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자제들은 어떤 학교를 다닐까?
재벌가 자제들은 어떤 학교를 다닐까?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8-11 11:20
  • 승인 2014.08.11 11:20
  • 호수 1058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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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양성소’ 사립초등은 기본 ‘필수코스’ MBA 유학까지 밟는다

 

 

초등교육비 1년 1000만 원 상회, 국제학교는 졸업까지 3억 넘어
차원이 다른 환경, 빼곡하게 쌓인 CCTV·영어몰입화 교육 현장
글로벌화 양성도 트렌드가 있다? 3세대와 4세대 확연한 차이
빨라진 경영 데뷔, 글로벌화로 경영인 자질과 인맥 확보 주력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흔히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재벌가의 자제들은 일반 가정에선 상상도 못하는 수준의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요서울]은 실제로 재벌가 자제들이 주로 다닌다는 학교는 어떤 모습인지 또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4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종교·신념·인종·사회적신분·경제적지위 또는 신체적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국내 교육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차별까진 아니더라도 분명한 ‘다름’이 존재한다.

재벌가 교육 현장의 첫 번째 키워드는 ‘사립초등학교’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각 시·도교육청에서 제공받아 공개한 ‘전국 사립초등학교 1인당 평균 교육비 현황’에 따르면 평균교육비가 716만 원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 중 서울 39곳의 학교가 평균 778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특히 경기초등학교 1396만 원, 매원초등학교 1029만 원, 영훈초등학교 1049만 원, 우촌초등학교 1167만 원 등은 초등학교 교육비가 1000만 원을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교 학비와도 맞먹는 학비는 가히 ‘기현상’으로 보일 정도다.

바로 이러한 사립초등학교들이 ‘귀족양성소’라고 불리면서 재벌가 자제들이 모여 있는 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먼저 경기초등학교를 살펴보면, 상당한 전통성이 있어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 등이 이곳의 졸업생이다. 재계를 벗어나더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전재만씨, 노태우 전 대통령 딸 노소영씨 등이 경기초등학교 졸업생 명단에 포함돼 있다.

특히 1968년 동갑내기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유년시절부터 학창시절까지 줄곧 같은 코스를 밟은 것으로 유명하다. 둘은 모두 경기초등학교와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를 다녔다.

경기초등학교의 특징은 소집단과 개별화 학습이다. 15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나눠 수업이 진행되고, 같은 학년 선생님들이나 예체능 교과 선생님들끼리 그룹별로 지도한다. 철저하게 수준별, 개별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어 교육과 관련해선 수준별 영어 교육과 소집단 학습, 각 학년 원어민 교육이 실시된다. 초등생에 불과하지만 어학연수제도 진행된다.

시설은 놀이터, 과학실, 도서실, 음악실, 무용실 청람홀 등이 있고 운동장 역시 인조잔디로 되어 있다. 2014년도 기준으로 입학금이 100만 원, 수업료는 3개월 단위로 116만7000원이 책정돼 있다.

이어 빼놓을 수 없는 사립초등학교는 영훈초등학교다. 국내 최고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 손자가 다니는 학교로도 대변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과 이서현 사장의 딸이 모두 영훈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재벌 중의 재벌 이건희 회장의 직계 손자손녀가 있는 초등학교로 명성이 올라간 것이다.

세간에선 영훈초등학교의 영어몰입교육에서 이들의 입학 이유를 찾는다. 영훈초등학교는 영어권 교사를 채용해 전 학급에 배치하고 있는데, 재계 유명인사가 빼어난 영어실력을 필수로 하는 만큼 해당 교육이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담장을 빼곡하게 비추는 CCTV와 출입카드 통제방식, 졸업 때까지 6000만 원을 상회하는 교육비 등은 영훈초등학교의 또 다른 모습이다.

단지 두 학교만 비교해 봐도 현재 국공립 초등학교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지난해 서울시내 사립초등학교 중 경쟁률이 4대 1을 넘어선 곳은 39개 초등학교 중 6개 학교나 됐다.

계성초등학교와 신광초등학교에 이어 동산초등학교가 5.8대 1, 중대부속초등학교가 5.5대 1, 이대부속초등학교가 4.8대 1, 세종초등학교가 4.7대 1이었다. 경쟁률이 3대 1을 넘어선 초등학교는 홍대부속초등학교, 화랑초등학교, 숭의초등학교, 운현초등학교, 경복초등학교, 영훈초등학교 등이었다.

사립도 부족해

다만 사립초등학교만 가지고 이들의 교육을 모두 아우를 수는 없다. 나아간 것이 바로 국제학교와 대안학교다.

국제학교는 국민의 외국어 능력향상과 국제화된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상의 국제학교를 뜻하고 대안학교는 공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종래의 제도권 학교와 교육방식이 다른 학교다.

