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존재하나
세월호법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존재하나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08-18 09:26
  • 승인 2014.08.18 09:26
  • 호수 1059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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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외부 배후설’진상
▲ photo@ilyoseoul.co.kr

여권 “정치적 이해관계로 전락…순수한 유가족 뜻 반영해야”
유가족 대책위 “내부 인사고 한 가족” 해명에도 억측 난무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세월호 특별법 쇼크’가 여의도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한때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새정치연합에서 ‘재협상’을 요구하자 정국은 그야말로 쇼크에 빠졌다. 세월호 특별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서면서 향후 정치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배후 세력을 둘러싼 갖가지 억측이 나돌면서 또 다른 정치적 의혹을 낳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에 의사자 지정, 특례입학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여당에서는 “외부세력이 존재한다”는 이른바 ‘외부 배후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봤다.

“상당수 유가족은 여야가 협상한 내용을 매듭짓고 보상·배상 문제도 함께 처리되길 바란다.”
세월호 특별법이 여당의 반발로 무산된 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김 의원은 “지금 피해자 유가족들의 삶이 정말 힘들고 고달프고, 더 나아가서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그런데 이게 무슨 짓이냐고 강력히 꾸짖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진실과 책임규명보다 보상과 배상문제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또 ‘외부 배후설’에 대해 김 의원은 “정치적인 외부의 시민단체 분들이 가세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상당히 악화되었고, 더 나아가서 이 문제가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흥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정말 순수하게 유가족의 입장을 반영하고 유가족의 뜻을 받는 측면에서의 세월호 특별법이라면 여야 간에 이렇게 끌고 나갈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여당 ‘외부세력 배후’ 무게

새누리당 핵심의원들도 ‘외부세력 배후’에 힘을 실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외부에서 이 협상 결과를 흔들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유가족들의 순수한 의지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도를 보더라도 우리 내부 체제를 흔드는 세력들이 이미 가담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도전을 단호하게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에 외부세력이 존재하는 지는 속단할 수 없다. 다만 세월호 특별법에 의사자 지정, 특례입학 등의 요구가 포함됐다는 것과 광우병 촛불시위에 관련된 인사가 세월호 진상규명 국민참여위원회로 활동한다면 외부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특히 일부 여권 인사들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세력들이 중심에 있다고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촛불시위로 인해 임기 초 레임덕에 빠졌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 역시 세월호에 발목 잡히게 한다는 게 외부세력 개입설의 골자다.

그 중심에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가 있다.

실제 지난 8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 박석운 공동대표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긴급기자회견에서 여야간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의 2중대로 전락하고 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력이 공개되면서 ‘외부세력 배후설’이 부각됐다. 박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 직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관련 대책위에서 활동했다. 또 국정원 시국회의, 쌍용차 비대위, FTA 범대위 등의 단체에서 주요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때는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더구나 진보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과거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단체와 소속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가 왜곡되기도 했다. ‘유가족 측이 먼저 피해자 전원 의사자 지정을 제안했다’, ‘단원고 피해학생, 대학 특례입학을 요구했다’, ‘보상때문에 특별법 제정 서두른다’ 등의 얘기가 나돌았다. 이 때문에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에서는 “의사자 선정 및 대학특별전형과 민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것들은 기본적인 법 체계를 뒤흔드는 위험한 내용”이라며 세월호 유가족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유가족들의 항변

이와 관련,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측에서는 “외부 세력이 존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은 유가족들만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는 걸 다 알고 있다. 대한민국을 위한 법”이라며 “이 때문에 국민들이 함께 해 주시는 것이지, 그 사람들이 외부세력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굳이 표현한다면 내부 세력이고 한 가족”이라면서 “외부세력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세월호 참사의 성격이나 특별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는 진상규명을 위한 조치를 특별법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했지 의사자 지정이나 특례입학 같은 보상을 먼저 해달라고 한 적은 없다”며 “해달라는 건 안 해주고, 말한 적 없는 건 적극 해주려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부터 밝혀달라고 했지 언제 돈 달라고 한 적 있느냐”라며 “유족들이 원하는 진상규명 조치부터 제대로 마련해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유가족 측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하려면 조사권과 기소권을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앞에서 유가족들이 농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억측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 세력 배후’ 논란이 갈수록 불거지고 있다.

특히 여권 등에서는 ‘외부 세력 배후’를 명분으로 유가족 측과의 만남을 거부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따라서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해 유가족 측을 둘러싼 갖가지 음모론은 갈수록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여야간의 합의가 파기된 후 재협상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살펴보면 뜻하지 않게 ‘외부세력 배후’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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