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수사 시스템·인사 쇄신 바람 불까
비경찰대 출신과의 차별 문제 먼저 해결해야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이성한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내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4대악을 근절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 등으로 실추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임으로 판단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또 “강 내정자는 치안 전문가로 현장 감각과 정책기획 능력을 겸비했으며 업무 열정이 뛰어나고 일선 지휘관 시절 각종 행사나 사건 사고를 무난히 처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강 내정자는 이미 6일 경찰위원회의 면접을 통과해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와 안전행정부 장관의 제청 절차를 거친 뒤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공식 업무에 임하게 된다.
경찰청장의 교체로 경찰 내부가 어수선하다. 동시에 그동안 문제가 됐던 경찰 수사 시스템의 본질적인 개선책은 물론이고 추후 경찰계 내부의 인사 쇄신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역대 최연소 경찰청장 경찰대 2기 출신
강신명 내정자는 사상 첫 경찰대학교(이하 경찰대) 출신 경찰수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강 내정자가 경찰청장에 확정되면 1991년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바뀐 이래 역대 최연소이자 경찰대 개교 33년 만에 첫 경찰대 출신 수장이 된다.
강 내정자는 현재 만 50세 3개월이다. 앞서 만 50세 8개월로 역대 최연소였던 4대 김화남 청장보다 젊다. 강 내정자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 청구고등학교를 나왔으며 경찰청 수사국장과 정보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울산청 정보과장, 경북 의성경찰서장, 경기 구리서장, 서울 송파서장, 안전행정부 치안정책관, 경북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내 치안 관련 정부 정책을 직접 다룬 경험이 있다.
1기생 71명 근무 이들의 거취는?
강 내정자는 경찰대 2기 졸업생으로 현재 경찰 고위간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경찰대 1기보다 후배라는 사실 때문에 추후 경찰계 내부에 인사 쇄신이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경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군이나 검찰처럼 동기나 후배가 수장이 된다고 퇴직하는 관행은 없다.
현재 현직에는 경찰대 1기 출신자가 71명이 있다. 지방경찰청장급인 치안감 27명 중에 이인선 경찰청 차장을 비롯해 김호윤 강원청장 등 5명도 1기다. 박경민 대변인 등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경무관 중에는 13명이 1기 출신이다. 결국 후배가 선배를 지휘하는 상황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일각에선 1기들이 경찰청 주요 참모직에서 제외돼 지방청장 등으로 가는 사례가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청장 경쟁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새 수장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대부분 용퇴했다. 이 때문에 5자리인 치안정감 뿐만 아니라 경찰 수뇌부에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
강한 추진력으로 토끼몰이 시위 진압 논란
강 내정자는 평소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진보진영에서는 경계를 하고 있다. 과거 강 내정자는 시위 진압 시 토끼몰이 방식을 채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장 시절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경력 5000여명 이상을 민주노총본부가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에 투입했다. 언론사 건물에 경찰 투입은 이례적이었다. 그런데 철도노조 지도부는 단 한 명도 체포하지 못하면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세월호 추모집회 해산 과정에도 비판을 받았다.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라 시민들이 인도로 올라서거나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돌아섰지만, 경찰이 도로의 앞뒤를 모두 막고는 ‘모두 연행하라’며 시민들을 강제 연행해 토끼몰이 논란을 빚었다.
이밖에 경찰대 출신이 요직을 독점해 비경찰대 출신과의 차별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경찰 내부에서 주목하고 있다.
재산 9억 500여만 원 채무 4억 2000만 원
강 내정자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3월 기준으로 전년도보다 1000여만 원 줄어든 9억 500여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에 따르면 강신명 내정자의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아파트와 아파트 임차권, 어머니 명의의 단독주택으로 총 10억 5000만 원에 이른다.
강신명 내정자는 본인 명의로 성동구 하왕십리동 123.93㎡ 아파트 한 채(4억 5000만 원)와 강남구 수서동 84.97㎡ 아파트 한 채의 임차권(4억 5000만 원)을 각각 신고했다. 또 어머니 명의로 된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의 단독주택 한 채(1억 5000만 원)도 재산 목록에 기재했다.
예금 자산은 3100여만 원으로 본인이 경찰공제회, 국민은행 등에 2900여만 원을, 부인이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하나은행, 동양증권 등에 500여만 원을 예치하고 있다.
이밖에 강신명 내정자 본인 소유인 대구 동구 동호동 109-1번지 대지 327.00㎡와 2012년식 그랜저 승용차의 가치가 각각 2억 원과 2900여만 원으로 신고됐다. 채무 규모는 사인간 채무 1억 7000만 원, 전세보증금 2억 5000만 원 등 총 4억 2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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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