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로비’에 취한 공제회 직원들
‘억대 로비’에 취한 공제회 직원들
  • 김대현 
  • 입력 2006-09-08 11:18
  • 승인 2006.09.08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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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공제회 대출알선 비리 파문 내막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M&A는 물론, 부동산개발 시장에서도 유력한 자본가로 등장한 군인공제회 본부장급 직원들이 대출알선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사실이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강원도 양양에서 리조트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D사는 사업자금 7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70여 차례에 걸친 향응 접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군인공제회 직원들은 하룻밤 640만원이 넘는 술 접대를 받았다. 특히, 봉사료로 150만원이 지출되기도 해 이른바 ‘황제 서비스’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경 이 사건의 제보를 받고 수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10일 피의자들을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당초 소환에 불응했던 군인공제회 직원들도 입장을 바꿔 자진 출석했다고 한다. 군인공제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사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돈과 향응에 빠져버린 군인공제회 직원들의 ‘억 소리 나는’ 접대 행태를 취재했다.

군인공제회 직원들 700억대 대출알선 명목 2억원 수수
하룻밤 640만원 넘는 일명 ‘황제 서비스’ 술 접대 받기도


부동산개발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군인공제회 직원들이 사업개발 자금을 알선해 주겠다며 ‘억대’ 향응을 받은 사건이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10일 부동산 개발자금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며 부동산개발회사로부터 수억원의 현금과 접대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군인공제회 직원 반모씨와 김모씨를 구속하고 D사 대표 노모씨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반씨 등은 지난해 8월 D사가 강원도 양양에 추진하던 리조트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 700억원을 군인공제회로부터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군인공제회 주차장에서 D사 직원인 길 모(32)씨로부터 로비자금 명목으로 현금 5,000만원을 받는 등 그해 11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현금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룻밤 3곳 룸살롱 ‘투어’

조사결과 반씨 등은 대출 대가로 대출금액의 1%인 7억원을 사례비로 받기로 약속하고 강남의 고급 유흥업소에서 하룻밤 최고 640만원이 넘는 향응을 받는 등 10개월 동안 70회에 걸쳐 1억3,000여만원에 달하는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씨 등은 지난해 3월 서울 강남의 V룸살롱에서 길씨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서울 역삼동, 논현동, 삼성동 일대의 룸살롱에서 많게는 하룻밤에 640만원어치의 술을 마셨다. 세 군데의 룸살롱을 모두 섭렵한 날도 있을 정도로 향응 접대는 밤새 이어졌다.

특히, 이들은 술값을 제외한 하룻밤 1인당 봉사료로 150만원을 쓰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받은 향응은 하룻밤에 최고 520만원을 쓰는 ‘황제 서비스’라는 지적이다. 황제 서비스는 룸살롱 여 종업원에게 웃돈을 낸 남성이 하룻밤 동안 여성을 노예처럼 부리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성 접대를 가리킨다.

경찰은 “보통 룸살롱의 2차 접대비는 20만~30만원이지만 이들은 100만~150만원씩 지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대출을 위해 군인공제회 한 사업본부장에게 3,000만원을 건네는 등 간부들을 대상으로 8,000만원의 금품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조사에서 반씨 등은 “현금 2억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출이 실패해 D사에 돌려줬다”며 “본부장 1명과 팀장 2명에게 건넸던 돈은 돈을 준 다음날 돌려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관계자는 “반씨 등은 10개월 동안 D사의 법인카드를 받아 자신들이 직접 사용하기도 했다”며 “본부장 등에게 상납했다 돌려받았다는 진술 내용이 신빙성이 없어 돈의 용처에 대해 확대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군인공제회는 D사측의 제안에 대해 지난 4월 ‘사업성이 없어 투자불가’라는 결정을 내렸다. D사는 로비가 실패했다며 돈을 돌려줄 것을 반씨 등에게 요구했다. 다급해진 반씨 등은 친지에게 꾼 돈으로 2억원을 마련해 갚았지만 술값은 갚을 수 없다고 버티다 이 소문이 경찰의 정보망에 걸려들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D사로부터 향응접대 내역을 기록한 목록을 입수했다. D사측이 반씨 등에게서 술값을 받아내려고 만든 것이었다. 이 목록에는 금액이 원 단위까지 나왔고 영수증과 같은 증빙서류도 첨부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5팀 관계자는 “7월 20일경 해당 사안의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하던 와중에 군인공제회측 피의자들이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을 청구해 놓은 상태였다”며 “소환에 불응하던 이들이 갑자기 출석하는 바람에 긴급 구속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의자들이 검찰에 출석해 구속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에 이 내용이 알려져 기사화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보도자료를 만들기도 전에 언론 보도가 나가게 된 이유다.

군인공제회측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D사의 리조트 개발사업은 투자하기에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린 사업이었다”며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간부 3명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해명에 들어갔다. 군인공제회는 이 사건과 관련, 지난 11일 임직원 명의로 홈페이지에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소환 불응해 ‘체포영장’ 발부

군인공제회는 “먼저 본회 직원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어 회원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하여 사과를 드린다”며 “관련자들의 혐의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또, “2005년 8월 D사로부터 리조트개발 사업(700억원 규모)에 대한 PF(Project Financing) 투자 제안을 받아 검토한 결과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 본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군인공제회는 “제안사업의 검토 절차와 직원 도덕성 제고 등 개인비리 소지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김대현  dh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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