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의 협업(Collaboration)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KPC는 최근 ‘창조경제시대 협업으로 상생하라’라는 주제로 ‘KPC CEO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포럼에서 “인터넷, 모바일과 같은 IT기술이 공유 정신을 확산함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협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창조경제 시대에서 서로 다른 전문성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협업은 시대적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협업의 성격과 효과를 숫자의 결합을 통해 살펴 보고자 한다. 9라는 숫자 두개의 부호를 통한 결합을 보자. 9-9=0, 9÷9=1, 9+9=18, 9×9=81이 되는 것처럼, 부호의 결합에 따라 수치의 결과가 현저히 달라진다. 협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협업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하느냐 에 따라 그 성과는 달라진다.
또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협업이 필요하다. 하근찬의 단편소설 ‘수난 이대’를 보면,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오키나와로 강제징용을 당해 비행기 닦는 노역을 하다 폭격을 맞아 팔을 하나 잃었고 아들은 6.25 한국동란에 징병돼 다리 하나를 잃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의 다리가 되어주고, 아들은 아버지의 팔이 되어 역경을 극복해나간다. 우리도 누군가와 만날 때 서로 도움을 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협업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기업들의 협업 시도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 적용 분야와 대상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기업과 상품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상품과 서비스가 예술과 접목돼 새로운 미적 감흥과 마케팅 효과를 발휘하는 등 협업을 통해 생산된 제품은 소비자의 취향과 안목을 높이는 효과와 함께 기업에게 새로운 수요 창출 기회를 제공한다.
즉,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에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다른 기업이나 아티스트들을 동참시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런 작업은 결과적으로 기업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래서 패션, 뷰티 등 일부 특정 분야에 한정됐던 협업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가 연예기획사와 제휴해 앨범을 만들거나 음료 회사의 포장 디자인에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접목시켜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등 이목을 집중시키는 프로젝트들이 나타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조선과 해양 IT융합혁신센터를 통해 14개의 기술이 개발됐고 51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냈다. 또 항공 IT융합혁신센터에서도 항공 및 국방용 그래픽 카드 개발 등 다양한 수입 대체효과를 냈다.
창조경제시대에 걸맞은 창조형 인재 양성면에서도 인문학과 기타 학문과의 협업 및 통섭 등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의용공학과는 우리나라 의료전자 직업교육부문 가운데 유일한 학과로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들을 길러내는 특성화 학과로 자리 잡았다. 이 대학은 70~80% 학생들이 기존 2~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이곳 의용공학과를 찾아 실무를 익히다 보니 인문학, 공학, 간호학, 생물학 등 자신이 전공한 학과에 의용공학 실무까지 익혀 의료기기제조 관련 기업체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아직 멀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검찰과 경찰이 단독수사로 공조 및 협력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얼마나 부실한 수사가 초래돼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시급하고 중요한 협업과제를 몇 가지 제시하겠다.
첫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이 많이 개선되었으나 아직 미흡하다. 즉, 하청가격및 납기일, 자금지원 등 물리적 협업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공동연구 및 인력교환및 훈련의 상호 노하우 교류, 해외 공동진출 등 화학적 결합은 아직 미흡하다. 그러므로 화학적 결합의 질적 제고를 위한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둘째, 경영계와 노동계, 정부 간 협업이 미흡하다. 노사정간의 소통과 협력을 통한 신뢰도 및 상생증진 역시 부족하다. 금번 출범한 노사정위원회의 민주노총이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은 그 근저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깔려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설득과 대화로 신뢰를 보여 노사정간의 협업을 이끌어야만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
셋째, 의료업 및 관광업 등 서비스 분야의 협업이 부족하다. 의료관광업 등 서비스산업의 활성화가 긴요한데 이는 부가가치가 높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의료업계의 경우 공적 의료체계와 민간 의료체계의 협업을 통해 의료의 질적 제고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도 공적 의료보험을 유지하면서 국민들이 차별적인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민간의료보험의 도입도 검토해야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의료계에는 공적 체계인 현대 의학과 사적 체계인 대체의학이 있는데 현재 현대의학은 대체의학의 민간요법 및 식이요법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대체의학의 도움을 받고 있다. 즉,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더라도 수천년 동안 전래돼 왔고, 부작용이 없고, 치료 효과가 있는 대체요법이 있다면 현대의학은 이를 도입,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이미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은 그렇게 하고 있고, 미국도 미 국립보건소 산하 대체의학 연구소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넷째, 특정 분야 종사자들이 모여 1인1표의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협업하는 협동조합도 적극 활성화시켜야 한다. 공동구매, 공동생산, 공동연구, 공동판매 등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사업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은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나, 우리나라는 공적기관인 농협및 축협을 제외하면 아직 초보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가 자금지원 및 회계. 마케팅 및 법률지원 등 체계적인 지원과 정책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창조 경제시대의 협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당면과제인 4가지 협업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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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식 교수>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