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2] 철수 정치는 ‘새정치’아닌 ‘기득권 내려놓기’
[알쏭달쏭 정치이야기-2] 철수 정치는 ‘새정치’아닌 ‘기득권 내려놓기’
  •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 입력 2014-08-11 14:33
  • 승인 2014.08.11 14:33
  • 호수 1058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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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 앞세운 ‘세대교체론’? 군침도 흘리지 마라

2년 전 이맘때,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 여름, 정치권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였다. 여야 어느 정당도 대선후보를 선출하지 못한 가운데, 여당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만이 결선 진출이 확정적이었을 뿐이다. 물론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은 2012년 8월 20일의 일이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재야의 강자인 안철수 교수와의 야권진영 토너먼트 후보 결정전을 상정한 채, 도토리 키재기를 막 시작하려는 시기였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50%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던 안철수 교수는 5% 지지의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일약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대선을 5개월 앞둔 7월 19일,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2년 전 이맘때쯤 그 책은 1분에 27권씩 팔린다는 당대 최고의 베스트 셀러였다.

당시 안철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며,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지리멸렬한 야권, 수구꼴보수의 여당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안철수는 그때만하더라도 소통의 아이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정치의 키워드를 ‘새정치’로 알고 있다. 어쩌면 안철수 본인조차도 ‘새정치’가 자신의 정치 키워드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필자는 안철수 정치의 키워드는 ‘새정치’가 아니라 ‘기득권 내려놓기’라고 생각한다. 그가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고,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고, 신당창당을 포기한 후 민주당과 통합하고, 이번 7.30 재보선 결과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을 사직한 것 등을 가지고 ‘철수정치’ 운운하지만, 그것은 그의 ‘기득권 내려놓기’ 정치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를 시작했다. 자신들이 처한 위치가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모르고 있거나, 알고는 있지만 별다른 묘수가 없어서일지 모르겠지만, 소위 비대위원장에 박영선 원내대표를 추대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눈물을 보이면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최소 5개월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정당의 3권을 독점하는 박영선 체제가 가동된 것이다.

박영선 체제가 가동되면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하면서 잘 이끌어가기를 바라는 기류가 있지만, 잘될 것이라는 생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도 그러한 생각에 동의하는 한 사람이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공천제도에 있어서의 오픈프라이머리의 도입과 전략공천 배제, 국회의원 선거제도로서의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이야기 했다. 많이 앞서나가는 발언이기도 하거니와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발언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 처한 상황은 당내 어떤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오로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지혜를 짜내어야 할 상황인데,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그러한 발언은 마치 당 혁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의 공천제도, 선거제도와 관련한 제안은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제안들이며, 이해 당사자에 따라 개혁이 아닌 개악으로도 이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박영선 비대위원장 체제는 최소 5개월은 지속될 것이다. 전당대회까지 박영선 체제가 지속되지 못한다면 아마도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체되는 수순으로 돌입해야하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의 구성원들이 당을 해체하면서까지 전면적인 정치의 재구조화를 모색할 용기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박영선 체제는 최소 5개월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영선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이미 비대위원장을 당 내부에서 맡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박영선 체제 성공의 열쇠는 외부 비대위원을 어느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하고, 어떤 사람으로 구성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정치에 대한 몰이해, 정당파괴적 시각으로 인기몰이에 급급한 사람들로 외부 비대위원을 충원한다면 비대위는 실패할 것이다. 사심 없이 정치발전과 야권 대혁신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의 긍정적인 역할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할 수 있다면 성공의 길은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당내에서는 백가쟁명식 당 혁신론이 분출하고 있다. 거기에 일부 언론들은 마치 자신들이 야권을 재편할 수 있다는 망상을 가지고 자신들의 프레임을 정치권에 강요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에 대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논쟁은 중진퇴진을 전제로 한 ‘세대교체론’과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서 선출하자는 ‘당권대권분리론’이다. 누가 이러한 제안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자가발전에서 시작하여 급속도로 확산중이다. 적어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이 두 가지 이슈가 차기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두면서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이해당사자가 명확하기 때문에 파괴력이 있는 이슈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논쟁의 저의는 충분히 의심스럽다. 모두에 안철수 정치의 키워드로써 ‘새정치’가 아닌 ‘기득권 내려놓기’를 얘기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안철수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공약, 안철수 정치의 밑천을 드러낸 논쟁이 되고 말았지만, 당시의 국민여론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국회의원 꼴보기 싫은데 정수를 축소한다니 국민들은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이슈였다. 당시 국회의원 정수 축소라는 공약은 ‘기득권 내려놓기’의 일환이었는데, 그것을 ‘새정치’로 포장한 전술적 잘못이었던 것이다.

‘세대교체론’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재건을 도모하는 데 충분히 휘발성이 있는 논쟁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진정치인 몇 명을 정치의 전면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당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아니면 역으로 당을 망하게 할지 모르는 일이다.

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세대교체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주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중진을 퇴진시키고 그 빈자리를 486정치인이 메우려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못하는 한 ‘세대교체론’은 실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것조차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설사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세대교체론’이 성공하여 486정치인이 당의 전면에 나선다 하더라도 정당혁신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과거세대로의 귀환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 지도부의 한축을 형성했던 안철수는 연령적으로 486세대에 젊은이들의 정치적 폭발성을 견인해 낸 인물이다. 486컴퓨터보다 한참 미래를 앞서간 펜티엄Ⅲ 정도는 된다. 세대교체가 거꾸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20-30대를 정치의 전면에 내세울 생각이 없다면 ‘세대교체론’ 군침도 흘리지 말라!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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