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의 본전치기...재무구조 나빠져도 모기업이 지원?
SK브로드밴드의 본전치기...재무구조 나빠져도 모기업이 지원?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8-11 11:16
  • 승인 2014.08.11 11:16
  • 호수 1058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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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느는데 이익 줄어…“SKT 시장 지배력 돕는 역할”
결합상품으로 점유율 늘리기 심화…유선망 재판매 한몫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최근 실적 악화로 고민 중이다. 그것도 SK텔레콤과 함께 결합상품을 밀어붙이며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이에 이동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유선망 재판매를 확대하면서 SK브로드밴드에 과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SK브로드밴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돕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현재 SK브로드밴드는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의 지난 2분기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7.1% 늘어난 6559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1% 줄어든 118억 원에 그쳤다. 여전히 많은 차입금에 짓눌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73.7% 감소한 8억여 원에 지나지 않았다.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은 그만큼 감가상각과 같은 영업비용이 늘어났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수치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결합상품으로 초고속인터넷 가입과 유지를 늘려 가입자 순증가율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SK텔레콤은 해당 사업부문에서는 출혈을 보면서도 SK브로드밴드에 꿋꿋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콘텐츠 조달비용 증가로 실적 예상치 하회

결합상품이란 한 통신사에서 유무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등 여러 통신서비스를 묶어서 판매하는 것을 가리킨다. 앞서 SK텔레콤은 2010년 별정사업자 등록을 통해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에 대한 재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SK텔레콤은 3년여 만에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 11%를 찍는 등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나갔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순증 규모는 전체 가입자 순증의 73%에 달했다.

결합상품 마케팅 확대로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높은 회사가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 역시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김종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을 자사 이동통신 상품과 결합해 판매하면서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이 급증한 점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지원하는 이 같은 구조는 SK브로드밴드에 뜻하지 않은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김 교수는 SK텔레콤의 가입자당 재판매 대가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돼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초고속인터넷에 과도하게 지원된다고 분석했다.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지원하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 SK텔레콤이 통상수준보다 20% 높은 가격으로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사들여 이동통신 결합상품용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에 SK텔레콤의 유선망 재판매 위법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신고를 넣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지원에 힘입은 SK브로드밴드는 유선망 재판매가 시작된 2010년에만 약 300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점으로 그간 쌓여오던 SK브로드밴드의 영업적자는 다시 영업이익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실적발표에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자 이제는 그 효과도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IPTV 흑자 전환해도 큰 기대 말아야

증권가도 SK브로드밴드의 행보에 대해 다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KDB대우증권은 SK브로드밴드의 수익성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낮췄다. 수익성이 높은 기존 유선사업 매출은 감소한 데 반해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신규 유선사업 매출이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SK브로드밴드의 신규 유선사업은 IPTV와 기업사업으로 요약된다. 여기에서 기업사업은 전용회선이나 인터넷데이터센터 등 계약 건당 규모가 큰 사업이다. 규모 확대 위주의 정책으로 가입자 수는 늘고 있으나 회선당 매출액은 낮은 수준이다.

문지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들 사업은 변동성 때문에 저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간에 있다”면서 “기존 유선사업의 실적 하락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신규 유선사업의 규모가 확대되는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짚었다.

HMC투자증권도 SK브로드밴드의 수익성 개선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SK브로드밴드가 단기간 내 실적 호전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타격은 IPTV 콘텐츠 조달 비용의 증가다. 유선전화 매출 감소와 향후 홈쇼핑 수수료 인상 폭이 둔화되는 것도 한몫했다. 현 SK그룹 사정으로 미뤄볼 때 SK텔레콤과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합병 가능성이 여전히 낮은 것도 이유로 꼽혔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저하는 IPTV 콘텐츠 조달비용 증가와 유선전화 매출 감소 등에 따른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관련 조달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마케팅 비용 부담 지속으로 단기 괄목할 만한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초고속인터넷 매출 감소가 이어졌으며, IPTV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비용 과다로 지급 수수료가 늘어나 컨센서스를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IPTV 부문이 흑자로 전환하면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함께 언급됐다. 황 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미래 수익 창출의 기반이 될 IPTV 가입자 순증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외에도 기가인터넷 서비스 준비 등 공격적 성장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김 연구원은 “향후 주가 상승 계기가 IPTV 가입자 증가에 따른 BTV 매출액 증가와 홈쇼핑 수수료 인상에 따른 IPTV 사업 부문의 이익 증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IPTV의 흑자 전환 시기는 빨라야 내년 1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전환 가능성은 높지만 지나친 기대는 버릴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결합상품 가입자 이탈 전쟁의 선봉에는 SK텔레콤의 유선망 재판매가 있다”면서 “작금의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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