 “10년 전에 가봤는데 회현동이 아직도 영업을 하는지 몰랐다”면서 “고개만 들어보면 안마방, 키스방을 찾을 수 있는데 굳이 회현동까지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 회현동 여관바리가 인기 있던 시절 성매매 업소는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 588과 같은 집창촌과 회현동, 종로 등의 여관, 그리고 요정·룸살롱 등의 술집밖에 없었다. 저렴하고 서비스 좋은 회현동 여관을 찾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대딸방을 시작으로 안마방, 키스방, 페티시 업소 등 유사성행위 업소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성매매를 하기 위해 굳이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 집 근처 번화가에서도 유사성행위 업소를 찾을 수 있다. 거기에 유사성행위 업소가 회현동보다 가격이 저렴한 곳도 있다.

또 여관바리보다 나이대가 어린 여성들이 나온다. 회현동 여관의 경우 30~40대 여성들이 많은 반면, 유사성행위 업소는 대부분 20대 여성들이 일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회현동 여관바리의 인기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회현동 여관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그리워하며 발길을 꾸준히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D씨는 “회현동이 죽었다고 하지만 인기 여관들은 항상 손님이 넘친다”면서 “(여관바리들의) 기술과 연륜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관바리 대세는 ‘종로·신림’

회현동 여관골목이 죽었다고 해서 여관바리 자체가 죽은 것은 아니다. 여관바리만의 서비스를 내세워 요즘은 종로3가와 신림동 여관바리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대도 20~30분에 5~6만 원으로 회현동보다 저렴하다.

신림동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S여관이다. 남성들 사이에서 S여관의 여관바리들은 서비스가 남다르다고 소문까지 날 정도다. 나이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로 여관바리 중에서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는 편이다.

종로에서는 T업소가 유명하다. 5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더 저렴하게는 4만 원까지도 가능하다. 특히 T업소는 유명한 여관바리도 있어 그녀들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하는 남성들도 있을 정도다. 여성들의 나이는 여관바리 특성상 40대까지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다녀온 남성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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