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전 세계가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다. WHO의 발표에 따르면 11일 기준 에볼라 감염 건수는 모두 1,975건, 사망자는 1,069명이라고 발표했다.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각각 3백 명 이상이 사망했고 나이지리아에서도 3명이 숨졌다. 시에라리온에서는 병원에서 에볼라 감염자 치료를 해오던 의사가 지난달 말에 이어 또다시 에볼라에 감염돼 숨졌다.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에볼라 치사율은 지역에 따라 50%에서 최대 95%에 이른다. 에볼라는 후천성 면역 결핍 바이러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마르부르크 바이러스 등과 함께 악성 전염병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요서울]에서는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악성 전염병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에볼라 확산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먼저 보건당국은 에볼라 발병 국가에서 머물다 국내로 들어온 내·외국인 147명을 추적조사 중이다. 나이지리아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했던 내외국인이 79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에라리온 48명, 기니 27명, 라이베리아 14명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아프리카 현지 교민들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15일 나이지리아에 대응팀을 파견하기도 했다. 대응팀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1명,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1명, 외교부 신속대응팀 2명 등 4명으로 구성됐다.
대한항공은 오는 20일부터 주 3회 운항하는 인천-케냐 나이로비 노선을 임시로 중단하기로 했다.
치사율 최고 90% 1976년 6월 처음 발견
에볼라는 1967년 독일의 미생물학자가 아프리카 자이르 에볼라 강에서 발견해 강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에볼라의 첫 희생자는 1976년 6월에 발생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한 남자가 두통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갑작스런 열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코와 구강, 소화관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피를 쏟으며 사망했다. 이외의 감염 증상은 전신 무력감, 허탈, 피부 발진, 저혈압 그리고 흔히 전신성 출혈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볼라는 첫 발병 이후 2000년까지 아프리카 대륙 사하라 사막 이남을 중심으로 발생해 왔다. 치사율이 최고 90%로 최근 알려진 바이러스 중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로 인식되고 있다. 감염자가 너무 빨리 죽기 때문에 바이러스 역시 순식간에 번졌다가 한순간에 사그라진다. 전문가들은 에볼라가 역사상 가장 빨리 숙주를 죽이고, 다른 사람에게 빨리 전염되는 바이러스라고 말한다. 현재까지는 바이러스에 대한 특이치료가 존재하지 않고, 쇼크 및 혈량 저하, 출혈경향에 대한 보존적 치료밖에 할 수 없다.
병원체를 연구하는 실험실 생물안전등급은 1〜4등급으로 나뉜다. 숫자가 높을수록 위험한 병원체를 다룰 수 있다. 감기나 홍역은 2등급, 조류 인플루엔자와 사스는 3등급, 에볼라 바이러스는 가장 높은 4등급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등을 연구하는 4등급 실험실에서는 우주복처럼 완벽하게 밀폐된 보호구를 입어야 한다. 호흡하는 공기도 외부에서 공급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4등급 실험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즈치료제 있으나 완치 불가능
에볼라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가장 큰 공포를 떨친 바이러스는 후천성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다.
1981년 두 개의 논문이 의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 유행하는 병들에 대한 논문이었다. 논문에는 이들이 모두 면역 체계가 파괴되어 죽어 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이 병을 면역이 안 되는 병 즉, ‘후천성 면역 결핍증’ ‘에이즈’라고 부르게 됐다.
1950년대 말 선진국의 아프리카 개발 과정에서, 중앙 아프리카의 녹색 원숭이로부터 감염되어, 미국과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82년 이 바이러스는 피나 체액을 통해서만 전염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1991년 말부터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져, 지금은 감염자가 3,300만 명에 달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에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 바이러스를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후천성 면역 결핍증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어도 치료를 잘 받으면 면역력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완치는 불가능하다. 또한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항 HIV 약제를 먹어야 하므로 이에 따르는 부작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에볼라와 함께 최근 인류를 가장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닭, 오리, 칠면조, 야생 조류 등 대부분의 조류에게 감염되는 병이다.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조류는 얼굴이 붓고 뇌염과 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1~2일 만에 죽게 된다.
조류 인플루엔자 다양한 변이로 백신 무력화
조류 인플루엔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조류 뿐만 아니라 고양이, 개, 돼지 등 포유류도 감염시킬 수 있다. 지난 1997년 홍콩에서 사람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 사망한 이후, 사람에게까지 감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변형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해 1997년 홍콩에서 6명, 2004년 베트남에서 16명이 사망했다. 사람이 변형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과 출혈, 폐렴, 설사, 뇌염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사망률도 60%에 달한다.
사람에게까지 감염된 H5N1 조류 인플루엔자는 소 변이도 일으킨다. 2004년 베트남에서 발생했을 때는 한 가지 유형만 가진 바이러스였지만, 1년 만에 세 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로 변화했다. 이러한 끊임없는 변이는 백신과 면역을 무력화시키는 바이러스 최고의 생존 전략이다.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발열 뒤 신장장애 일으켜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는 급성열성 전염병이다. 1967년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집단 발생해 그곳 지명이 붙었다. 발견 당시 1차 감염원은 우간다에서 수입한 아프리카산 긴꼬리원숭이였다. 공기·상처·성교(정액) 등으로 감염되고 잠복기간은 4〜9일이다.
증세는 갑자기 발열해 첫째 주에는 두통·근육통·구토·설사·발진 등이 나타나고, 둘째 주에는 간장애·부증·출혈경향 등이 나타나며, 중증일 경우에는 신장장애를 일으켜 약 20%가 사망한다. 천연두의 경우처럼 환자를 격리시킬 필요가 있는 악성 전염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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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