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사 찾지 못해 리우올림픽 프로젝트 빨간불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50일도 채 남지 않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이 한국과 아시아 수영사의 한 획을 긋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수영종목 3연속 3관왕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대표선발전에서 월등한 실력으로 메달사냥에 청신호를 켰다. 하지만 변변한 후원사를 찾지 못하면서 훈련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힘겨운 마린보이의 홀로서기 해법을 찾아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은 경기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자유형 200m, 400m·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주춤했던 한국 수영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유형 100m·200m·400m 등에서 1위를 차지하며 2회 연속 3관왕에 올랐다. 이 기록은 아시아에서는 처음 달성된 것으로 여전히 그는 한국의 마린보이로 수영계의 중심에 서있다.
기록행진 불구 훈련 어려움 가중
앞서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박태환은 주 종목인 자유형 100m, 200m, 400m를 포함해 개인혼영 200m와 단체전인 계영 800m 등 여섯 종목에 출전해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특히 자유형 200m에서 올 시즌 세계랭킹 1위 기록인 1분45초25를 찍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할 계획이다. 목표는 단연 기록 단축이다.
이 같은 장밋빛 기록행진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의 선수생활이 순탄치는 않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SK텔레콤과의 후원계약이 끝나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유명 학원 강사로 ‘삽자루’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우형철 SJR기획 대표가 후원사 없이 팬들이 내준 성금과 자비로 겨우 훈련을 해가고 있던 박태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시 SJR기획은 1년간 박태환에게 5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며 더 큰 기업에서 스폰서를 자청한다면 언제든지 념겨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후원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SJR기획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회사 사정상 계약 연장을 포기해 박태환은 다시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이렇게 되자 박태환은 당장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마이클 볼 코치와의 호주 전지훈련부터 자비를 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지난해에도 1차 전지훈련을 자비로 진행한 뒤 2차 훈련부터 국민들의 모금운동이 계기가 되어 SJR의 후원을 받았었다.
전담팀을 운영하는 박태환의 한 달 전지훈련 비용은 약 700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태환이 그동안 광고 등으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렸지만 후원사 없이 훈자서 전담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는 런던올림픽 당시 부정출발 해프닝으로 실패했던 금메달과 세계신기록 달성을 이루기 위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도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후원사 없이 금메달과 신기록 프로젝트를 꾸려나가기란 쉽지 않아 수영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美 수영전문가 유감표시 “안타깝다”
이에 대해 미국 수영전문 월간지 ‘스위밍 월드’의 제프 커밍스 프로듀서는 박태환의 현재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 USMS(US 마스터즈 스위밍) 소속 수영선수로 단체 신기록 26회나 작성할 정도의 수영애호가인 커밍스는 지난 4일 중국 일간지 파지완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아주 뛰어나고 우수한 운동선수다. 그런 그한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이가 없다는 것은 정말로 유감”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다만 커밍스는 “현재의 어려움은 잠깐일 것”이라며 “박태환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운동선수다. 협찬할 만한 기업의 호감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 수입과 경제적인 측면 그리고 훈련과 생활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박태환의 능력과 태도는 믿을 만하다”면서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의 성적이 얼마나 향상될 것인지는 감히 예언할 수 없지만 아마 다관왕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은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커밍스는 박태환과 런던올림픽 2관왕 쑨양의 만남에 대해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014년 최고로 훌륭한 수영경기가 펼쳐진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박태환과 쑨양의 대결은 가장 관심을 끄는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박태환을 둘러싸고 안타까운 소리가 들리는데 정작 후원사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금메달과 신기록 프로젝트에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에 박태환이 걱정 없이 물살을 가를 수 있도록 새로운 후원사가 나타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박태환은 마지막 담금질을 위해 호주로 출국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연속 3관왕 등의 목표는 일단 뒤로 미뤄 놨다. 당장의 목표는 내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라며 “호주에서는 이번 선발전에서 미흡했던 페이스를 보완할 생각이다. 200m에서는 세 번째 50m가 약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지구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고 훈련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출전 종목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유형에 다 출전할 것 같고 개인 혼영 출전 여부는 볼 감독님과 상의해서 정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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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