LG와 현대차 또 롯데, 애경 등의 4세대는 사립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 국제학교에 진학한 바 있다. 기업인 이찬진과 배우 김희애 부부의 아이들도 제주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학교의 특징은 유치원부터 대학입학 전까지 연계돼 진학 걱정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 명문 대학으로의 진학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학비가 어지간한 집안이 아니고서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일례로 인천 송동에 위치한 채드윅 국제학교의 올해 학비는 9학년에서 11학년 기준 연간 3900만 원으로 책정됐다. 2014학년도 기준으로 1학년부터 11년간 이 학교에 재학할 경우, 총 학비는 3억8900만 원이 든다는 계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채드윅 국제학교는 1500억 원을 들여 2010년 9월 개교했다. 국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영어와 수학, 인터뷰 등을 통해 내국인도 입학이 가능하다.

또 재학생 470명에 교사만 100명에 이른다. 한 학급 인원은 11~13명이고 수영장과 1400석의 농구장, 600석의 극장 등 국내 최고급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지난해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한부모가정 자녀라는 이유로 영훈국제중에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합격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은 영훈초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영훈국제중학교에 지원해 합격했지만 이후 부정 입학 논란이 제기돼 당시 학부모들 사이에서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오르기도 했다.

국제학교는 부모 중 한 명 또는 본인이 외국인이거나 본인의 외국 거주 경력이 3년 이상이면 지원 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두 자녀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자녀 등은 미국법에 의해 국제학교 입학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자녀들을 대안학교에 입학시킨 재벌도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다. 최태원 회장의 아들은 사회 특권층이기 때문에 입학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대안학교에 입학했다.

후문으로는 최태원 회장이 아들에게서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 명뿐이다”라는 말을 듣고 공교육에 대한 회의감을 느껴 대안학교를 선택했고, 아들은 농사짓기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는 말이 전해지곤 했다. 이 외 재계 인물은 아니지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류승완 감독 등의 자제도 대안학교에 입학했다.

해외로 나가라

마지막으로 요즘의 재벌가는 유학의 시기가 빨라지는 추세를 보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장남은 서울 중구의 사립학교인 숭의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난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도 국제중학교를 자퇴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재계 3세의 유학 시기가 고교와 학부 때인 것에 반해 재계 4세는 유학시기가 초등학교 후반이나 중학교 시기 정도다. 3세들이 국내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이나 MBA코스를 밟기 위해 해외 유학을 떠난 것과는 달리 재벌가 등 상류층 자제들의 조기 유학바람이 최근 10년간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재벌조사 기관 재벌닷컴이 내놨던 자료에서도 재벌가 20~30대 자녀의 10명 중 6명은 외국 대학 유학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11년 기준으로 ‘이해찬 세대’로 불리는 20대 나이의 재벌가 자녀 23명 중 87%인 20명이 외국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 2000년 이후 재벌가 자녀 10명 중 9명은 외국 대학으로 진학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가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가족,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가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자녀, 구태회 LS 명예회장 손자 등 상당수 재벌 총수의 20대 자녀들이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 효성그룹 가족은 7명이 외국 대학에 진학해 30대 재벌 총수 가족 중에서도 가장 높다.

신격호 총괄회장 롯데그룹 회장 가족 중 6명도 신격호 회장을 포함한 5명이 일본 등 해외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했고, 신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유일하게 부산여고와 이화여대를 나온 국내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가족도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세 자녀 등 4명이 해외에서 대학을 다녔고,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가족도 자녀 2명이 영국과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거나 졸업했다.

여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가족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미국 파슨즈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이재용 사장은 경복고와 서울대를 거쳐 일본 게이오대(석사과정)와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박사과정)을 다녔으며, 이부진 사장은 대원외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재미있는 것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가족이다. 국내파가 유독 많다. 정몽구 회장은 경복고와 한양대를 졸업했으며, 정성이 이노션 고문 등 세 딸은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휘문고와 고려대를 나온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의 MBA코스를 밟았다.

한편 이러한 재벌가 유학의 배경으로는 “해외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3세대 기업인의 자녀교육이 ‘글로벌화’에 초점이 맞춰졌고 재계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면서 다음 세대까지 관심이 집중된 데 따른 결정”이라는 해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경영을 물려받는 입장에서 국제 인맥은 대단히 유용한 능력이 되고 또 이 인맥을 쌓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유학길에 나서는 것이 좋기 때문이라고도 바라본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그룹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국제 인맥을 늘리는 것’이 유학의 가장 큰 목적으로 지목되는 것이다.

경영 데뷔가 빨라진 만큼 글로벌화 교육도 빨라진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1991년 23세의 나이에 입사했고 정의선 부회장의 입사나이도 24세였던 점, 구광모 LG전자 부장이나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장 역시 20대에 회사에 들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중학생인 이재용 부회장이나 정용진 부회장의 아들의 재계 데뷔가 10년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추산이 나온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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