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폰팅 사기 ‘주의보’…“해외생활 외롭다 남자가 그립다” 성관계 암시 유혹
국제 폰팅에 의한 사기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어 그 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채팅사이트 이용자들에 따르면 자신을 유학중이거나, 혹은 곧 한국에 들어올 여자라고 소개를 하는 쪽지나 대화를 신청한 후에 자주 연락을 하자고 한 후에 수신자 부담 국제전화를 걸어 막대한 요금을 부담케 하는 것이다. 국제 폰팅에 의한 전화요금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에까지 이르고 있어 이에 따른 경제적인 피해가 극심하다. 특히 이런 국제 폰팅 사기의 경우 가해 여성을 찾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피해에 따른 보상을 받기도 여간 어렵지 않다. 일부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소송이 준비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성공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한국 남성들을 울리고 있는 국제 폰팅 사기 사건의 전모를 파헤쳤다.
국제 폰팅은 해외에 있는 여성들로부터 무작정 걸려온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화를 거는 여성들은 대부분 중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이거나 조선족 여성들이라고 한다.
수신자부담 국제전화로 수백만원의 ‘덫’에 걸린 직장인 최모씨는 지난 달 휴대폰 요금 청구서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휴대전화 요금이 무려 3백여만원이 넘게 부과됐기 때문이다. 이 막대한 요금을 믿을 수 없었던 최씨는 해당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수신사 부담 국제 전화였기 때문에 본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그제서야 최씨는 엄청난 휴대전화요금의 이유를 알았다. 지난 달 초 모 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된 자신을 중국 유학생으로 소개한 한 여성과 자주 통화를 했던 것이다. 뜬금없이 걸려온 국제 전화가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는 최씨는 후회가 막급했지만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었다.
최씨는 “그 여자가 ‘그냥 형식적으로만 수신자 요금이지 실제 전화요금은 자기가 내니 안심하라’는 말을 했는데, 그걸 믿은 내가 바보다”라며 “이제 낯선 번호가 걸려오면 전화를 받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그녀는 ‘낯선 외국에서 혼자 공부하느라 너무 외로웠는데 이렇게 알게 되어 너무 기쁘다며 자주 전화를 걸었다’는 것. 그 후 그녀는 전화요금에 대해 걱정하던 최씨를 안심시킨 후 본격적으로 하루에 한번, 혹은 이틀에 한 번씩 장시간에 걸쳐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최씨 역시 낯선 여인과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즐거웠던 것이 사실. 특히 그녀는 ‘이제 곧 한국으로 들어갈 것이니 그때 만나자’고 했고, 또한 성관계를 암시하는 야릇한 말도 흘렸다고 한다. 이에 기대를 잔뜩 품은 최씨는 그녀와 통화할 때마다 즐거웠다고.
최씨는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가 했던 또 다른 이상한 행동들이 이해가 간다”며 “모든 게 전화통화 시간을 늘리려는 그녀의 수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기도 했고, 한국 드라마의 줄거리를 이야기해달라며 의도적으로 전화통화시간을 늘렸다고 한다. 또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10분 정도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약 한달 정도가 지난 뒤 그녀는 전화연락을 끊게 되었고 곧바로 휴대전화 요금청구서가 최씨에게 날아들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새로운 국제전화카드라 속여 유혹
또 다른 직장인인 김모씨 역시 이런 사기 국제 폰팅에 호되게 당한 경우이다. 그는 인터넷으로 채팅을 하던 중 상대 여성이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선뜻 자신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잠시 후 ‘082’로 시작하는 이상한 번호가 떠서 전화를 받으니 다름 아닌 채팅녀였다는 것.
하지만 ‘국제전화’임을 고지 받은 김씨가 “웬 국제전화냐?”고 물어봤지만 그녀는 단지 메시지만 그렇게 뜰 뿐 별다른 거 없는 새로운 전화카드라고 설명을 했다고 한다. 이에 안심하고 그녀와 수 시간 동안 통화를 한 김씨 역시 다음 달 휴대전화 요금이 무려 100만원이 넘게 나와 한숨만 쉴 뿐이었다.
이혼의 파국으로 몰고 가기도
심지어 이런 사기는 평범했던 한 가정을 이혼의 파국으로 몰고 갈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기도 하다. 지방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자영업자 이모씨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그는 시골에서 철물점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던 평범했던 가장. 그러나 한통의 국제 전화를 받은 후부터 그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이씨가 아리따운 목소리의 국제전화를 받은 건 지난 5월 말. 평소 여자라고 해봐야 40대의 아내와 시골 아낙들이 전부였던 그에게 새파란 처녀의 애교 섞인 전화는 충분히 자극적인 것이었다. 그 후 그는 수시로 걸려오는 그녀와 통화하는 재미에 푹 빠졌고 한 달 뒤 날아온 휴대전화 요금은 천여만 원, 휴대폰 전화요금으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요금을 부과 받았다.
이 사연을 알게 된 그의 아내는 그 자리에서 혼절해버렸다. 몇 시간 후 깨어난 부인은 곧바로 이혼을 하자고 이야기했고 현재 이혼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씨가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한 달에 버는 돈은 대략 200만원에서 250만원 안팎. 그러니까 무려 4~5개월 이상의 수익을 고스란히 전화요금으로 내야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국제 폰팅에 의한 사기는 중국 내의 수신사 부담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몇몇 주변 업체들과 담합해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국의 법망과 인건비상승을 피해 중국으로 대거 이동한 이들 업체들이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중국 조선족 여성들을 현지에서 고용한 후, 국내 남성 휴대 전화번호를 제공하거나 채팅을 하게 만든 뒤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한 후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최근에는 화상채팅사이트를 통해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화상캠을 이용한 이들 화상채팅사이트의 경우 과감한 노출과 음란한 행동 등으로 많은 남성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올 상반기에만 수백 건에 해당하는 피해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는 해결이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국제 전화 회사에서는 ‘자신들은 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지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통화하느냐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몫이 아닌가’라며 사태 해결에 나설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정보통신부 역시 이는 각자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못 박고 있다. 비록 이러한 국제 전화들이 사기 사건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 미연에 사기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회사를 통해서 구제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낯선 번호와 낯선 여자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더라도 더 이상 통화를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전화를 이용한 수법이 널리 알려져 감에 따라 국내의 일반전화번호를 휴대폰 액정에 뜨게 하는 신종수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낯선 여자와의 섬싱을 원하는 많은 남성들의 주의를 요한다.
< 서준/프리랜서>
www.dcinside.com 뉴스팀
# 국제폰팅 사기 피해 자영업자 이모씨 인터뷰
“모르는 여성과 국제전화비로 수천만원…이혼소송 할 말 없다”
이씨는 국제전화 사기 피해로 인해 이혼의 위기에 몰려있다. 현재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아내는 끝까지 이혼을 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 현재 심정은 어떤가.
▲ 살아오면서 이렇게 큰 후회를 해본 것은 처음이다. 과거 나의 행동이 후회가 돼 죽고 싶은 심정일 뿐이다.
- 전화요금은 어떻게 됐나.
▲ 수중에 천만원이 어디 있겠나. 1년 동안 꼬박 모아야하는 돈이다. 현재 통신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분납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그거라도 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는 물론이고 당장 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 아내의 상태는 어떤가.
▲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여성과의 통화에 천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마치 꿈에서 일어난 일인 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아내라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만약 아내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통화를 했다고 하면 아마 나라도 이혼 소송을 했을 것이다. <준>
서준/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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